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를 날리면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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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10월. 언론인이자 전 MBC 사장인 박성제의 『MBC를 날리면 』이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그는 이명박 정권 말기에 정부의 방송장악에 맞서 싸우다 2012년 해고되었다가 2017년 복직해 2018년 MBC 보도국장을 거쳐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제35대 MBC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 책은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라는 제목처럼 공영방송으로서 MBC(KBS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긴 한다)가 겪은 수난의 시간을 기록한 책이다.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MBC 살리기 1: 험난한 뉴스 재건의 길」에서는 국민의 신뢰를 잃은 MBC가 어떻게 하면 다시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분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ㅡ JTBC는 '살아 있는 권력을 감시하고 약자를 대변하는 방송'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구축했다. MBC가 따라잡기에 갈 길이 너무 멀어 보였다.(p.65)

「2부 MBC 살리기 2: 공영방송 사장은 저널리즘으로 평가받는다」에서는 저자가 제 35대 MBC 사장이 된 후에 생긴 MBC의 변화와 그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ㅡ 'MBC만의 차별화된 뉴스'란 무엇일까. 유치원 비리나 버닝썬 게이트처럼 끈질긴 취재를 통해 우리만의 어젠다를 만들어내는 것, 또는 김용균 씨 사망처럼 주목받지 못했던 사건을 우리만의 시각으로 이슈화시켜내는 것이 가장 좋은 사례일 것이다. 반면 어떤 이슈를 모든 언론이 유사한 입장에서 보도할 때 MBC만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것도 차별화일 것이다. 모두가 'Yes'라고 할 때, 우리만 'No'를 외친다고 차별점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옳은 길을 간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며, 진실을 추구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p.88)

ㅡ "「뉴스데스크」와 「PD수첩」은 우리 간판인 만큼 시청자와 호흡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시청자들에게는 MBC가 흑자를 냈는지보다 보도를 똑바로 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재난, 양극화, 저출산, 한반도 평화 같은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서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공영방송이 돼야 한다."(p.141)

이어서「3부 ‘MBC 죽이기’의 시작」을 통해 살아있는 권력이라 불리는 검찰에 대한 보도와 일명 '바이든-날리면' 사태를 통해 MBC 죽이기를 본격화하는 권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ㅡ 보수진영에서는 'MBC가 문재인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윤석열 총장과 검찰을 흠집낸다'는 음모론을 끊임없이 설파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음모론은 더욱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보수 유튜버들은 음모의 기획자로 공공연히 '박성제 사장'을 거론했다. 내가 정권 재창출을 위해 기자, PD 들에게 편파 보도를 지시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모든 것이 정파적 의도에 따른 터무니없는 모략이었지만 나로서는 일일이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했다.(P.154)

「4부 언론,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서는 공영방송의 무력화를 통한 언론장악 의도가 엿보이는 현정부의 행보와 언론개혁에 대한 필요성으로 마무리한다.

ㅡ MBC, KBS처럼 '좋은 언론'의 가능성이 있는 공영방송을 지원한느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KBS 수신료가 방만하게 쓰인다는 비판이 있다면, KBS가 이를 제대로 쓰도록 감시하는 제도로 보완하면 된다. 무엇보다 공영방송 언론인들이 정파적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바꿔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개혁이다.(p.224)

200여쪽에 이르는 이 책은 일단 구성이나 문장면에서 가독성이 좋았다. 저자는 거리의 언론인에서 공영방송 MBC의 언론인으로 복직한 이후, MBC가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정상궤도를 향한 노력의 과정과 MBC의 당시 상황을 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평소 언론과 정치에 관심있는 사람은 물론, 잘 알지 못했던 사람도 누구나 알만한 사건과 사례를 통해 현재 언론이 처해있는 위기에 대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쓰여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신념에 따라 누군가는 불편하게 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에 기술되어 있는 사건과 그 사건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과정에서 언론인들이 겪은 일들과 느낀 바는 사실이자 진실일 것이다.

이 책이 출간된 것은 작년 10월이지만 저자가 책을 통해 지적하고 있는 현실 상황은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시의성을 띄고 잠깐 화제로 떠올라 사라질 책이 아닌 정치와 언론의 관계, 권력이 언론에 미치는 영향력과 더불어 국민이 언론과 정치에 대해 가져야 할 관심과 태도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마중물이자 언론 역사의 중요한 하나의 기록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 정치나 언론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거나 관심이 있어도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사람들이 꼭 한 번 읽어보았으면 한다.

첨언. 제목이 정말 꼭 맞다는 생각이 든다.' MBC를 날리면'의 'MBC' 자리에 이 말 저 말을 넣어볼 수도 있고.

※ 이 책은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만 '독자'로서 개인적인 감상과 느낌에 충실하여 적고자 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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