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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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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얼굴은 얼마나 다양할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혹은 생소하더라도 문화사적으로 주요한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라면 충분히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것이지 않을까. 


플로리안 일리스가 쓰고 한경희 번역가가 옮긴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문학동네)이 출간되었다. 대략 120페이지 분량의 티저북을 먼저 받아 읽으며 책이 출간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만큼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어떤 모양으로 어느 곳을 향해 치닫고 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책에는 누구나 알 만한 인물들과 그들의 사랑 이야기뿐 아니라, '문화사적으로 의미 있는 주요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가 교차되며 전개된다. 특정 인물의 이야기를 꼭지별로 나누어 길게 끌어가는 것이 아닌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전개되는 방식이라 지루함을 더는 동시에 새로운 이야기로의 전환이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한다. 많은 인물과 때때로 입에 잘 붙지 않는 이름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게 읽히는 점은 바로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부제로 붙은 '감정의 연대기 1929~1939'에서도 알 수 있듯이 1929년부터 제2차세계대전이 일어난 1939년까지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사랑'이라는 단어를 마주했을 때 떠오르는 몽글몽글한 느낌의 이미지를 산산히 부숴버린다. 


나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랑의 다양한 형태와 방식, 어쩌면 알고 있지만 눈감고 싶은 사랑의 현실, 그리고 특정 인물들의 실제 이야기를 통한 개인의 서사속에서 발견하는 우리의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 이 책은 문학동네 북클럽 티저북 리뷰 이벤트를 통해 도서(티저북)을 제공받았으나 독자로서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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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창비청소년문학 122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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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제철 과일이 무색하게도 우리는 대부분의 계절에 다양한 과일을 먹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귤’은 뭐니뭐니 해도 따뜻한 이불 속에서 소복이 쌓아두고 까먹는 귤이 제일인 것 같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던 2023년 가을, 이희영 작가의 신간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가 출간되었다.



이희영 작가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로 2013년 제1회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대상을 수상하고 이후 『페인트』로 2018년 제 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나는 소설 『페인트』를 통해 이희영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 작품의 내용이 흥미로우면서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깊이 고민해볼 만한 지점들이 있어 참 좋았던 기억이 있다.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는 주인공 '선우혁'이 세상을 떠난 형 '선우진'의 메타버스 속 공간에 접속하게 되면서 형과 '곰솔'이라는 인물의 관계, 그리고 형에 대한 자신의 기억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과정을 그리는 소설이다.

"누군가를 마음에 담아 두는 일은, 타인이 아닌 낯선 스스로를 만나는 시간인 것 같아. 그 사실을 너를 통해 배웠어."(p.121)

곰솔의 편지中

선우혁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의 중간중간에는 곰솔이 선우진을 향해 하는 이야기가 편지 형식으로 쓰여있다. 곰솔은 선우진과 둘만이 공유했던 기억의 공간인 'JIN의 정원'에서 선우진과 시간을 보내며 자신이 몰랐던 선우진의 모습,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말이야 가끔 인간에게도 각자 특별한 제삼의 눈이 있다고 생각해. 남들은 감지할 수 없는, 아니면 크게 감흥 없는 무언가를 유독 강하게 느끼고 끌릴 때가 있잖아.그것이 재능이나 적성이 될 수도 있고, 나만의 가치관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인연이나 사랑이 될 수도 있겠지. 모든 사람이 모든 것에 똑같이 반응한다면 세상이 되게 삭막할 것 같지 않아? 물론 보편적인 것들도 많겠지만, 그래서 세상에는 또 비밀이 생기는 모양이야. 내 온점에만 반응하는 무엇을 다른 이들은 결코 느낄 수 없을 테니까, 가끔은 전혀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야."(P.158)

곰솔의 편지中

선우진과 곰솔은 자신이 가진 제삼의 눈으로 서로를 알아봤던 걸까. 그렇게 둘은 특별한 사이가 되어 둘만이 공유하는 공간 안에서 가까워진다.

