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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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안타까운 역사 속 여인들. 위안부 이전에 공녀가 있었다. 이 땅에 여자로 태어난 것을 원망하던 소녀들이 있었다.

✅️ 고려 시대부터 아리따운 소녀를 납치해 명나라에 수백명씩 공녀로 바치는 일이 이어져왔다. 믿고싶지 않은 현실을 피하는 방법으로 민종사관의 딸 민환이는 어려서부터 아들 행세를 했다. '딸'이 있다는 사실을 쉬쉬하며 지내는 것이 '딸'을 낳은 집에선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렇게 남장을 하고 오른 배는 어릴 적 살던 제주도로 향하고 있었다. 오래전 그 곳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떠나신 아버지를 찾기위해 먼길을 떠나왔다. 아니, 도망쳤다.
그 곳은 고향이었고, 하나 밖에 없는 동생 민매월이 살고 있다. 목포로 떠나올 때 무당집에 남겨놓고 올 수 밖에 없었던 동생이었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거라 믿었던 그 곳에서 자신을 기억하는 문촌장을 만났다. 자신의 딸이 공녀로 끌려갈까봐 얼굴을 난도질한 죄인 백씨도 만났다. 술이나 마시고 도박이나 하는 유선비도 만났고 모든 일에 무관하다는 듯 뒤로 한발 물러서있는 홍목사도 만났다. 숲 속에서 죽임을 당한 서현이를 마지막으로 본 노경 심방도 의심스럽다. 아버지를 찾으러 왔고 그 행적을 조사하다 알게된 '숲 속에서 사라진 소녀들'에 대한 사건은 앞을 알수없는 미로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이 사건 끝에선 과연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

📌p24
"딸들이 사라졌다고요?" 기 대장 말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여자아이 여럿이 사라진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제주로 향했다고 했다.
📌p84
"네 어머니를 많이 닮았구나." 문촌장이 말했다.
"하지만 눈은...네 아버지의 눈이야."
📌p99
"목사는 뭐든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나태한 자입니다."
📌p248
매월은 자기 보호 본능 따위 없이 말썽만 부리는 고집쟁이였다.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충성심이 강하며, 성가신 동시에 사랑스러웠다.
📌p255
숲이 나를 지켜본다.
잊지 않는 눈으로 매섭고도 고요하게.
📌p273
나는 너희 둘 다 사랑했단다.
처음부터 그랬어.
너희가 태어나기 전부터.
부디 서로를 아껴다오.
📌p376
홍목사 말이 맞았다. 악한 자가 승리하고, 선한 길을 가려고 투쟁하는 사람은 들판의 꽃처럼 짓밟힌다.
📌p401
이런게...응보인가?

✅️ 책을 읽기 전에 목차를 확인했다. 423페이지부터 역사적 배경을 따로 정리해 두었다. 소설을 읽기 전에 미리 읽고 시작했더니 소설 내용을 이해하는데 좀더 용이했다.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11~18세의 미혼 여성을 공물로 바치는 악습이 있었다.
13세기 고려시대 때는 몽골에게
조선 시대에는 명나라에게 대략 80년 동안 공녀를 바쳐왔다.

참으로 안타깝고 억울한 역사다. 지원해서 갈 여자아이가 있기 만무했다. 그래서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나이를 보고 인물을 따져 차출했고, 양반이나 명나라 관료들이 개인적으로도 끌고간 여자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이용해 쓴 소설이고 보니 숲 속으로 사라진 소녀들의 사연은 어떤 비밀을 안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거기다 비밀에 가까이 간 사람들은 소리소문없이 죽임을 당했다.
알고 있는 사실이 있더라도 입 다물수 밖에 없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민종사관은 해결하지 못할 것이 없는 최고 실력의 수사관이었다. 피해자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갔고 사라진 소녀들을 어떻게든 찾아내려 했다. 그랬던 그 분이 어느 날 마을에서 깜쪽같이 사라졌다.
기대와 희망을 품었던 마음이 두려움으로 바뀌고 억울함도 물과 함께 목구멍 깊숙히 삼켜야했다.

딸인데도 아들처럼 꾸며서 키우는 집, 딸아이 얼굴에 칼질을 한 집, 얼굴이 이쁜 딸만 골라간다 하니 부모 손으로 악행을 저질렀다. 딸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했다지만 딸들이 원한 것은 없었다.
잡혀간 소녀들도 살아남은 소녀들도 가슴 속에 응어리 하나 박아놓고 살아가던 시절이었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미제의 사건이 발생했고 용의자들을 만나 나눈 대화들을 토대로 추적해가며 읽다보면 어느 새 끝나버리는 소설. 몰입감이 좋았다. 세계가 먼저 주목한 K-스토리라고 소개할만하다.
역사소설? 추리소설? 어느 한 분야로 구분하기 어려운만큼 다양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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