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의 나라 - 문화의 경계에 놓인 한 아이에 관한 기록
앤 패디먼 지음, 이한중 옮김 / 반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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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했을 때 이 책은 작가님의 소설이라 생각했고 읽다보니 현실에서 있었던 일들의 기록이었다. 책상 밑 수백개의 녹음테이프엔 영어도 몽족의 말도 통역사의 말도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었고 또 듣고 또 들어도 그 때의 기분에 사로잡혀 가슴 뭉클해진다는 작가님.
그 말에 이미 감동 장착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은 잔인했다. 가혹했고 억울했다.

이 책은 라오스 출신의 고산 민족인 몽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미국 사람들은 뇌를 먹는대.'
이 한마디로 두 나라간의 차이는 단순히 언어의 장벽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했다. 말을 모르면 통역사를 통해 대화를 이끌어가면 되지만 몽족과의 소통은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
췌장의 존재를 모르니 당뇨 설명이 안되고 숨을 쉬고 내뱉는건 하는데 폐의 존재는 모르니 숨차는 현상을 설명해도 이해불가였다.
한 미국 의사는 "말도 안 통하고 설명해줘도 이해를 못하니 꼭 동물을 진료하는 기분이다." 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감정의 골도 깊었다.

여기 너무나 사랑스런 한 가족이 있다. 푸아와 나오 카오는 이미 여러명의 아들과 딸을 낳았고 그 중에 또 여럿은 피난길에 죽음을 맞이했다. 푸아와 나오 카오는 길고 긴 피난길에서 살아남아 미국에 정착하게 됐고 그 곳에서 리아를 낳았다.

📑p49
리아가 3개월이 되던 때, 언니인 '여'가 아파트 현관문을 쾅 닫은 일이 있었다. 잠시 뒤 리아는 눈이 위로 말려 올라가고 팔이 머리 위로 홱 젖혀지더니 결국엔 기절하고 말았다.
📑p50
몽족의 뇌전증 환자는 흔히 샤먼이 된다.(중략) '치 넹'이 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소명이다.

이렇게 뇌전증 발병을 두고 몽족은 치료해야 할 증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치유할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귀하게 여긴다.
반면에 미국 의사는 처음보는 물약들을 주며 아침,점심,저녁으로 약을 챙겨먹이라고 한다. 계속 발작을 하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리아의 부모는 가만히 듣고 알았다는 듯 사인을 하고 약을 챙겨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 약은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먼지만 쌓여간다. 외래진료 예약은 해두고 가질 않았다.
아니, 자기가 그런 내용에 사인한 것 자체를 알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기 리아가 제대로 치료될리 만무했다. 병원 측에선 약을 안먹이거나 마음대로 약을 더 먹이거나 해서 부모가 애를 학대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사회복지사에 보고를 했고 푸아와 나오 카오는 리아를 미국 정부에 빼앗기고 말았다.
리아의 상태는 나빠져만 가고 두 나라의 문화차이로 인한 갈등으로 치료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되었고 결국.....

📑p165
"전 제 통역 담당자를 통역자라 부르지 않아요. 대신에 '문화 중개인'이라 부르지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를 때 그들에게 물어보면 가르쳐주니까요. 당신도 그런 문화 중개인을 찾아야 해요.

그 머세드 군립병원에 문화중개인이 있었다면 여자들이 진료받다 울면 왜 우는지 설명해 줬을텐데, '자신의 몸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서 그래요.' 라고
왜 도끼 눈을 하고 믿지 못하는지 알려줬을텐데, '너희들 내 장기도 꺼내가는거 아냐?' 라고.
결국 그 문화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리아와 같은 아이가 생겨난 것은 아닐까. 😥😥😥

베트남 전쟁으로 난민이 되어 이 나라 저 나라로 흩어져버린 몽족 사람들. 그들은 영혼을 믿고 그들만의 언어를 썼으며 살아남기 위해 오히려 더 똘똘 뭉쳐 자신만의 문화를 고집해갔다. 그렇게 해서 지금껏 살아남았다는 자긍심이 컸을 것이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너희들 것은 다 틀렸어. 말도 안돼.' 하는 취급을 받고 보니 더 수용하는 마음보다 배척하는 마음 커졌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1997년에 첫 출간된 이 책은 이민자 가족과 미국 의료 체계 사이의 넘을 수 없는 골을 예리하게 파헤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대학수업 중에서 사례집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살면서 누구와든 얽히게 된다. 그런 인간 관계들 속에서 어떤 자세를 고수해야 하는지는 이 책을 통해 한번 생각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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