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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디어리스
권오경 지음, 김지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평점 :
✅️ 무언가에 푹 빠진다는 것은 때론 미쳤다고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 폭발적인 이야기가 이 책 속에 있었다.
✅️ 높은 건물 옥상에서 와인을 따르며 축배를 준비하는 사람들.
바로 근처 한 건물이 폭파하며 무너져내렸다.
과연 이 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엄마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피비. 그녀는 그 상실감과 죄책감으로 일상에 집중하지 못하고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파티만 좇는 사람이 된다.
신학대를 다니다 신앙의 근본적인 믿음이 흔들려 종교를 버리고 이 곳, 녹스허스트의 에드워즈 대학으로 편입한 윌.
한 파티에서 둘은 만났다. 사랑했고 갈등을 함께 겪어간다.
정확한 과거도 알 수 없는 사람, 존 릴. 그는 소수정예로 사람들을 모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고 선동하는 사이비 종교 '제자'를 창립한다.
피비와 윌은 서로에게 진정제가 되어주고 귀신을 쫓아내는 퇴마사가 되어주었다.
존 릴이 둘 사이에 나타나기 전까지...
피비와 윌이라는 두 개의 세상 속에 광적인 존재가 나타나기 전까지!!!!!
🌋p12
예전에 너는 내가 이해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지. 그래서 지금 난 노력하고 있어. 이렇게.
🌋p127
윌의 미소가 비틀려 있었던 것을, 그가 얼마나 측은해 보였는지를 줄리언은 미처 몰랐던 거예요. 울면 혼난다고 배운 어린아이가 내보일 법한 허세라니.
🌋p160
피비는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민자잖아. 이민자들은 심리상담을 믿지 않아. 내가 그런 걸 한다고 하면 주위 한국인들이 의지박약이라고 볼 거야.
🌋p244
피비를 사랑한다면 떠나줘야 했다. 하릴없는 눈물로 눈시울이 화끈거렸다. 나는 할 수 있을 때 그곳을 떠났다.
✅️ 《THE INCENDIARIES》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사전적 의미로는 INCENDIARY의 복수형으로 폭탄, 방화를 일컫기도 하지만 선동적인이라는 의미도 내포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제목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보니, 폭발적으로 한 곳에 빠져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모든 의미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는 제목이겠다.
책 속의 이야기들이 평범하지 않았다.
엄마 죽음으로 세상을 잃은 듯 살아가던 피비는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는 사람들을 만나면 하룻밤 상대로도 마다하지 않았다. 학교 수업은 나가지 않아도 밤마다 열리는 파티는 모두 참석하는 파티걸이었다.
신앙에 대한 믿음을 잃은 윌은 피비의 다음 목표였다. 그렇게 다가선 그녀에게 빠져들고만 윌.
그렇게 서로는 서로를 갈구하게 된다.
불타오르는 사랑이 '인센디어리' 중에 하나였다.
혼자되는 것을 못 견뎌해서 밤마다 파티를 가는건지도 모르겠다. 피비는 그렇게 늘 누군가를 찾아다녔다.
윌이 인턴쉽으로 6개월 떨어져 있는 동안 피비는 또 다시 제 몸 하나 기댈 곳을 찾아 헤맸다.
친구에게 찾아갔지만, 작은 사건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존 릴이었고 그와의 6개월로 인해 피비는 사이비종교에 빠지고 만다.
'제자'라는 집단에서 피비는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탈출이 아닌 믿음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한다고 믿었다.
무조건적인 믿음이 '인센디어리' 중에 하나였다.
다른 인센디어리들도 하나 하나 열거하고 싶지만 꼭 책을 통해서 알아보시길 바라는 마음에 말을 아껴본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위태로운 인간이었다.
남편이 바람나 떠나고 자살을 시도한 엄마.
그 여자의 아슬아슬한 삶을 지켜봐야 하는 아들.
엄하고 폭력적인 아빠.
매맞고 살다 죽은 엄마.
집을 떠나 정착하지 못하는 딸.
인간은 완벽하지 않으므로 이 험한 세상을 견디며 살아갈 의지와 정신을 갖고 태어난 것이 아닐까.
버티며 살아오던 삶이 힘들 땐 신앙을 통한 믿음으로, 사람을 통한 사랑으로 서로에게 의지하며 도움받고 살게 되어있는 것이 아닐까.
삐뚤어진 믿음에라도 기대고픈 삶을,
그 고단한 마음을 어떻게라도 이해해보려고 했던 사랑을,
이 한 권에 모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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