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경계에서
미카이아 존슨 지음, 이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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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중 우주를 횡단할 수 있는 세계. 소재만으로도 이미 두근거렸다. 읽고 난 후 이 소설을 쓴 작가님 팬이 되고 말았다.

✅️ 0호 지구에선 다중 우주 속의 다른 지구로 여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른 지구로 가는 길은 늘 은야메의 은총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지가 뒤틀리고 팔다리가 뽑히는 고통을 겪다가 죽게 되니까 말이다. 과학자들은 다른 세계로 갈 때 느껴지는 압력이라고 하지만 다중 우주를 여행하는 횡단자들은 알고 있다. 은야메의 손길로 무사히 건너갈 수 있음을. 만약 도착하자마자 극심한 고통과 함께 죽음이 눈 앞에 왔다면 은야메에게 선택받지 못한 사람이었다는걸.
그렇게 목숨걸고 다른 세계로 건너가는 것을 여행이라 할 수 없는 이유다.
횡단자. 사람들은 그들을 그렇게 말한다.
카라는 애시타운 출신이다. 살아남기 위해 뺏고 빼앗는 곳. 죽음이 난무해서 버티고 살아남아야 하는 곳이었다.
앨드리지 연구소가 있는 와일리시티는 반대로 태양같은 곳이다. 사과를 먹을 수 있고 하얀 피부에 하얀 옷을 입는 곳.
0호 지구는 계급사회였기에 애시타운 사람이 와일리시티에 오려면 허락도 필요했다.
그런 곳에 카라가 뽑혀온 것이다.
카라는 애시타운을 벗어나 와일리시티에 머물수만 있다면 횡단자로 생활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끈질긴 목숨으로 살아남을 것이라 생각했다.
횡단자로 활동하기 위한 단 하나 조건. 횡단하려는 지구에 자신과 똑같은 도플갱어가 있으면 안된다. 그 곳의 내가 죽은 것을 확인해야만 그 곳으로 횡단해서 정보들을 수집해 올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첫 횡단지로 22호가 선택되었고 그 곳에서 카라는.......

📌p48
다음 차례의 불꽃이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터지며 하늘을 수놓을 때 내 진실을 말해 버린다.
"나는 카라멘타가 아니야. 카라멘타는 죽었어."
📌p70
또 어느 날은 내가 누워 자는 침대의 주인인 여자처럼, 자신의 것이 아닌 세계에서 헐벗은 채로 흙바닥에 엎어진 채 피를 흘린다.
대개 운명은 우악스럽게 돌변한다.
📌p105
횡단자들의 시체가 소환되었을 때(..)
과학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조사가 충분하지 않았군. 역회전을 예상했어야 했는데.
종교인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도가 충분치 않았어. 산 제물을 예상했어야 했는데.
📌p109
횡단자의 죽음을 제 것이 아닌 세계로 무단 침입한 벌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일종의 시험이라고 확신한다. 그 세계 사람들처럼 머물 자격이 있는지 알아보려는 시험 말이다.
📌p115
카라멘타, 카라멘타, 카라멘타.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다. 그러나 나이기도 하다. 아니, 나는 누구도 아니다.

✅️ 이 소설이 첫 작품이라는 소개글을 읽고 차기작이 기대됐다. 워낙에 다중 우주 관련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상상만 했던 내 모습이 우주 어딘가에 다른 존재로 살고 있다는 상상은 늘 SF소설을 찾게 되는 이유가 됐다.

이 소설에서는 같은 현상을 보는 두가지의 눈을 이야기 한다. 과학자의 눈과 종교인의 눈으로!!!
뒤틀린 시체를 보고도 다른 눈으로 해석하는 관점들도 재밌게 읽은 부분이다.

창녀 엄마 밑에서 살다 죽은 카라도 있고 죽기 싫어 찾아간 권력자 닉닉에게 농락당하다 맞아 죽는 카라도 있다.
225호 지구에선 와일리시티 100층 건물에서 부족함 없이 사는 카라가 있다.
다양한 지구 모습을 보는 것 또한 하나의 재미다.
계급들마다 가능한 행동양식도 존재했다.
그런 모든 것들이 이야기를 좀 더 극적으로 이끌어가는 조건들이 된다는 것을 후반부로 갈수록 알게 되었다.
화려하게 꾸미지도 않고 무심하게 툭툭 내뱉듯 적힌 글들이 오히려 더 긴장감을 더했다.
빠른 전개로 궁금증이 더해가는 이야기들까지.
세상마다 해결하게 되는 사건들. 끊임없이 연결되는 인연들...
크!!! 페이지터너로서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SF적 요소는 다중 우주를 횡단할 수 있는 부분이 전부였고 나머지는 그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사건 해결에 대한 이야기다 대부분이었다.
과학적인 설명이 난무하는 다른 SF소설하고는 다른 점이다.

죽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삶을 붙잡고 쟁취한 카라.
카라멘타, 카라리, 멜라인...무엇으로 불리든 그녀는 그녀였다.
어떤 모습으로 어떤 삶을 살고 있어도 그녀의 존재 이유는 한가지였다. 살아남기.
살아남은 카라의 이야기에 흥분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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