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mm의 거리
강성욱 지음 / 글멋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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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주변의 사물이나 겪었던 일에 "왜"라는 질문을 던진 작가.
🍃 세상은 13mm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어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 있다.
🍃 영화 속 한 장면을 감상하는 기분으로 읽게 되는 글.


📚
익숙하게 움직이는 하루.
아침에 눈을 뜨고, 물을 마시고, 글을 쓰고, 안경을 쓰고...
숨쉬는 것처럼 매일 하던 행동들.
한몸처럼 매일 쓰는 물건들.

제대로 눈여겨 본 적 없는 것들.
마음을 쏟고 매일 손길을 더할 필요도 없었지만,
늘 내 옆에 존재했던 것들.

이 책에선 그들이 주인공이다.


📍p18
한국에서 모든 시간은 무언가를 위해 미리 준비해야만 하는 때였습니다. (...) 특정 나이에 정해진 것을 해야만 하는 암묵적이지만 동의한 적 없는 합의와 관념, 이념은 한국 사회에 담근 몸을 더욱 무겁게 만드는 수압이자 기압이었습니다.
📍p68,69
안경을 평생 착용하고 살아온 사람에게는 안경 너머로 보이는 세상이 원래의 세상인 것으로 느껴집니다. 색부터 질감 그리고 크기깍지 전부 안경이 빚어낸 모습이면서 동시에 내가 인식하는 세상이 됩니다. 다만 그 사이에는 약 13mm의 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p82
긴 시간의 흐름은 오래된 것, 익숙한 것과의 작별을 필연적으로 수반합니다. (...) 사라져간 만큼 제 주변에 또한 가깝게 있던 많은 존재의 빈자리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더운 여름, 넝쿨 식물 시원하게 늘어진 그늘 밑에서 마시던 군대 자판기용 150원짜리 간 얼음 가득한 냉커피처럼. 지상의 칼바람에 맞서며 마시던 지하철 1호선 부평역 승강장의 400원짜리 뜨거운 우유 한 잔처럼.
📍p113
다가가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었음을, 때로는 적당한 거리와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뒀어야 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무겁게 가슴 한가운데를 짓누릅니다. 다가가려는 마음이 그들의 마음을 힘들게 했음을 몰랐습니다.

📚
영화의 한 장면은 등장인물의 사연,
등장인물을 둘러싼 배경, 인물의 감정 변화를 느끼게 하는 표정과 배경음악 등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완성된다.

이 책 속 글들은 영화 속 한 장면을 멈춰 세운 것처럼 적혀있다.
상황 묘사와 심리 묘사가 탁월해,
매직아이처럼 글 속의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지고,
그 속에 내가 서 있는 착각을 하게 했다.


📚
김춘수의 시 "꽃"이 문득 떠올랐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아주 사소한 사물, 평범한 일상과 경험들이
저자의 펜 끝에서 <꽃>이 되어 살아 숨쉬는 글로 재탄생했다.

굴러다니는 립밥이 눈에 보여도 신경쓰지 않았던 9개월.
애타게 찾아도 보이지 않는 지금에서야 굴러다니던 립밥이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알게 되는 에피소드는 지금 계절과 어우러져 공감을 자아냈다.

인연을 버스에 비유한 글이 많은데,
저자가 쓴 버스와 인연에 대한 사유는 새로운 접근이라 기억에 남는다.

필자도 평생 안경을 쓴 사람이라,
저자가 쓴 안경과 렌즈 글을 보면서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반대되는 내용도 있어서, 열띤 논쟁을 펼치며 읽은 에피소드다.
고개를 끄덕이다, 어느 순간 "음..그건 좀..." 하며 혼잣말을 하는 수준이었지만 나름 신중한 의사 표현이었다. 후훗.

🙋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다 생각된다면,


사소한 순간이 특별한 의미가 되는 경험을 선물하는 책이라 추천합니다. ✨️✨️✨️✨️✨️



⭕️ 이 서평은 글멋지기 (@damonkang)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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