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거리
야마시타 히로카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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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생각을 나만 하는 줄 알았다. 에세이같은 소설 한 편에 마음 한 편이 묵직하다.

🌳 나의 가족 구성원은 말도 안된다. 평범하지 않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어째서 바람핀 남편의 엄마를 키이짱은 부양하고 있는걸까?
모든 부당한 소리를 들어가며 그 비위를 맞춰주고 있는걸까?
생활비도 제대로 받아내질 않는걸까?
엄마라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보살펴줘야 할 부양가족 중에 한명이다.
아흔살의 할머니는 입맛 열면 내 속을 긁어댄다. 당신의 병수발도 생활비도 병원비도 엄마와 내가 부담하고 있는데 늘 바람피고 이혼해서 떠나간 아빠만 찾는다. 손주는 바람난 여자한테서 태어난 손자밖에 없는 듯 행동한다.

누가 칭찬을 바랬나? 인정해달라고 했냐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고 싶다는 유메였다.

🌱p59
바람피우고 애까지 가져서 집 나간 남자와 결혼한 것만 해도 꽝인데, 그 남자의 엄마를 갈라서고 난 지금까지 부양하고 앉았으니 꽝도 이런 꽝이 없다.
🌱p89
깡마른 두 팔도, 튀어나온 어깨뼈도, 살이 간신히 붙어 있는 다리도. 온갖 것들이 떨어져 나가 심이 되어가는 과정 같은, 생의 경계를 건드리고 있는 듯한 공포와 거북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p94
신발도 없이 홀로 아빠 집을 뛰쳐나온 할망구를 나는 조금 측은하게 여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나는 할망구를 단 1초라도 '불쌍하다'고 여긴 스스로를 두들겨 패주고픈 심정이었다.
🌱p107
나는 비틈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빈틈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기적이고 거만하고 신경질적이고, 말로 상대를 헐뜯고, 비난하고, 얄밉게 욕지거리만 해대는 감당 못 할 여자로 여겨지는 게 마음 편했다. 그래야만 상처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다.

🌳
"어째서 인생은 끝이 없을까. 언젠가 끝난다는 걸 알면 좀 더 버티기 쉬울텐데 말이야."
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 생각을 그대로 그려놓은 소설이 <욕지거리>다.
끝없는 인생의 고단함과 부담감을 그려냈다.

소설 속엔 3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아흔의 나이에 몸은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지만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해내고 싶은 할머니.
늘 큰소리로 고집을 주장하고 이겨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할머니다.
잘 해줘야 한다는 마음과는 달리 얼굴을 마주하면 욕지거리가 튀어나온다. 그 욕지거리의 수준은 할머니를 '할망구'라 부르는 정도와 높은 톤으로 할머니의 억지를 되받아치는 정도지만 그래도 화가 좀 풀린다.

그 모든 투정과 억지스런 고집을 고스란히 받아주는 엄마, 키이짱.
아빠가 바람을 폈다는 사실을 밝혔을 때도 이혼하자고 서류를 내밀 때도 시어머니인 할머니가 우리 집으로 오셨을 때도 순종적으로 모든 일을 받아드렸던 키이짱. 나는 그런 엄마가 못마땅하다. 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고 늘 모든 걸 책임지고 생병이 나는지 그런 엄마가 못마땅하다.

이 집의 경제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유메. 이제 곧 스무 살이 되는 아이다. 늘 현재의 모든 일들이 짜증스럽고 화가 난다. 그래도 벗어나지 못하고 책임지고 있는 딸이고 손녀다.
회사에선 계약직이라 늘 불안한 위치였고 남자친구는 부자집 아들이라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늘 철없는 행동만 한다. 집으로 가서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집으로 가는 발길이 무거운 유메.

멀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어도 발길은 떨어지지 않는 유메와 자신이 선택한 인생을 책임지려는 키이짱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다 지쳤다.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는 글이나 그때의 감정을 묘사하는 글이 좋았다. 명확하게 전달되는 비유들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네모 바퀴로 굴러가는 가족이었다."같은 표현들 말이다.

또한 거침없는 감정표현들이 대리만족을 하게 했다. 사는 동안 체면때문에 참았던 말과 행동들이 유메의 입을 통해 쏟아졌다.
내심 속시원했던 마음과 달리 아직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들이 남았다는 말에 또다시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유메가 쓴 소설은 결말이 있는데 왜 인생은 끝이 없는걸까.
"어째서."라는 유메의 한마디에 모든 고단함이 전해져 마음이 무거웠다.

삶이 힘든 당신을 대신해 속시원하게 욕지거리 해주는 소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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