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 - 304낭독회 2014~2023 선집
304낭독회 엮음 / 온다프레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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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여, 우리는 사람으로 돌아가는 꿈을 꿉니다.

목숨이 삶으로, 무덤이 세상으로, 침묵이 진실로 돌아가는 꿈을 꿉니다.

이렇게 모여, 우리는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

떠오르도록, 떠오를 수 있도록,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

- 서문 '이렇게 모여, 우리는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 중

올해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는 해이다. 2014년 4월 16일, 그로부터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10년 전 내가 화면을 통해서 본 현장의 모습은 너무도 비현실적이었고 이후에 일어난 일들은 더욱 비현실적이었다.

10년이 지난 후에야 나는 그것이 현실이었음을, 여전히 현실임을 느낀다. 그날을 과거가 아닌 현재로 사는 사람들과 그들의 목소리때문이다.

그들의 목소리가 담긴 책이 출간되었다. 바로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 304낭독회 2014~2023 선집(304낭독회, 온다프레스, 2024)이다.



이 책은 한국 작가들이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고자 지난 10년 동안 이어온 '304낭독회'의 작품선집으로, 2014년 9월 광화문광장에서의 첫 낭독회를 시작으로 낭독회 구성원들이 10년간 4시 16분에 모여 낭독한 시, 편지, 소설, 이야기 들 중 68명의 작가가 낭독한 작품 78편을 담고있다.

※ 304낭독회의 이름에서 ‘304’는 세월호참사의 희생자 304명을 뜻한다. 낭독회 일꾼들은 2014년 9월부터 총 304회의 낭독회를 치러보자고 결심하고 매월 한 차례씩 행사를 열어왔다(304회를 채우려면 총 25년이 걸린다). 이 낭독회에서 그동안 연인원 총 1,196명이 1,223편의 작품(노래?연주 및 공연 53회 포함)을 낭독, 발표했다. - yes24 출판사 '책소개' 참고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특히 한국 작가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할 뿐 아니라 남은 이들과 연대하며 행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무수한 감정과 생각들이 복합적으로 떠올랐는데 무엇보다도 '슬픔'이라는, 내게는 모호하게만 느껴져온 감정에 대해서 분명히 깨닫게 된 것 같다.

책을 읽기 전에는 작가들이 쓴 글이기에, 그들의 글은 결국 하나의 작품이기도 하기에 왠지 거창할 거라 생각했었다. 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방식으로 혹은 동떨어진 이야기로 그려질지도 모르겠다는 망설임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한 시대를 함께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고 그들이 느끼고 고민하는 것들이 결국은 내가, 우리가 외면해온 그것들이었음을 직감했다.

"이 사회의 문제를 외면할 때 결국 화살이 돌아오는 곳은 자기 자신이었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침묵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에게 벌을 내리는 것이었다."(p.97)

- 은유, 슬픔 주체로 살아가기 중

나는(혹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 스스로에게 벌을 내려왔는가. 스스로에게 벌을 내리고 있는 수많은 '나'는 그 벌을 거두는 일부터 시작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제라도 연대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나 간단해보이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고, 또 뻔하다고 할 지 모르지만 그래서 해야만 하는 일이 있음을 '은유'작가는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는 떠난 이들을 추모하고 남은 이들을 위로하며 서로 연대하고 행동하기 전에,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는가. 이것은 유족과 희생자들의 주변인들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필요한 일이었다. 당연히, 그리고 충분히 이루어졌어야 함에도 인정받지 못하고 배척당한 애도의 현실을 애써 외면해온 것은 아닐까.

많은 밑줄과 메모가 필요했지만 책에 쉬이 적을 수 없었다. 여기 적힌 글의 어느 한 단어, 한 문장이라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고 가슴 속 깊이 박히지 않는 것이 없었기에.

오랜 시간 애써 외면해온, 그래서 이제는 부끄럽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채로 넘기는 책장은 한 장 한 장이 그 어떤 돌덩이보다 무거울 수가 없었다. 그 무거운 돌덩이를 어떤 이들은 가슴에 삼킨 채로 오랜 시간 견디고 있으니 내가 무겁다고 말하는 일은 오히려 가벼울 것이다.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에서 자신의 죽음을 목도하며 서서히 죽어갔을 이들과 그들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워온 이들. 그리고 그 곁을 지킨 이들의 목소리를 이렇게 편히 앉아 책으로 받아들고 읽는 일은 쉽지 않다. 아니, 가장 쉽다.

그러니 쉽지만은 않은 가장 쉬운 이 일을 최대한 많은 이들이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슬픔을 나누어 반이 된다면 아니, 설령 그것이 배가 된다 하더라도 우리에겐 슬퍼할 시간이, 그 슬픔을 기억할 자리가 필요하다. 은유 작가의 말처럼 "어떻게 하면 슬픔이 마치 밥과 잠처럼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p.98)를 고민하는 시작을 '사람의 말을 이어'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의 말로 이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

※ 이 책은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만 '독자'로서 개인적인 감상과 느낌에 충실하여 적고자 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 잃어버린 것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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