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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게 오키나와 - 2024~2025 최신판 특별하게 시리즈
문신기 지음 / 디스커버리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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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얼마나 많은 것을 선사하고 삶을 달라지게 하는지 아주 모르지는 않는다. 물론 일상의 모든 순간이 여행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지만, 낯선 장소와 새로운 풍경은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 이상의 것을 선사한다.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꼽으라면 단연 1등으로 제주도지만,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곳이 한 군데 더 있다. 바로 하와이다. 내가 유일하게 해외여행을 다녀온 곳으로, 한 번 뿐인 해외여행이자 하와이 방문이었지만 그곳에서의 기억은 내 삶에서 오래도록 잊지 못할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좋은 곳은 늘 소중한 사람과 함께 가고 싶다. 제주도와 하와이도 마찬가지고. 특히 엄마가 아프면서 문득 그녀가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다는 것, 해외여행은 커녕 제주도라도 한 번 가봤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엄마와 함께 하와이를 함께 간다면 좋겠지만 그건 여러가지 이유로 당장은 어려울 것 같아 예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오키나와'를 떠올리게 되었다. 엄마와 나는 함께 제주도 여행을 세 번쯤 다녀왔고 이제는 한 번쯤 국내를 벗어나보면 어떨까, 그리고 그곳이 오키나와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쯤 정말 고맙게도 이 책, 『특별하게 오키나와』(문신기, 디스커버리미디어, 2024)를 만났다.


'오키나와 대형 여행지도'로 시작해서 '실전에 꼭 필요한 여행 회화(일본어,영어)'로 마무리 되는 456쪽의 책에는 '동양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오키나와 여행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 들어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꼼꼼하고 밀도 높은 정보들이 담겨있다.

2024~2025 특별부록: 오키나와 대형 여행지도

분리해서 휴대하기 쉬운 무게와 크기를 지닌 대형지도는 쉽게 젖지 않을 것 같은 코팅 재질의 종이로 만들어졌는데 펼치면 대략 4절 도화지 사이즈의 지도(양손으로 펼치고 보기 좋다) 안에 오키나와의 네 권역(나하와 북부, 중부, 남부)의 대형지도가 실려있다. 거기엔 각각의 지역 안에 있는 명소, 맛집, 카페와 베이커리 그리고 칵테일바와 쇼핑 스폿이 눈에 띄기 쉬운 아이콘으로 표기되어 있어 나같이 디지털 기기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이라도 누구나 휴대하여 여행장소를 전체적으로 훑어보고 이동 동선을 확인하기에 편리할 것으로 보인다.


책의 서두에 나오는 지은이의 말과 일러두기(책의 활용법)는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있어 참 좋았는데, 짧은 에세이 같은 '지은이의 말'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와 오키나와라는 곳에 대해 잠시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일러두기:『특별하게 오키나와』 100% 활용법은 많은 정보가 담긴 책 안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친절하지만 간결한 설명으로 책의 가이드가 되어주었다.

PART 1 오키나와 여행 준비를 통해 여행 전 오키나와에 대해 알아야 할 주요한 정보와 오키나와뿐 아니라 일반적인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에도 적용 및 점검해야 할 준비 과정에 대해 상세히 알려준다. 또한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과정(공항에 도착해서 해야 할 일부터 이동 방법, 유용한 앱과 추천 코스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나같은 길치이자 쫄보에게는 여행의 진입장벽부터 낮춰주는 느낌을 주는 동시에 먼저 직접 경험이 축적된 선배를 통해 친절히 안내받는 느낌이 들어 믿음직했다.


PART2 오키나와 하이라이트는 '오키나와를 특별하게 즐기는 방법 14가지'라는 부제답게 Sightseeing(관광), Eat&Drink(먹거리&마실거리), Shopping(쇼핑), Stay(숙소)로 나누어 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여행 컨셉이나 목적에 맞추어 여행 일정을 계획하는데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 듯 하다.


PART 3~PART 6은 오키나와의 네 권역인 나하와 북부, 중부, 남부를

나누어 각 지역의 특징과 그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장소와 먹거리, 활동, 아이템 등을 소개한다. 각각의 정보마다 사진 자료 및 설명, 구글 좌표와 찾아가는 방법 등이 상세히 안내 되어 있다. 낯선 여행지, 특히 해외를 여행할 때는 이렇게 꼼꼼하고 친절한 설명과 팁이 굉장히 중요한데 여행가이드북이라는 목적에 충실해 보인다.


