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후쿠나가 다케히코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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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고독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인정받지 못한 사랑, 죽음에 대한 두려움. 어느 것도 대변해주지 못했다.

🌼 폐결핵으로 결핵 요양원에서 요양 중인 나는 시오미 시게시를 만나게 된다. 삶에 대한 어떤 의지도 보이지 않는 그.
우연히 들은 말은 앞에 있었던 요양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했다는 정보 뿐이었다. 글을 쓴다는 그는 자신을 소설가로 소개하는 것도 짐짓 불편해했다.
하지만 늘 무언가 불편한 자세로 끄적이는 그.
그가 또다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폐 절제를 통해 병이 있는 부위를 없애겠다는 말을 의사에게 직접 요구했다.
성공한 적 없는 의사 또한 만류할 정도였으니 이 수술은 무모함을 넘어서 목숨을 건 시도였다.
막무가내로, 혹은 단호하게 계속해서 수술을 해달라고 하는 시오미의 말에 의사도 그러겠다 말을 했고. 드디어 그 날이 다가왔다.
나에게 두권의 공책을 남긴 채, 그는 수술실로 향했는데...

✒️p25
소년 시절 꿈꾸었던 '산다'라는 것은 지금 같은 이런 비참한 상태를 가리키는 건 아니었다. '산다'라는 말 안에는 타오를 듯한, 온몸을 바쳐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기쁨과 슬픔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산다는 것이 그저 하루 하루의 소모일 뿐이었다, 뭘 하는 것도, 뭘 생각하는 것도 없이, 그저 나른한 권태 속에서.
✒️p63
내 불안을 주로 이루고 있었던 것은 죽음의 공포보다도 오히려 삶에 대한 불만이었다. 나는 옛날부터 고독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를 떠나갔다. 하지만 사랑하고 있을 때 나는 살아 있었다.
✒️p142
그래서 산 자는 반드니 죽은 자의 기억을 늘 새롭게 하고, 죽은 자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죽은 자를 슬퍼하고 애통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그라진 생명을 되돌리려고 하는 것은 산 자의 당연한 의무여야만 한다.

🍃
봄날의 꽃잎에 바람에 흔날리듯, 가을 바람에 부스스 낙엽이 떨어지듯 글은 "그러하니 그러했다."
라는 느낌들로 쓰여있다.
읽는 내내 같은 이미지의 글이 떠올랐는데,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글이 매운맛이라면 후쿠나가 다케히코의 글은 순한맛이라 읽는게 힘겹지 않았다.
(다자이 오사무 글은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고 나조차 인간실격화 되는 기분이어서 힘겨웠던 기억이 있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 흐르는 창가에 앉아 사랑과 죽음 속에서 고독했던 시오미의 인생을 읽다보니 남모를 공감도 했고 불편한 진실도 만나게 됐다.

1장에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용기가 없는 시오미는 합법적으로 죽을 방법을 고안해낸다.
2장에선 10대의 혼란스런 마음을 담은 시오미의 사랑이 그려진다.
3장에선 시오미가 20대의 현실과 타협할 수 없었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4장에선 모든 이야기를 아우르는 결말이 이야기된다.

사랑을 하는 순간도 고독했다는 그.
순수한 사랑을 했노라고 주장하지만 인정받지 못한 사랑에 오히려 상처받고 마는 그.
죽음은 갑자기 다가와 사랑하는 이를 빼앗아가고, 어느 새 자신의 발치까지 와있다는 두려움을 이야기하는 그.
그래서 헤어지자는 연인도 붙잡지 못하고 홀로 전쟁에 나가는 그.
홀로 병마와 싸우다 쓴 두권의 노트를 누굴 위해 쓴 걸까?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들 속에 이 두가지의 이야기를 남긴 이유는 소설 속 화자 역시 궁금해하며 마무리된다.

인생의 큰 굴곡마다 느껴지는 상실감을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작가님의 글과 이야기하듯 자신의 생각을 끄적이게 되는 소설이었다. ✍️
여백의 미를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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