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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말들 -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
조소연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6월
평점 :
#서평후기
🌊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엄마를 썼다.
🌊 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한 나를 썼다.
🌊 회피하고 침묵하며 살았던 여자를 썼다.
🌊 거르지 않은 날것의 이야기가 폭풍처럼 쏟아진다.
🤝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집안에서 소개한 남자와 결혼한 한 여자. 이루지 못한 사랑보다 사기당한 결혼이 더 억울했다.
돈이 없어 줄줄이 삼남매를 집에서 홀로 낳아야 했을 때, 식당에서 일하며 수많은 남자들의 응큼한 웃음을 견뎌야 했을 때, 서울로 상경해 쥐가 상주하는 창고방에서 살아야 했을 때, 오로지 아이들을 잘 키워내면 이 모든 고생은 끝날거라 생각했다.
그녀는 수입의 모든 것을 아이들에게 쏟아부었고, 아이들은 그녀의 품에서 떠났다.
허탈했다. 화가 났다. 무기력했다.
그랬던 그녀가 다시 생기를 찾은 건 아이도, 남편도 아닌 산이었다. 늑대처럼 이산 저산을 옮겨다니며 살아가는 맛을 찾게 된 그녀.
어느 날 정신줄을 놓더니, 2018년 5월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p64
식당은 어머니에게 자유도, 안식처도 되지 못했다. 어머니는 궁지에 몰려 갇혀 있는 암탉처럼 때로 지치고 무기력하게, 때로 창백하고 무참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p74
자식들을 모두 대학에 보내는 데에 성공했지만, 어머니에게는 그 어떤 명예도, 사랑도 주어지지 않은 채 더욱더 큰 공허만이 찾아왔을 뿐이었다. 그녀의 몸은 빈집이 되었다. 그 빈 공간은 삶에 대하나 한탄으로 메아리치고, 남편과 아들에 대한 원망으로 핏빛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p142
나는 어머니를 이대로 어둠 속에 내버려두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지게 되었다. (...) 그 무력함이 나를 압도하는 밤이면, 나는 그 '말할 수 없음'에 대하여 '쓰기' 로써 엄혹한 침묵의 시간을 건너가기로 했다.
📍p179
영혼이 병들기 시작할 때, 우리의 몸 또한 병들기 시작한다. 나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함으로써 나의 병듦을 비로소 인식했으며, 그것으로부터 다시 출발하기로 했다. 아픈 몸과 영혼마저도 내 삶의 일부로 끌어안기 위해 나는 다시 한 글짜, 한 글자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
이제 더이상 그녀의 사랑을 확인할 방법도 없지만,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 작가는 오랜 침묵과 회피를 철회하고 다시 그녀를 살아나게 했다.
작가님은 잔인할 정도로 어머니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써내셨다.
죽은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따귀를 때렸을거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아프고 쓰린 지난 날을 한치의 망설임없이 공개하셨다.
'씀'을 통해서 작가는 어머니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걸까?
폭풍같은 고백 후, 또 다른 고백이 쏟아진다.
🤝
작가님은 위로 오빠 하나 아래로 여동생 하나를 둔 삼남매 중 둘째다.
교육열이 높은 엄마 밑에서 기대에 못미쳐 튕겨나간 둘째.
연애할 때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하던 여린 여자.
스스로를 못마땅해 하고, 세상을 들이받고 싶은 반항으로 똘똘 뭉친 여자.
그녀의 고백은 애증의 관계에 놓인 수많은 모녀의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미운데, 짜증날 정도로 미운데,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지는 단 한사람. 엄마.
저자는 그녀를 어둠 속에 홀로 둘 수 없었고,
글을 통해 다시 세상을 종횡무진 뛰어다닐 수 있게 해방시켰다.
🤝
쎄다. 에세이를 읽고 소감으로 쎈 맛이라 표현한 두번째 책이다.
작가님 어머니의 입을 통해 모든 사실을 들었다면,
가장 쎈 맛이 되었을까.
왜 그녀는 그토록 사랑하고 집착했던 가족들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을까?
작가님은 어머님이 목숨 받쳐 숨긴 수치심 가득한 이야기를 왜 공개하셨을까?
궁금함은 본문을 다 읽은 후까지 남았다.
제주도에서 글쓰기 수업을 하신다는 작가님의 글을 읽고서야, 떠오른 한마디. 화해.
살아생전 이해해주지 못하고 온전히 사랑해주지 못한 마음을 담아 엄마와 화해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글 속에서 어머니는 대담한 늑대처럼 한치의 망설임없이 자유로웠다.
🙋
애증 관계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온전히 사랑만 하기에도 삶은 너무나 짧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
⭕️ 이 서평은 북하우스(@bookhouse_official)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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