PART 7은 '몰디브 부럽지 않'은 오키나와 부속 섬에 대한 정보가 PART 8에는 '리조트부터 게스트하우스까지' 오키나와 숙소 정보가 담겨있다.


이후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권말부록으로 실전에 꼭 필요한 여행 일본어와 영어가 실려있는데 "생색만 내는 여행 회화와는 근본부터 다"(p.11)르다는 작가의 말처럼 여행 중 필수적이면서도 여러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단어와 문장을 정리해놓았다. 일본어와 영어 공부(회화 중심)를 시작해야겠다는 결심만 몇 년째인 나로서는 회화 공부의 마중물이 되어 줄 만한 실질적이고도 쉬운 내용으로 이루어져있어 이 부분도 큰 용기(?)와 도움이 되었다.

총평

이 책은 작가의 100% 현지 취재와 직접경험을 통해 축적된 방대한 정보와 여행 노하우, 그리고 소소한 팁까지 상세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는 책이다. '2024~2025 최신판'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의 정보들로 구성되어 있어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소위 힙하다고 여겨지는 정보들이 함께 녹아있다.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정보를 얻고 축적할 수 있는 시대지만, 나는 여전히 종이책의 힘을 믿고 종이책이 편하기도 하다. 종이책의 힘을 믿는다는 건 그 책을 쓴 작가를 믿는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오키나와에 머물며 취재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겪었을 작가와 그를 도와 세상에 책을 내놓았을 이들의 정성과 노력을 믿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키나와에 대해서도, 해외여행에 대해서도 무지하며 겁 많고 길도 잘 찾지 못하는 내가 '오키나와'에 있는 상상을 해본다. 막연한 상상이 아닌 여권을 재발급하고 짐을 싸고 공항에 내려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장면들이 떠오른다. 아마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가능하지 않았을 상상일 것이다. 그만큼 아주 상세하고 친절하며 오키나와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정보와 팁을 다루고 있기에 이 책을 믿고, 여행을 준비하고 떠나도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일 거다.

당장 떠나지 못해도, 겁이 나도 괜찮다. 그저 이 책을 펼쳐 오키나와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눈과 마음의 정화가 된다. 아마 그렇게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마음은 오키나와로 가있을 지도.


좋은 책을 만들어주신 문신기 작가님과 디스커버리미디어에 감사드리며 오키나와를 '꿈'꾸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촘촘하고 믿을 만한 정보와 떠날 용기를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난쿠루나이사(다 잘 될 거야)'

작가의 말 中

이 책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궁금하신 분들은 디스커버리미디어 블로그 및 인터넷서점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discoverymedia/223365311398



※ 이 책은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만 '독자'로서 개인적인 감상과 느낌에 충실하여 적고자 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온전히 ‘당신‘을 맡겨도 좋은 곳, 오키나와는 여행자를 위해 태어난 완벽한 섬이다.(p.8) ‘작가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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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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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얼굴은 얼마나 다양할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혹은 생소하더라도 문화사적으로 주요한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라면 충분히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것이지 않을까. 


플로리안 일리스가 쓰고 한경희 번역가가 옮긴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문학동네)이 출간되었다. 대략 120페이지 분량의 티저북을 먼저 받아 읽으며 책이 출간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만큼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어떤 모양으로 어느 곳을 향해 치닫고 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책에는 누구나 알 만한 인물들과 그들의 사랑 이야기뿐 아니라, '문화사적으로 의미 있는 주요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가 교차되며 전개된다. 특정 인물의 이야기를 꼭지별로 나누어 길게 끌어가는 것이 아닌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전개되는 방식이라 지루함을 더는 동시에 새로운 이야기로의 전환이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한다. 많은 인물과 때때로 입에 잘 붙지 않는 이름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게 읽히는 점은 바로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부제로 붙은 '감정의 연대기 1929~1939'에서도 알 수 있듯이 1929년부터 제2차세계대전이 일어난 1939년까지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사랑'이라는 단어를 마주했을 때 떠오르는 몽글몽글한 느낌의 이미지를 산산히 부숴버린다. 


