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붕대스타킹 반올림 62
김하은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 열일곱, 꽃보다 아름다운 선혜에게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한다.
🦋 성추행은 성폭행이 아니었으니 아무일도 없었던 거야?
🦋 살아남은 피해자에게 현실은 또 다른 지옥이었다.


📚
봄이 지나고, 여름이 되어도 온몸이 떨릴 만큼 추웠다.
그날 이후, 선혜는 계속 겨울이었다.

기숙사가 공사 중이라 어쩔 수 없이 학교 근처 고시텔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학교 뒷문을 통해 가면 5분 거리이기도 했고, 아침을 제공하는 곳이라 조금 비싸도 안성맞춤이었다.
딱 하나 아쉬운 건 뒷문이 잠기면 어두운 길을 한참 돌아가야 했다. 카페가 영업 중일 땐 그나마 불빛에 기대 걷지만, 카페를 지나고 가로등 하나 없는 빈터가 나오면, 친구들에게 들었던 온갖 소문이 떠올라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그때, 두툼하고 큰 손이 선혜의 입을 막았다. 곧바로 번쩍 들어올려, 더욱 외지고 사람들의 이목에서 벗어나는 곳으로 이동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벗어날 수 없었다. 좋아하는 학교 선배 생일 파티에 빨리 가야 하는데, 선혜는 이곳을 벗어날 길이 없었다.

"살려 주세요."


📍p21
벽에 머리를 부딪히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 그 순간, 나는 미친 듯이 뛰었다. 사내와 망을 보던 사내를 지나치고, 다가온 남자를 스치고, 멍하니 골목길에 서 있는 여자 옆까지 뛰었다.
"빨리 도망쳐요, 얼른!"
📍p32
엄마, 그러지 마, 정말 힘들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하루를 쉰다는 엄마 계획이 치밀하고 날카로웠다. 엄마는 나를 알아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엄마 계획에 내가 며칠 쉬는 건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p45
평범하게 살고 싶은 욕망,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고 싶은 욕망이 간절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 미칠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도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 그날 일을 떠올리는 단어를 살짝 흘리기만 해도 온몸이 뻣뻣해졌다.
📍p55
나는 조심스럽게 내 마음속에 감췄던 꽃을 들여다보았다. (...) 오래 피어 있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화사하게 웃는 수선화처럼 피고 싶었다. 그런데...
꽃이 희미하게 멀어졌다. 흔들렸다. 손등 위로 물방울이 똑똑 떨어졌다. 밖으로 드러나지 말아야 할 눈물이었다.


📚
세상은 가끔 잔혹동화.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
어둠 속에 몸을 숨긴 검은 손이 숨소리도 내지 않고 먹이를 기다리고 있다.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는 게 좋을까.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일이 되는 걸까.

선혜는 검은 손에 의해 극심한 공포와 수치심을 경험하고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기억하지 말자고 마음 먹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장면이 아니었다.
목소리, 냄새, 숨소리까지 세포마다 새겨진 문신처럼 각인된 그날의 기억.
누군가의 눈길, 친구의 가벼운 터치, 혼자 걷는 길, 어둠.
그날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트리거가 되어, 일상을 서서히 망가뜨리고 있었다.

📚
학교에서 퍼지기 시작한 소문.
선혜는 점점 더 추워졌다. 온몸이 얼음처럼 차가워졌고, 심장은 얼어붙었다.
또 다른 공포. 비밀이 밝혀지는 게 두려웠던 선혜.
살아남은 피해자에게 현실은 또 다른 지옥이었다.

선혜의 변화는 친구와 부모에게도 큰 아픔이 되었다.
위로라고 하는 말은 오히려 선혜를 아프게 했고,
예상치 못한 선혜의 반응에 주변 사람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고장난 말과 행동을 하는 주변인들을 보며, 내 모습과 오버랩됐다.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준 적은 없었을까?
힘들다고 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보통의 위로가 오히려 가해가 될 수도 있었다니.

그 어떤 위로도 선혜에게 닿지 않았고,
진짜로 듣고 싶었던 말은 바로....!!!!


🙋
성폭행(성추행) 피해자가 겪는 트라우마를 사실적으로 그려냈고, 피해자의 주변인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 많은 소설이라 강력 추천합니다. ✨️✨️✨️✨️✨️



⭕️ 이 서평은 바람의아이들(@baramkids.kr)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얼음붕대스타킹 #김하은 #바람의아이들
#장편소설 #국내소설 #청소년소설 #청소년추천도서
#성추행피해자 #성폭행피해자 #상처 #치유 #희망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서평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