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상상해본다.내가 아파서 자리를 보존하고 누우면 우리 아이들은 어쩌지. 저 사람(남편)이 아프면 어쩌나.가끔 떠올려보는 생각만으로도 답이 없다. 요즘말로 노답이다. 그런 일이 없길 제발 빌기도 한다.아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지금 딱 저희 집 아이들 나이일 때 (초등학생 때),시안이는 엄마를 돌보기 시작했다.손가락을 있는 힘껏 펼쳐도 엄마 손의 반만한 그 나이. 그저 엄마 품에 파고들어 어리광 부릴 그 나이부터 고3이 된 지금까지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는 엄마를 돌보는 역할을 했다.아빠는 밤동안 엄마를 보살피고 낮동안 일하셨다.시안이는 아빠가 일마치고 오시기 전까지 엄마를 도맡아야 했다.학교마치면 친구들은 학원으로 뛰어가는 시간,엄마를 보살펴주는 간병인이 퇴근하는 시간 전에 병원으로 가야했다.엄마가 아픈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나쁜 바이러스. 그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깨어나지 못한 엄마. 엄마가 이렇게라도 있어주는게 감사할 일이지만 동시에 아빠와 시안이를 숨막히게 하는 현실이었다.이렇게 만든 그 때의 사건으로 하나밖에 없던 친구까지 시안이를 떠나버리고 세상은 이제 의지할 사람없는 무인도같은 곳이 되었다.원망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두고 떠나버린 그 친구가족들에게로 원망은 흐르고 있었다.#발췌📌p133"대부분의식물인간 환자는 뇌간 기능이 살아 있어서 자발적으로 호흡할 수 있지만 엄마는 호흡 기능이 좋지 못해서 기계가 없으면 자가 호흡이 어려워. 산소 공급을 차단하면 삼십 분정도는 괜찮겠지만 그 이상은 무리겠지. 길어도 한시간 정도면 끝나지 않을까."해원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시안을 바라봤다.(중략)해원은 공포에 질린 채로 물었다. 자신이 이해한 것이 맞는지, 부디 아니기를 바라는 얼굴로.p155"너무 슬퍼하지 마. 모두 결국에는 누군가를 간병하게 돼. 한평생 혼자 살지 않는 이상, 결국 누구 한 명은 우리 손으로 돌보는게 자연스러운 일이야. 우리도 누군가의 간병을 받게 될 거야. 사람은 다 늙고, 늙으면 아프니까. 스스로 자기를 지키지 못하게 되니까. 너는 조금 일찍 하게 된 거라고 생각해 봐."(중략)"하나도 위로가 안 되는데요."백온유 작가님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일일거라고 생각을 못한다고 말씀하신다.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닥친 간병이란 현실이 맞닥뜨리면 한겨울 내몰린 아이처럼 아연하게 떨게된다 하신다.왜 이런 내용의 소설을 쓰셨을까.작가님의 말을 읽고 보니, 또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상상 이상 힘들거란 현실을 아이의 입장에서 아빠의 입장에서 꾸밈없이 쓰인 글이, 정말로 그런 잔인한 생각을 하게 될까 할만한 에피소드가 마음에 깊게 박힌다.가볍게 읽으려고 잡은 책이 하루 내내 생각에 또 생각을 더한다.#페퍼민트#백온유#창비#청소년소설#식물인간의간병#그현실은상상이상힘들었다.#가족이란그랬다.#하지만_#독서감상문#완독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