나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랑의 다양한 형태와 방식, 어쩌면 알고 있지만 눈감고 싶은 사랑의 현실, 그리고 특정 인물들의 실제 이야기를 통한 개인의 서사속에서 발견하는 우리의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 이 책은 문학동네 북클럽 티저북 리뷰 이벤트를 통해 도서(티저북)을 제공받았으나 독자로서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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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창비청소년문학 122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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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제철 과일이 무색하게도 우리는 대부분의 계절에 다양한 과일을 먹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귤’은 뭐니뭐니 해도 따뜻한 이불 속에서 소복이 쌓아두고 까먹는 귤이 제일인 것 같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던 2023년 가을, 이희영 작가의 신간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가 출간되었다.



이희영 작가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로 2013년 제1회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대상을 수상하고 이후 『페인트』로 2018년 제 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나는 소설 『페인트』를 통해 이희영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 작품의 내용이 흥미로우면서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깊이 고민해볼 만한 지점들이 있어 참 좋았던 기억이 있다.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는 주인공 '선우혁'이 세상을 떠난 형 '선우진'의 메타버스 속 공간에 접속하게 되면서 형과 '곰솔'이라는 인물의 관계, 그리고 형에 대한 자신의 기억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과정을 그리는 소설이다.

"누군가를 마음에 담아 두는 일은, 타인이 아닌 낯선 스스로를 만나는 시간인 것 같아. 그 사실을 너를 통해 배웠어."(p.121)

곰솔의 편지中

선우혁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의 중간중간에는 곰솔이 선우진을 향해 하는 이야기가 편지 형식으로 쓰여있다. 곰솔은 선우진과 둘만이 공유했던 기억의 공간인 'JIN의 정원'에서 선우진과 시간을 보내며 자신이 몰랐던 선우진의 모습,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말이야 가끔 인간에게도 각자 특별한 제삼의 눈이 있다고 생각해. 남들은 감지할 수 없는, 아니면 크게 감흥 없는 무언가를 유독 강하게 느끼고 끌릴 때가 있잖아.그것이 재능이나 적성이 될 수도 있고, 나만의 가치관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인연이나 사랑이 될 수도 있겠지. 모든 사람이 모든 것에 똑같이 반응한다면 세상이 되게 삭막할 것 같지 않아? 물론 보편적인 것들도 많겠지만, 그래서 세상에는 또 비밀이 생기는 모양이야. 내 온점에만 반응하는 무엇을 다른 이들은 결코 느낄 수 없을 테니까, 가끔은 전혀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야."(P.158)

곰솔의 편지中

선우진과 곰솔은 자신이 가진 제삼의 눈으로 서로를 알아봤던 걸까. 그렇게 둘은 특별한 사이가 되어 둘만이 공유하는 공간 안에서 가까워진다.

"외향적이든 내향적이든, 대범하든 그렇지 못하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 과정에서 무엇이 좋고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세상에는 수많은 성격과 가치관이 존재하니까. 딱 하나의 해결책만 있는 건 아니다. 도운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 갈 것이다. 그러니 내가 굳이 비스킷의 주인을 만났다는 말은 할 필요가 없겠지."(P.187)

이 소설은 선우혁이 형 선우혁의 메타버스 공간인 'JIN의 정원'에 접속하면서 형과 곰솔의 관계, 그리고 형에 대한 기억에 다가가는 과정과 함께 친한 친구 도운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소설이기도 하다. 선우혁은 친구 도운이 학교에서 오해를 받고 힘들어하는 것을 두고볼 수만은 없어 나름의 방식으로 그를 돕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데, 세상과 사람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해나가며 성장하는 그의 모습을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이런 게 다 무슨 의미일까? 싶었어. 하지만 그냥 방치하기 싫었어. 도저히 그럴 수 없었거든. 이곳은 너의 시간이 고여 있잖아.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만이 기억하는 그 시간을 이대로 잊어버리고 싶지 않았어. 그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 정원은 현실이 아니니까, 가상 세계니까. 혹시 정말 단 한 번쯤은 JIN의 아바타가 찾아와 주지 않을까? 그런 허무맹랑한 바람이 생겼어. 현실에서는 할 수 없고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 이곳에서는 모두 가능하니까."(P.211)

곰솔의 편지中

곰솔은 선우진이 떠난 뒤에도 JIN의 정원을 관리하며 그가 만든 공간이 사라지지 않도록 한다. 십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홀로 이 공간에 접속하여 공간을 수리하고 꾸미는 그의 행위는 세상을 떠나 곁에 없는 사람과 그와의 시간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노력일 테다. 그것은 '기억'의 가치를 깨달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이지 않을까.

