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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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툭툭 내뱉듯 덤덤하게 쓰인 글과 생생한 묘사.
🌬 아일랜드의 막달레나 세탁소에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삼은 소설.
🌬 한 사람의 양심이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
🌬 소설은 끝이 났지만, 주인공의 다음 삶을 상상하게 되는 소설.



📚
흑맥주처럼 까만 배로강을 따라 흐르는 미신이 있다.
"한 해에 세 명이 배로강에서 목숨을 잃는다."
그저 흐르고 있을 뿐이지만, 사람들의 믿음을 먹고 더욱 짙어지는 강.
힘든 삶을 놓아버린 인간이 마지막 숨을 내뱉어내듯 겨울은 더욱 스산하기만 하다.

추운 겨울을 맞이해 석탄과 뗄감을 준비하는 사람들.
빌 펄롱은 주말도 없이 매일 열심히 배달을 했다. 자신의 삶이 아무 문제 없이 평탄하게 흘러가는 것을 다행이다라고 여기는 한 남자. 다섯 명의 딸을 키우는 아버지. 에일린의 남편. 어머니의 아들. 아빠 없는 아이.
늘 아버지가 누군지 궁금했지만, 누구에게도 묻지 못했다.
어머니에게도. 어머니와 자신을 거둬주신 미시즈 윌슨에게도. 빌 펄롱의 일부가 항상 메꿔지지 못한 채 살아가는 기분이었다.

추운 날씨로 배달을 재촉하는 사람들 중엔 수녀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직업 여학교와 세탁소를 운영하는 수녀원. 오갈 데 없는 여자아이들을 돌봐주는 고마운 곳이라 만약 미시즈 윌슨이 우리 모자를 돌봐주지 않았다면 엄마도 수녀원에 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허나 달갑지 않은 소문도 무성한 곳. 배달하러 간 어느 날, 지저분한 아이들이 경당 바닥을 닦고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p29
늘 이렇지, 펄롱은 생각했다.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가,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래도 마찬가지일까.
📍p44
요즘 펄롱은 뭐가 중요한 걸까, 아일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p111
펄롱으로 하여금 자기가 더 나은 혈통 출신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서, 그 세월 내내 펄로의 곁에서 변함없이 지켜보았던 네드의 행동이, 바로 나날의 은총이 아니었나.(...) 왜 가장 가까이 있는 게 가장 보기 어려운 걸까?
📍p117
배로강이 자기가 갈 길을 안다는 것, 너무나 쉽게 자기 고집대로 흘러 드넓은 바다로 자유롭게 간다는 사실이 부럽기도 했다.

📚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초반부는 크리스마스를 위해 아이들의 선물을 고르고, 먹을 것을 만들어 손님을 초대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소설 속 펄롱은 중년의 남자. 일이 끊기지 않아 다행이라 여기고, 아내와 딸들을 부양할 수 있는 현재를 고맙게 여긴다. 문득 스쳐가는 불안은 가정을 꾸리는 모든 성인에게 일어나는 걱정 중에 하나일 뿐.

수녀원에 배달을 갔다가 우연히 목격한 여자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그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간다.

📚
가족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
수녀원과 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명문 여학교에 자신의 딸이 다니고 있고, 많은 주문을 해주는 수녀원과의 거래는 가족을 먹여살리는 가장으로서 놓칠 수 없는 거래처다.

하지만, 양심 한 구석이 찌르르 진동하는 순간.
평온하고 평범했던 일상은 언제 무너질지 모를 모래성같은 순간이 되고 만다.

📚
'위태롭다'는 말을 쓰지 않고 위태로운 펄롱을 느끼게 하는 소설.
131페이지의 짧은 소설이긴 하나, 한 문장에 압축해서 담은 생각과 감정은 그 이상이다.

👉모르는 척 하는 사람들.
👉당신도 조심하라 일러주는 사람들.
👉그들의 존재가 도움이 된다며 눈 감으라는 아내.

계속 버티고 조용히 엎드려 지내면서 주변과 척을 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일까.'
'펄롱의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일까.'
'아내의 말이 무조건 틀린 것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



⭕️ 이 서평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chae_seongmo)님이 모집하신 서평단에 당첨되어 다산책방(@dasanbooks)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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