"외향적이든 내향적이든, 대범하든 그렇지 못하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 과정에서 무엇이 좋고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세상에는 수많은 성격과 가치관이 존재하니까. 딱 하나의 해결책만 있는 건 아니다. 도운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 갈 것이다. 그러니 내가 굳이 비스킷의 주인을 만났다는 말은 할 필요가 없겠지."(P.187)

이 소설은 선우혁이 형 선우혁의 메타버스 공간인 'JIN의 정원'에 접속하면서 형과 곰솔의 관계, 그리고 형에 대한 기억에 다가가는 과정과 함께 친한 친구 도운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소설이기도 하다. 선우혁은 친구 도운이 학교에서 오해를 받고 힘들어하는 것을 두고볼 수만은 없어 나름의 방식으로 그를 돕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데, 세상과 사람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해나가며 성장하는 그의 모습을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이런 게 다 무슨 의미일까? 싶었어. 하지만 그냥 방치하기 싫었어. 도저히 그럴 수 없었거든. 이곳은 너의 시간이 고여 있잖아.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만이 기억하는 그 시간을 이대로 잊어버리고 싶지 않았어. 그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 정원은 현실이 아니니까, 가상 세계니까. 혹시 정말 단 한 번쯤은 JIN의 아바타가 찾아와 주지 않을까? 그런 허무맹랑한 바람이 생겼어. 현실에서는 할 수 없고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 이곳에서는 모두 가능하니까."(P.211)

곰솔의 편지中

곰솔은 선우진이 떠난 뒤에도 JIN의 정원을 관리하며 그가 만든 공간이 사라지지 않도록 한다. 십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홀로 이 공간에 접속하여 공간을 수리하고 꾸미는 그의 행위는 세상을 떠나 곁에 없는 사람과 그와의 시간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노력일 테다. 그것은 '기억'의 가치를 깨달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이지 않을까.

"부조는 그 나름의 분명한 아름다움이 있다. 부조 작품을 보며 누구도 조각된 면 너머를 원하지 않는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타인이 보여 주는 모습을 존중하되, 그것이 전부라 단정 짓지 않으면 된다. 좋은 인상을 주었든, 나쁜 이미지로 남든 간에 말이다. 어른들의 말처럼 열 길 물속보다 깊은 게 인간이니까.(P.243)

선우혁은 '프프'라는 가상의 인물과 대화하는 앱과 형 선우진의 메타버스 속 공간 'JIN의 정원', 그리고 그 정원이 사라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던 '곰솔'이라는 인물을 통해 형의 기억과 형이라는 사람에 한 걸음씩 다가간다. 그리고 친한 친구 도운에 대해서도 자신이 몰랐던 그의 모습을 발견해 가며 사람의 면면을 바라보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아가게 된다.

4월이다. 유독 '기억'이라는 단어를 기억해야 할 것 같은 달이다. 이별한 이들을, 그들과의 기억을 떠올리면 '가슴에 신맛'이 느껴진다. 그래서 곰솔도 선우혁도 귤을 싫어했지만 결국은 그 귤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이와의 기억을 담고 있는 대상이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보다 두 번째 읽은 지금, 가슴에 신맛이 차오른다. 싫지 않은 신맛이다. 잊고 있던 누군가가 있다면, 기억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여름이 다가오기 전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당신과 이야기 나누고 싶다. '당신의 귤은 어느 계절인가요?'

※ 이 책은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만 '독자'로서 개인적인 감상과 느낌에 충실하여 적고자 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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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살 위로 사전 - 나를 들여다보는 100가지 단어
박성우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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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에 개정된 법률에 따라 나이 세는 법이 바뀌면서 마흔살에서 한 걸음 물러났지만 여전히 '마흔'이라는 단어는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십대의 마지막에 '서른'이라는 단어가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인지 '마흔'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책들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데, 그 중 작년 가을에 창비에서 출간된 이 책 또한 궁금해졌다. 백석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한 시인 박성우가 100개의 단어로 마흔살의 마음을 보듬는 글로 이루어진 『마흔살 위로사전 』이다.



