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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숙과 제이드
오윤희 지음 / 리프 / 2024년 11월
평점 :
#서평
💍 어떤 이와도 가깝게 지내지 않았던 엄마.
💍 사망이후, 엄마의 비밀을 알게 된 딸 제이드.
💍 한국전쟁 후 시골아가씨가 겪었던 현실은 지옥이었다.
💍 한국의 뼈아픈 역사적 사실 전달과 모녀의 감성적인 이야기가 어우러진 소설.
📚
엄마가 돌아가셨다.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는 엄마. 딸과 손녀를 한 번에 알아보지 못하는 치매 증상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엄마 집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는 이웃의 말에 요양원에 들어간 엄마. 폐렴으로 죽었다.
엄마가 용양원에 들어갈 때 챙겨간 짐은 단촐했다. 사진, 평범한 옷 몇 벌, 작은 박스 하나. 엄마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세상 누구에게도 곁을 주지 않았던 엄마는 보이지 않는 벽을 세운 채 살았다.
하지만, 처음 보는 박스 속의 엄마는 내가 아는 엄마가 아니었다.
앳된 모습의 엄마. 엄마 옆에 선 남자는 아빠가 아니었다. 엄마를 닮은 나처럼 한국인이었다.
나도 모르는 남자친구였을까? 아니면 첫사랑?
작은 메모지엔 엄마 글씨로 적힌 주소 하나. 작은 반지 하나.
도대체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p21,22
떠나온 고국의 말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온종일 집 안에 인형처럼 오도카니 있는 엄마도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엄마가 좀 더 말수가 많아지고, 좀 더 많이 웃을 수 있게 되길 바랐다. 그러면 나는 어쩌면 엄마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p29
엄마는 내게 한국에서 자신이 어떻게 살았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전쟁 때문에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혼자 힘으로 살아가야 했던 소녀가 안락하고 행복한 생활을 했을 리는 없다.
📍p59
내가 대학에 진학하기까지 약 10년간 우리 가족 구성원은 공동의 공간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세 명의 타인 같은 생활을 계속했다. 아빠는 잦은 음주와 외박을 그만두지 않았다. (...) 엄마는 늘 그랬듯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행동했다. (...) 나는 아빠를 이해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런 엄마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p110
내 마음이 무너진 순간, 가장 먼저 생각난 얼굴이 왜 엄마였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엄마랑 나는 그렇게 살뜰한 모녀 관계는 아닌데, (...)
📚
제목이 왜 영숙과 제이드일까?
과연 그들은 누굴까?
궁금증을 키우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첫 장면은 제이드가 화자다.
엄마의 죽음을 슬퍼하며 오열하는 딸은 어디에도 없었다.
엄마의 존재감 없던 삶.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던 삶을 덤덤하게 떠올린다. 아는 사람 이야기하듯.
📚
제이드가 엄마를 회상하는 장면이 지나가면,
작은 상자 속 앳된 엄마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그 시절 영숙이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숙이가 미국으로 넘어오게 된 사연.
그저 사람을 믿은 죄밖에 없었던 착한 아이.
살아있을 때 지옥을 경험한 슬픈 역사 속 주인공.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되면서 독자는 한국의 아픈 역사를 보게 된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영숙은 가까이서 보아도 멀리서 보아도 그저 비극이었다. 정을 준 이는 모두 죽거나 떠났고, 떠올리며 그리워 할 추억은 없었다.
왜 영숙이 딸에게조차 벽을 세우고 살았는지 이해하게 되는 과거사.
저자는 죄 짓지 않았지만, 죄인처럼 살았던 그녀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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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글에 감정을 싣지 않았다.
최대한 덤덤하게.
누구와도 정을 나누려 하지 않았던 영숙의 철저한 고독을 그려냈다.
행간에 숨겨둔 분노와 눈물에
자기도 모르게 젖어들게 되는 독자들.
제이드의 눈물과 때늦은 후회를 보며 함께 폭발한다.
책을 읽다가 '저자'가 누군지 궁금해지는 작품이 있다.
그의 또 다른 작품들을 검색해 보게 하는 글을 쓴 사람.
오윤희 소설가가 그랬다.
🙋 근현대사 역사가 담긴 소설을 찾는다면,
🙋 모녀의 애증이 담긴 소설을 찾는다면,
매끄러운 이야기 전개과 등장인물의 감정에 이입되도록 쓴 필력이 돋보이는 소설이라 추천합니다. ✨️✨️✨️✨️✨️
⭕️ 이 서평은 포레스트 (@forest.kr_)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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