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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카타콤
이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평점 :
✅️ 일상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상상해낸 이야기. 때로는 공포스러웠다.
✅️ 강남역 근처 어두운 구석. 건물과 건물 사이 냄새 나는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는 곳에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구멍이 있다.
지나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강남역. 구멍 속으로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아는 이도 보는 이도 없었다.
그 곳은 지하철이 지나가는 곳 그 아래 더 깊은 곳에 위치한다. 계단을 내려가고 끝없이 내려가면 먼지 가득하고 철근과 돌맹이들이 시체들과 엉켜있는 곳이다. 구멍으로 흘러들어온 것은 쓰레기만은 아니었다.
갖가지 사연들을 숨기고 숨어든 사람들. 누구도 먼저 말을 걸지도 본인의 정체를 들어내지도 않으니 삶을 마감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었다.
조용하던 그 곳에 사람들이 흘러들어 왔다. 상처받은 아이들도, 욕심쟁이 어른들도 숨기 위해 모여들었지만 그 곳은 또하나의 서울이 되고 있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던 곳에서 누군가를 걱정하게 되고 누군가는 의심하게 되고 누군가에겐 화를 내게 됐다. 또, 누군가는 죽임을 당했다.
가장 깊숙한 어둠, 카타콤에서!!!
📌p10
아무도 나를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가자.
저 아래로.
📌p27
"카타콤이라고 들어봤어?"(...)
" '무덤 사이에'라는 뜻이다. 저기 서양에서 이런 곳을 부르는 말이다. 도시 아래 지하. 사람이 죽어 묻히는 곳을."
📌p166
"하루하루 너무 힘든데, 계속 살기에는 남은 인생이 너무 길어서 죽어버릴까 하다가 내려온 거야. (...)
나, 올라가면 이번에는 제대로 살고 싶어."
📌p196
화연의 무덤 주위로 구름과 새가 꽃과 나무 위를 날아다녔다. 가장 높은 곳에는 태양도 동그랗게 떠 있었다. 화연은 하늘을 보고 싶다고 했었다. 기이한 광경이었다. 화연이 좋아할 것 같았다.
✅️ 이 소설은 교보문고에서 주최한 스토리공모전에서 발굴된 작품이다. 이봄 작가님의 첫 작품이기도 한 《서울, 카타콤》은 상상 이상의 세상으로 독자들을 이끌었다.
장면이 그려지게 묘사된 글들, 체념을 떠나 무념인 인간들의 심리 묘사도 일품이었다.
나 또한 그들처럼 저 깊숙한 바닥으로까지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으니 대단한 표현력이다.
낮엔 일하고 밤과 주말을 이용해 글을 쓰셨다는 작가님의 도전은 파리에서 본 카타콤이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입장료를 사고 쌓여있는 해골들을 보면서 왠지 기괴하기도 하고 슬펐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서울의 카타콤'은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셨고 이렇게 완성하셨다.
대단히 높고 넓은 서울 땅 아래 그와 반대로 어둡고 깊숙한 카타콤을 보면서 짧은 상념에 잠겼다.
자랑하는 글, 제일 잘 나온 사진들로 관철된 반짝이는 사람들도 남들이 알지 못하는 어두운 일면을 숨기고 산다는 것.
그 마음들을 잊고 사는 일상이 바로 카타콤이지 않을까.
우울하고 어두운 이면은 철저히 배척하고 살지만 빠져들고 마는 사람들. 또한 저 바닥으로 떨어졌다가도 이겨내려 노력하는 모습들까지.
모두가 《서울, 카타콤》에서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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