사실 제목에 '마흔'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지만 이 책은 사회생활과 인간관계 사이에서 이리저리 흔들려본 성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들로 이루어져있다.

특히 100개의 단어마다 시인 나름의 정의와 걸맞은 상황, 짤막한 글로 이루어진 구성은 읽기에 부담이 없으면서도 공감을 일으키는 부분들이 많았다.


100개의 단어를 작가 나름의 경험과 느낀 바를 통해 해석해내고 있는데, 작가의 해석을 읽는 것도 또한 공감하는 것도 좋았으나 그 단어들을 통해 떠오르는 나의 경험이나 감정을 기록해보는 것도 새로운 작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일기 혹은 자신의 과거나 생활을 복기하고 기록하는 일에 길잡이가 되어 주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은 읽는 재미와 더불어 그러한 역할 또한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작업을 도와주는 도구로서 책과 함께 동봉된 '마음 일기'라는 부록이 톡톡히 역할을 할 것 같다. 얇은 책자로 되어 있지만 이 노트를 다 쓰더라도 여기 실린 질문들을 활용하여 하루를 정리해볼 수도 있겠다.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후루룩 읽을 수도, 가볍고 작은 사이즈인 만큼 휴대하고 다니며 잠깐씩 꺼내보기에도 좋지만 시간을 내어 책상 앞에 앉아 한 단어씩, 그 단어에 달려있는 글을 음미하며 나만의 위로사전을 만들어가는 것도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의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지친 생활과 관계 속에서 위로를 찾고 싶지만 그렇다고 너무 두껍고 어려운 책은 펼치기 주저하는 청장년에게 한 번쯤 건네고 싶은 책, 『마흔살 위로사전』이다.


※ 이 책은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만 '독자'로서 개인적인 감상과 느낌에 충실하여 적고자 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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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날리면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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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10월. 언론인이자 전 MBC 사장인 박성제의 『MBC를 날리면 』이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그는 이명박 정권 말기에 정부의 방송장악에 맞서 싸우다 2012년 해고되었다가 2017년 복직해 2018년 MBC 보도국장을 거쳐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제35대 MBC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 책은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라는 제목처럼 공영방송으로서 MBC(KBS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긴 한다)가 겪은 수난의 시간을 기록한 책이다.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MBC 살리기 1: 험난한 뉴스 재건의 길」에서는 국민의 신뢰를 잃은 MBC가 어떻게 하면 다시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분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ㅡ JTBC는 '살아 있는 권력을 감시하고 약자를 대변하는 방송'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구축했다. MBC가 따라잡기에 갈 길이 너무 멀어 보였다.(p.65)

「2부 MBC 살리기 2: 공영방송 사장은 저널리즘으로 평가받는다」에서는 저자가 제 35대 MBC 사장이 된 후에 생긴 MBC의 변화와 그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ㅡ 'MBC만의 차별화된 뉴스'란 무엇일까. 유치원 비리나 버닝썬 게이트처럼 끈질긴 취재를 통해 우리만의 어젠다를 만들어내는 것, 또는 김용균 씨 사망처럼 주목받지 못했던 사건을 우리만의 시각으로 이슈화시켜내는 것이 가장 좋은 사례일 것이다. 반면 어떤 이슈를 모든 언론이 유사한 입장에서 보도할 때 MBC만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것도 차별화일 것이다. 모두가 'Yes'라고 할 때, 우리만 'No'를 외친다고 차별점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옳은 길을 간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며, 진실을 추구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p.88)

ㅡ "「뉴스데스크」와 「PD수첩」은 우리 간판인 만큼 시청자와 호흡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시청자들에게는 MBC가 흑자를 냈는지보다 보도를 똑바로 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재난, 양극화, 저출산, 한반도 평화 같은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서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공영방송이 돼야 한다."(p.141)

