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
정세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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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7개의 짧은 이야기가 천일야화 속 은밀한 이야기처럼 계속해서 읽고 싶게 만든 책이다.


#작가 소개
정세진 ㅡ 제4회 전국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공모전 시나리오 부문 우수상을 수상 후 시나리오 작가 활동을 겸했다. 가끔 뒷부분이 찢겨져 나간 중고책을 읽다 이어질 이야기를 마음대로 상상했다고 한다.
작가님께서 어린 시절 좋아했던 건 "재미있는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들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이었다."고 하셨다.


#줄거리
1.나는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
- '나'의 시점으로 시작되는 소설. 나는 어린아이를 유괴했다. 아니 데리고 있었다. 그 아이 돌려줄테니 1억을 달라고 요구했다. 어린아이의 부모는 1억을 준비했고, 나는 떠나기 전 당신들의 비밀을 1억원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달라고 한다. 이 비밀을 폭로하지 않을테니 당신들도 나를 고발하지 말라는 일종의 보험으로.

2. 인터뷰
- 경제적으로 엄청난 위치에 있는 투자계의 전설. 강인욱 대표를 단독 인터뷰하러 오다니 조상의 묏자리를 잘 본 덕이라며 호들갑떠는 '나'였다.
어떻게 그렇게 적재적소, 타이밍 좋게 늘 성공하는 투자가 가능한지 물었을 때 강인욱 대표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 나를 놀렸다. 놀린게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기사로 써야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타임슬립???

3. 어쩌면 운이 좋아 우연처럼
- 난 어딜가나 운이 대박 좋다. 억수같은 비도 내가 밖으로 나가면 딱 멈춘다. 출근길 만원버스로 다른 사람들은 힘들 때 꼭 내 앞자리는 빈자리가 된다. 난 운이 대박 좋다.
그런데 그 운의 크기만큼 불운도 함께 온다. 깨지고 부서지고 맞고 늘 반창고 인생이라 할만큼 불운으로 고통받았다. 그래서 난 행운을 거부한다. 불행을 피하기 위해서.
그러다 마음을 간지럽히는 그녀를 만났고 다가오는 행운이라 여겨 불행을 피하기 위해 그녀의 마음을 모른 척 했다. 과연 행운도 불행도 다 비켜갔을까??

4.도적
- 젊고 어린 나이에 어쩌다 한번 성공했다. 나는 유명한 소설가였다. 과거형으로 쓴 이유는 그 뒤로 이렇다할 성과를 못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고 일어나면 저 녀석처럼 성공한 삶이고 싶다.'
'자고 일어나면 그녀 옆자리가 내 것이었으면 좋겠다.'
어느 날 거나하게 술에 취해 신세 한탄하며 한바탕 신나게 울었다. 언제 잤는지도 모르는데 눈 떠보니 내 방이다. 내 방인데 묘하게 뭔가 다르다. 실패한 내가 아닌 성공한 나로 살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너의 삶을 빼앗아 내가 성공한 삶을 살겠다.'고 마음 먹었다.

5. 산 자들의 땅
- 원자력 발전소 옆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는 나. 원자력 발전소가 원인 모를 폭발을 했도 더 이상 이 마을은 사람이 살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모시느라 여기 사는 나는 바깥 세상으로 나간 사람들이 부탁한 물건을 찾아서 돌려주고 수수료를 받고 산다.
죽은 땅, 그 곳에서 오히려 서로를 다독이며 살고 있는 산 자들. 바깥 세상의 욕심은 들어오지 못하는 이 곳이 오히려 청정 구역 아닐까.

6. 나를 버릴지라도
- 매맞는 엄마를 위해 힘을 키웠다. 그렇게 운동으로 국가대표까지 했지만 결과는 무메달. 늘 생활고에 허덕이다 만나게 된 강사장은 만나자마자 이것저것 호구조사가 끝도 없다. 뭔가 잘못 온거 같다. 면접이나 보고 돌아가야지 마음 먹고 있는데 하늘을 보며 중얼중얼 기도하는 듯한 행동을 하는 강사장.
'똥은 피하는게 상책이다.'하며 후회할 때 우리는 한 섬에 도착했고 거기서 산돼지같은 인간을 때려 잡고 두 아이를 구했다. 난 강사장에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사장님." 하며 크게 인사하고 과장이 되었다.

7.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가지만 나의 시간은 멈췄다.
- 나는 선천적 희귀질병인 '하이랜더 증후군'에 걸린 아이다. 6살 외모로 속은 18세 청소년이다. 2차 성징도 활발하다. 곧 세상으로 나와 혼자 살아가야 하는 나.
이 증후군 때문에 부모에게도 버림받았던 나는 부모의 사랑을 느껴보고 싶었다. 이 병때문에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18살 청소년이 6살로 입양되어 살다 들키기 전에 파양되면 될거라고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입양된 집엔 딸만 둘이 있었고 나는 셋째 아들로 그렇게 엄마와 아빠를 만나게 되었다. 같이 목욕탕을 가고 바나나 우유를 사주는 아빠와 잠들기 전까지 토닥여주는 엄마를.

# 7개의 소설 맛보기
📌p18
숨겨둔 비밀을 들려주세요. 1억 원의 가치가 될 만한, 절대 알려지길 원치 않는 걸로. 나를 신고하면 그 비밀은 만천하에 까발려질 거고, 얘기가 퍼져나가는 것을 입막음하려면 돈을 지불해야 할 겁니다.
📌p45
"말뜻을 이해 못 하는군. 난 지난 10년을 수없이 살아봤다고 아주 많이."
"네?"
(중략)
10년 전으로 돌아가 무한 반복이라고? 난 터뎌 나오려는 웃음을 억누르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p74
적당한 나이가 되고서야 놀라운 사실 하나를 깨달았는데, 내게 행운이 오면 곧바로 다음 날 여지없이 불행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p121
시간이 지나니 혼란스러웠던 생각이 조금씩 정리가 되었다. 분명한 건 지금이 달라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어제가 내가 알던 세상과 달랐다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아는 세상과 구별된 분명 다른 세상이었다.
📌p146
정류장 광고판엔 '지역 경제를 살리는 우리 고장의 자랑 원자력발전소'란 문구가 보이고, 누군가 그 위에 시뻘건 스프레이로 '종말'이라 휘갈긴 낙서가 선명했다.
📌p208
"애들이 여기 있는 거요? 누가 신고한 거예요?"
"아까 말하는 거 못들었어? 기도 듣고 왔다 했잖아. 이게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이야."
"설마, 그럼 진짜로 위에서 알려준다는 거예요? 저....위에?"
📌p220
"나는 알면 안 되는 거야? 가족이라는 게 뭐 얼마나 대단한건지 나도 한번쯤은 가져보는 것도 괜찮잖아. 남들 다 해보는거 나만 못 해보고 죽는 거, 그거 진짜 억울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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