"부조는 그 나름의 분명한 아름다움이 있다. 부조 작품을 보며 누구도 조각된 면 너머를 원하지 않는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타인이 보여 주는 모습을 존중하되, 그것이 전부라 단정 짓지 않으면 된다. 좋은 인상을 주었든, 나쁜 이미지로 남든 간에 말이다. 어른들의 말처럼 열 길 물속보다 깊은 게 인간이니까.(P.243)

선우혁은 '프프'라는 가상의 인물과 대화하는 앱과 형 선우진의 메타버스 속 공간 'JIN의 정원', 그리고 그 정원이 사라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던 '곰솔'이라는 인물을 통해 형의 기억과 형이라는 사람에 한 걸음씩 다가간다. 그리고 친한 친구 도운에 대해서도 자신이 몰랐던 그의 모습을 발견해 가며 사람의 면면을 바라보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아가게 된다.

4월이다. 유독 '기억'이라는 단어를 기억해야 할 것 같은 달이다. 이별한 이들을, 그들과의 기억을 떠올리면 '가슴에 신맛'이 느껴진다. 그래서 곰솔도 선우혁도 귤을 싫어했지만 결국은 그 귤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이와의 기억을 담고 있는 대상이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보다 두 번째 읽은 지금, 가슴에 신맛이 차오른다. 싫지 않은 신맛이다. 잊고 있던 누군가가 있다면, 기억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여름이 다가오기 전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당신과 이야기 나누고 싶다. '당신의 귤은 어느 계절인가요?'

※ 이 책은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만 '독자'로서 개인적인 감상과 느낌에 충실하여 적고자 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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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살 위로 사전 - 나를 들여다보는 100가지 단어
박성우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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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에 개정된 법률에 따라 나이 세는 법이 바뀌면서 마흔살에서 한 걸음 물러났지만 여전히 '마흔'이라는 단어는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십대의 마지막에 '서른'이라는 단어가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인지 '마흔'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책들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데, 그 중 작년 가을에 창비에서 출간된 이 책 또한 궁금해졌다. 백석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한 시인 박성우가 100개의 단어로 마흔살의 마음을 보듬는 글로 이루어진 『마흔살 위로사전 』이다.



사실 제목에 '마흔'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지만 이 책은 사회생활과 인간관계 사이에서 이리저리 흔들려본 성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들로 이루어져있다.

특히 100개의 단어마다 시인 나름의 정의와 걸맞은 상황, 짤막한 글로 이루어진 구성은 읽기에 부담이 없으면서도 공감을 일으키는 부분들이 많았다.


100개의 단어를 작가 나름의 경험과 느낀 바를 통해 해석해내고 있는데, 작가의 해석을 읽는 것도 또한 공감하는 것도 좋았으나 그 단어들을 통해 떠오르는 나의 경험이나 감정을 기록해보는 것도 새로운 작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일기 혹은 자신의 과거나 생활을 복기하고 기록하는 일에 길잡이가 되어 주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은 읽는 재미와 더불어 그러한 역할 또한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작업을 도와주는 도구로서 책과 함께 동봉된 '마음 일기'라는 부록이 톡톡히 역할을 할 것 같다. 얇은 책자로 되어 있지만 이 노트를 다 쓰더라도 여기 실린 질문들을 활용하여 하루를 정리해볼 수도 있겠다.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후루룩 읽을 수도, 가볍고 작은 사이즈인 만큼 휴대하고 다니며 잠깐씩 꺼내보기에도 좋지만 시간을 내어 책상 앞에 앉아 한 단어씩, 그 단어에 달려있는 글을 음미하며 나만의 위로사전을 만들어가는 것도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의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지친 생활과 관계 속에서 위로를 찾고 싶지만 그렇다고 너무 두껍고 어려운 책은 펼치기 주저하는 청장년에게 한 번쯤 건네고 싶은 책, 『마흔살 위로사전』이다.