이어서「3부 ‘MBC 죽이기’의 시작」을 통해 살아있는 권력이라 불리는 검찰에 대한 보도와 일명 '바이든-날리면' 사태를 통해 MBC 죽이기를 본격화하는 권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ㅡ 보수진영에서는 'MBC가 문재인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윤석열 총장과 검찰을 흠집낸다'는 음모론을 끊임없이 설파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음모론은 더욱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보수 유튜버들은 음모의 기획자로 공공연히 '박성제 사장'을 거론했다. 내가 정권 재창출을 위해 기자, PD 들에게 편파 보도를 지시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모든 것이 정파적 의도에 따른 터무니없는 모략이었지만 나로서는 일일이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했다.(P.154)

「4부 언론,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서는 공영방송의 무력화를 통한 언론장악 의도가 엿보이는 현정부의 행보와 언론개혁에 대한 필요성으로 마무리한다.

ㅡ MBC, KBS처럼 '좋은 언론'의 가능성이 있는 공영방송을 지원한느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KBS 수신료가 방만하게 쓰인다는 비판이 있다면, KBS가 이를 제대로 쓰도록 감시하는 제도로 보완하면 된다. 무엇보다 공영방송 언론인들이 정파적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바꿔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개혁이다.(p.224)

200여쪽에 이르는 이 책은 일단 구성이나 문장면에서 가독성이 좋았다. 저자는 거리의 언론인에서 공영방송 MBC의 언론인으로 복직한 이후, MBC가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정상궤도를 향한 노력의 과정과 MBC의 당시 상황을 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평소 언론과 정치에 관심있는 사람은 물론, 잘 알지 못했던 사람도 누구나 알만한 사건과 사례를 통해 현재 언론이 처해있는 위기에 대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쓰여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신념에 따라 누군가는 불편하게 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에 기술되어 있는 사건과 그 사건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과정에서 언론인들이 겪은 일들과 느낀 바는 사실이자 진실일 것이다.

이 책이 출간된 것은 작년 10월이지만 저자가 책을 통해 지적하고 있는 현실 상황은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시의성을 띄고 잠깐 화제로 떠올라 사라질 책이 아닌 정치와 언론의 관계, 권력이 언론에 미치는 영향력과 더불어 국민이 언론과 정치에 대해 가져야 할 관심과 태도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마중물이자 언론 역사의 중요한 하나의 기록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 정치나 언론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거나 관심이 있어도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사람들이 꼭 한 번 읽어보았으면 한다.

첨언. 제목이 정말 꼭 맞다는 생각이 든다.' MBC를 날리면'의 'MBC' 자리에 이 말 저 말을 넣어볼 수도 있고.

※ 이 책은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만 '독자'로서 개인적인 감상과 느낌에 충실하여 적고자 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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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 - 304낭독회 2014~2023 선집
304낭독회 엮음 / 온다프레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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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여, 우리는 사람으로 돌아가는 꿈을 꿉니다.

목숨이 삶으로, 무덤이 세상으로, 침묵이 진실로 돌아가는 꿈을 꿉니다.

이렇게 모여, 우리는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

떠오르도록, 떠오를 수 있도록,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

- 서문 '이렇게 모여, 우리는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 중

올해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는 해이다. 2014년 4월 16일, 그로부터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10년 전 내가 화면을 통해서 본 현장의 모습은 너무도 비현실적이었고 이후에 일어난 일들은 더욱 비현실적이었다.

10년이 지난 후에야 나는 그것이 현실이었음을, 여전히 현실임을 느낀다. 그날을 과거가 아닌 현재로 사는 사람들과 그들의 목소리때문이다.

그들의 목소리가 담긴 책이 출간되었다. 바로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 304낭독회 2014~2023 선집(304낭독회, 온다프레스, 2024)이다.



