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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한줄평
ㅡ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광복, 6•25까지 모든 시간 속을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원대했고 아련했으며 또한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작가소개
김주혜 ㅡ 세계가 열광하는 한국적 서사를 다룬 데뷔 소설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친환경 생활과 생태문학을 다루는 온라인 잡지 《피스풀 덤플링》의 설립자이자 편집자다. 2016년 영국 문학잡지 《그란타》에 단편소설 「보디랭귀지Body Language」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슬라이스》 《인디펜던트》 등 여러 신문과 잡지에 소설과 수필, 비평 등을 기고했다. 미래 한국을 배경으로 한 단편소설 「바이오돔Biodome」은 TV 시리즈로 제작 중이다.
#줄거리
대한민국, 이 작은 땅에 호랑이처럼 용맹하고 어리숙한 야수들이 있었다.
가난한 집안의 장녀인 옥희는 기방에 세탁부로 취업하기 위해 엄마손에 이끌려왔다.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말에 기생이 되기 위한 견습생으로 남기로 한 옥희.
그렇게 운명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고, 옥희를 중심으로 수많은 인연들이 오고 가며 울고 웃는 동안, 그들은 일제강점기 속에서 독립운동을 했고 일본 최고간부를 살해했다. 광복을 맞이 했고 자신들과 함께 했던 이에게 배신도 당했다. 6•25 전쟁 후엔 빨갱이로 몰려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반세기 동안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서 인연이 맺어졌다가 끊기길 반복하던 그들...
모두가 '작은 땅의 야수들'이었다.
#발췌
📌p138,139
"안녕, 보고 싶을 거야." 해순이 대문을 여는 사이 옥희는 정원을 향해 속삭였다.(중략)
옥희는 이 집에 들어올 때만 해도 어린아이였지만, 이제 기생이 되어 그 대문을 나서고 있었다.
📌p162,163
그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든, 옥희는 그가 장독 같은 마음 안에 깊이 묻어둔 것을 꿋꿋이 지켜내리라 확신했다. 씨처럼 떨어져 내린 곳에서 멀리 탈출하기는 힘들테지만, 갇힌 존재가 되기를 스스로 거부했다는 그 단순한 이유만으로 정호는 행복할 거라고.
📌p198
그가 대로변의 골목으로 잽싸게 미끄러져 들어간 순간, 돌연 만세 소리가 잦아드는가 싶더니 길 한쪽 끝에서부터 비명으로 바뀌었다. 기마 장교들이 이끄는 일본군 중대가 도착한 것이다.
📌p277,278
"미꾸라지, 우린 어떻게 해야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있잖아, 방법이 있긴 있다." (중략)
"마침 내가 이미 공산주의자들 중 꽤 거물급 인사한테 줄을 대는 중이었거든. 상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는 고려공산당의 창립 일원이래. 엄청난 부자에 연줄도 짱짱하다니까, 그 사람 수하에 들어가 일하면 나중에 우리 모두 부자가 될 거라고. (중략)
그 사람 아름은 이명보야."
ㅡㅡㅡㅡ
이 책은 6년에 걸쳐서 쓴 소설이라고 한다. 자랄 때부터 듣던 외할아버지의 독립운동 이야기는 작가님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우연히 떠오른 사냥꾼의 모습과 사연을 시작으로 쓰여진 이야기. 시대적 배경에는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하고 가슴 아픈 일제강점기부터 6•25에 이르기까지의 긴 시간들이 포함된다.
사건들을 나열하기 보다는 인물들의 사연들 속에 시대적 사건들이 녹아있어서 역사소설을 읽는다는 기분보다는 절절한 연정 소설 혹은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책커버가 오랫동안 만져서 부드러워진 가죽커버 같은 질감이다. 그래서인지 전하고픈 이야기를 누런 종이에 급하게 써서 아무렇게나 묶어 보관해 온 책을 읽는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쉼없이 읽혔던 책.
숨겨놓은 비밀 이야기를 꺼내보듯 숨죽이며 읽었다. 등장인물들의 희노애락 속에서 함께 공감하며 읽다보니 어느 새 마지막 글을 읽게 됐다.
역사 소설이라 하면 무겁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깬 또 하나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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