야수를 믿다
나스타샤 마르탱 지음, 한국화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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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비채서포터즈3기


>>
캄차카 반도 러시아 군대의 비밀 기지.
소련의 강제노동수용소에 있는 보건실 같은 곳.
저자는 곰에게 얼굴을 물어뜯긴 후 러시아 군대 기지로 옮겨졌다. 개인 소지품을 압수한 것처럼 몸의 자유도 빼앗긴 채 눈을 떴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돌아온 그녀는 스파이로 의심까지 당한다.
기암할 노릇이다.

저자는 도끼가 있어 곰 옆구리를 공격한 덕에 살아남았다. 그래도 턱뼈까지 한번에 물어뜯긴 얼굴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곰과 싸우고 살아 돌아왔더니, 현실은 별 거 아닌 일로 분쟁이 생기기 일쑤.
러시아라 믿을 수 없다고 재수술을 하자 하질 않나.
수도와 지방 병원의 의견이 달라 자신의 말이 많다고 하질 않나.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더니 현실도 그 못지 않다.

책은 짧은 에세이지만, 시간의 흐름이 뒤죽박죽이라 이야기를 재배치하며 읽어야 했다.
일의 순서대로가 아니라, 생각의 흐름대로 자유롭게 쓴 책이라 국내에세이와 달랐다.
국내에세이는 책 전체를 책을 쓰게 된 동기, 발전되는 모습, 나아질 미래에 대한 기대로 나누어 쓰는게 일반적인데, 이 책은 달랐다.
떠오르는대로 쓰는 일기처럼, 어제는 사고 당일 이야기를 썼다가, 오늘은 고향에서 겪는 의료 분쟁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니, 과거와 현재, 사건별로 정리해서 기억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곰에게 물어뜯기고 살아남아 겪었던 일들이 모두 사실이라니.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믿기지가 않는다.
사고를 당한 후 큰 트라우마가 되었을 기억인데도, 저자는 이 모든 일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걸까?"
"저자는 과연 다시 산으로 돌아갔을까?"
많은 질문들이 떠오르는 책이었다. 많은 일을 겪으면서 변하는 저자의 생각을 가만히 들여다 보며, 저자가 지금껏 굳건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이유를 엿볼 수 있었다.

역경은 예기치 않게 닥치는 삶의 일부.
역경에 무너질지 아니면 이겨낼지 선택할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 밑줄_p27
내 얼굴에 맞닿은 곰의 키스를, 정면으로 닫히던 곰의 이빨을, 부서진 내 턱을, 부서진 내 머리를, 그의 입안의 어둠을, 축축한 열기로 훅 끼쳐온 숨결을, 엄습하던 이빨이 느슨해지던 순간을, 나를 끝장내지 않은 그 이빨과,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불현듯 생각을 바꿔 끝내 나를 잡아먹지 않은 나의 곰을 생각한다.

> 밑줄_p91
곰에 맞서 생존한다는 것은 이 세계에서 '다가올 일'에 맞서 생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조적인 변화의 재개를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우리를 매료시키는 단일성은 결국 그것의 본래 모습인 환상으로 판가름 난다. 형태는 그것만의 고유한 도식을 가지고 재구성되지만, 그것에 사용되는 요소는 모두 외부에서 온다.

>> 이 서평은 비채출판사(@drviche) 서포터즈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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