이 책은 한국 작가들이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고자 지난 10년 동안 이어온 '304낭독회'의 작품선집으로, 2014년 9월 광화문광장에서의 첫 낭독회를 시작으로 낭독회 구성원들이 10년간 4시 16분에 모여 낭독한 시, 편지, 소설, 이야기 들 중 68명의 작가가 낭독한 작품 78편을 담고있다.

※ 304낭독회의 이름에서 ‘304’는 세월호참사의 희생자 304명을 뜻한다. 낭독회 일꾼들은 2014년 9월부터 총 304회의 낭독회를 치러보자고 결심하고 매월 한 차례씩 행사를 열어왔다(304회를 채우려면 총 25년이 걸린다). 이 낭독회에서 그동안 연인원 총 1,196명이 1,223편의 작품(노래?연주 및 공연 53회 포함)을 낭독, 발표했다. - yes24 출판사 '책소개' 참고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특히 한국 작가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할 뿐 아니라 남은 이들과 연대하며 행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무수한 감정과 생각들이 복합적으로 떠올랐는데 무엇보다도 '슬픔'이라는, 내게는 모호하게만 느껴져온 감정에 대해서 분명히 깨닫게 된 것 같다.

책을 읽기 전에는 작가들이 쓴 글이기에, 그들의 글은 결국 하나의 작품이기도 하기에 왠지 거창할 거라 생각했었다. 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방식으로 혹은 동떨어진 이야기로 그려질지도 모르겠다는 망설임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한 시대를 함께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고 그들이 느끼고 고민하는 것들이 결국은 내가, 우리가 외면해온 그것들이었음을 직감했다.

"이 사회의 문제를 외면할 때 결국 화살이 돌아오는 곳은 자기 자신이었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침묵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에게 벌을 내리는 것이었다."(p.97)

- 은유, 슬픔 주체로 살아가기 중

나는(혹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 스스로에게 벌을 내려왔는가. 스스로에게 벌을 내리고 있는 수많은 '나'는 그 벌을 거두는 일부터 시작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제라도 연대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나 간단해보이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고, 또 뻔하다고 할 지 모르지만 그래서 해야만 하는 일이 있음을 '은유'작가는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는 떠난 이들을 추모하고 남은 이들을 위로하며 서로 연대하고 행동하기 전에,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는가. 이것은 유족과 희생자들의 주변인들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필요한 일이었다. 당연히, 그리고 충분히 이루어졌어야 함에도 인정받지 못하고 배척당한 애도의 현실을 애써 외면해온 것은 아닐까.

많은 밑줄과 메모가 필요했지만 책에 쉬이 적을 수 없었다. 여기 적힌 글의 어느 한 단어, 한 문장이라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고 가슴 속 깊이 박히지 않는 것이 없었기에.

오랜 시간 애써 외면해온, 그래서 이제는 부끄럽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채로 넘기는 책장은 한 장 한 장이 그 어떤 돌덩이보다 무거울 수가 없었다. 그 무거운 돌덩이를 어떤 이들은 가슴에 삼킨 채로 오랜 시간 견디고 있으니 내가 무겁다고 말하는 일은 오히려 가벼울 것이다.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에서 자신의 죽음을 목도하며 서서히 죽어갔을 이들과 그들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워온 이들. 그리고 그 곁을 지킨 이들의 목소리를 이렇게 편히 앉아 책으로 받아들고 읽는 일은 쉽지 않다. 아니, 가장 쉽다.

그러니 쉽지만은 않은 가장 쉬운 이 일을 최대한 많은 이들이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슬픔을 나누어 반이 된다면 아니, 설령 그것이 배가 된다 하더라도 우리에겐 슬퍼할 시간이, 그 슬픔을 기억할 자리가 필요하다. 은유 작가의 말처럼 "어떻게 하면 슬픔이 마치 밥과 잠처럼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p.98)를 고민하는 시작을 '사람의 말을 이어'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의 말로 이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

※ 이 책은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만 '독자'로서 개인적인 감상과 느낌에 충실하여 적고자 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 잃어버린 것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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