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꿈 트리플 16
양선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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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모든 것이 소설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너구리 외교관
피를 흘리는 한 그가 산장을 발견한다. 문을 열어달라고 두드려보지만 조용한 산장. 이대로 죽겠구나 싶을 때 나타난 너구리. 너구리는 이 산속에서 사랑받는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산장 주인 또한 이 너구리(전령)의 요구에 문을 열어주게 되는데...
▶p16
그가 죽어도 괜찮아. 통증으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숨이 끊어져도 나는 몰라. 하지만 너구리야, 네 애교를 뿌리치는 일은 너무 힘들구나.

📍말과 꿈
종마가 공항에서 탈출을 했다는 기사를 보고 그는 녀석(말)을 만나기 위해 공항으로 출발한다.
그가 녀석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 사실, 그러나 그는 녀석이 낯설지가 않았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과거에 백일몽을 꾸었고 그 때 녀석의 환영을 본 것 같았다. 뉴스를 통해서 본 종마가 녀석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녀석을 꼭 만나야겠다는 마음으로 도착한 공항. 녀석을 만나기까지는 순조롭지 않을 것 같았는데...
▶p35
그는 까막잡기를 하듯 양손을 더듬거린다. 그가 포옹하면 녀석은 생겨난다. 그런데 어디 있어. 너 어디 있어. 그는 자꾸만 녀석을 찾고 있다.

📍'퇴거'와 나중에 함께 묶인 다른 산문들
그의 공간을 마음대로 어지럽히며 지내는 친구. 친구에 대한 애정이 깊은 그는 먹여주고 재워주고 살게 했다.
친구에 대한 마음은 깊으나 자신의 삶을 엉망으로 만드는 친구가 퇴거하길 바라게 된다.
▶p195
나는 내 집을 내 집이 아니라 내 친구가 실종된 장소로 인식하겠다는 퇴거 명령에 사인하고, 내 집을 점유한 친구의 환영에게 주거할 권리를 보장하는 등기 서류를 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자음과 모음 트리플 시리즈 중 열여섯 번째 작품이다. 세 가지의 이야기를 담은 구성으로 작가만의 색채가 짙은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말과 꿈>은 양선형 작가의 세 번째 소설이고 스스로를 '불친절한 작가'라 할 만큼 자신만의 글에 고집을 담았다.

세 가지 이야기의 전체적인 소재는 현재의 삶이었다.
다친 사람이 지금 당장 죽게 되도 문을 열어주는 행동이 지금 산장 주인의 할 일이었던 것처럼.
뉴스에서 종마를 발견하고 꼭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공항으로 달려가는 그처럼.
친구가 너무 좋고 그의 집을 어지럽히는 것이 괜찮아도 지금 당장 내 집에서 나가줬으면 하는 현재의 감정처럼.
미래를 위한 설계, 과거에 대한 후회같은 것은 이 책에서 중요하지 않았다.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세 번 읽어야 전체적인 이야기의 틀이 잡히는 소설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지 않고 쓰여있어서 읽다가 '아하, 과거 회상 씬이구나.' 하며 이야기를 구분하며 이해해야 했다.
의식의 흐름대로 -화자가 생각나는대로- 순간순간을 기록한 글들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현재의 기분을 이야기하다가 그 순간과 맞물리는 과거의 한 부분을 떠올리곤 하는 이야기들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문장들이 하나같이 에둘러 표현한 듯해서 그 뜻을 이해하기 위해 앞 뒤 내용과 함께 묶어서 생각해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
이야기 전체가 하나의 긴 시와 같다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환상과 현재, 두 시점의 이야기들이 기묘하게 어울어져 있는 이야기들.
그래서 생각해야 했고, 삼독하고 보니 마음에 남는 문장들이 생겨 지나치지 못하고 필사까지 하게 됐다.

그래서 이 책은 한마디로,
어른들을 위한 동화.
필사하기 좋은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또한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싶은 지인에게 조심스레 선물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곱씹어가며 공들여 읽게 되는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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