※ 이 책은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만 '독자'로서 개인적인 감상과 느낌에 충실하여 적고자 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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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날리면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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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10월. 언론인이자 전 MBC 사장인 박성제의 『MBC를 날리면 』이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그는 이명박 정권 말기에 정부의 방송장악에 맞서 싸우다 2012년 해고되었다가 2017년 복직해 2018년 MBC 보도국장을 거쳐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제35대 MBC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 책은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라는 제목처럼 공영방송으로서 MBC(KBS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긴 한다)가 겪은 수난의 시간을 기록한 책이다.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MBC 살리기 1: 험난한 뉴스 재건의 길」에서는 국민의 신뢰를 잃은 MBC가 어떻게 하면 다시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분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ㅡ JTBC는 '살아 있는 권력을 감시하고 약자를 대변하는 방송'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구축했다. MBC가 따라잡기에 갈 길이 너무 멀어 보였다.(p.65)

「2부 MBC 살리기 2: 공영방송 사장은 저널리즘으로 평가받는다」에서는 저자가 제 35대 MBC 사장이 된 후에 생긴 MBC의 변화와 그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ㅡ 'MBC만의 차별화된 뉴스'란 무엇일까. 유치원 비리나 버닝썬 게이트처럼 끈질긴 취재를 통해 우리만의 어젠다를 만들어내는 것, 또는 김용균 씨 사망처럼 주목받지 못했던 사건을 우리만의 시각으로 이슈화시켜내는 것이 가장 좋은 사례일 것이다. 반면 어떤 이슈를 모든 언론이 유사한 입장에서 보도할 때 MBC만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것도 차별화일 것이다. 모두가 'Yes'라고 할 때, 우리만 'No'를 외친다고 차별점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옳은 길을 간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며, 진실을 추구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p.88)

ㅡ "「뉴스데스크」와 「PD수첩」은 우리 간판인 만큼 시청자와 호흡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시청자들에게는 MBC가 흑자를 냈는지보다 보도를 똑바로 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재난, 양극화, 저출산, 한반도 평화 같은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서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공영방송이 돼야 한다."(p.141)

이어서「3부 ‘MBC 죽이기’의 시작」을 통해 살아있는 권력이라 불리는 검찰에 대한 보도와 일명 '바이든-날리면' 사태를 통해 MBC 죽이기를 본격화하는 권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ㅡ 보수진영에서는 'MBC가 문재인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윤석열 총장과 검찰을 흠집낸다'는 음모론을 끊임없이 설파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음모론은 더욱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보수 유튜버들은 음모의 기획자로 공공연히 '박성제 사장'을 거론했다. 내가 정권 재창출을 위해 기자, PD 들에게 편파 보도를 지시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모든 것이 정파적 의도에 따른 터무니없는 모략이었지만 나로서는 일일이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했다.(P.154)

「4부 언론,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서는 공영방송의 무력화를 통한 언론장악 의도가 엿보이는 현정부의 행보와 언론개혁에 대한 필요성으로 마무리한다.

ㅡ MBC, KBS처럼 '좋은 언론'의 가능성이 있는 공영방송을 지원한느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KBS 수신료가 방만하게 쓰인다는 비판이 있다면, KBS가 이를 제대로 쓰도록 감시하는 제도로 보완하면 된다. 무엇보다 공영방송 언론인들이 정파적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바꿔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개혁이다.(p.224)

200여쪽에 이르는 이 책은 일단 구성이나 문장면에서 가독성이 좋았다. 저자는 거리의 언론인에서 공영방송 MBC의 언론인으로 복직한 이후, MBC가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정상궤도를 향한 노력의 과정과 MBC의 당시 상황을 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평소 언론과 정치에 관심있는 사람은 물론, 잘 알지 못했던 사람도 누구나 알만한 사건과 사례를 통해 현재 언론이 처해있는 위기에 대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쓰여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신념에 따라 누군가는 불편하게 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에 기술되어 있는 사건과 그 사건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과정에서 언론인들이 겪은 일들과 느낀 바는 사실이자 진실일 것이다.

이 책이 출간된 것은 작년 10월이지만 저자가 책을 통해 지적하고 있는 현실 상황은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시의성을 띄고 잠깐 화제로 떠올라 사라질 책이 아닌 정치와 언론의 관계, 권력이 언론에 미치는 영향력과 더불어 국민이 언론과 정치에 대해 가져야 할 관심과 태도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마중물이자 언론 역사의 중요한 하나의 기록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 정치나 언론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거나 관심이 있어도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사람들이 꼭 한 번 읽어보았으면 한다.

첨언. 제목이 정말 꼭 맞다는 생각이 든다.' MBC를 날리면'의 'MBC' 자리에 이 말 저 말을 넣어볼 수도 있고.

※ 이 책은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만 '독자'로서 개인적인 감상과 느낌에 충실하여 적고자 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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