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을 보내주세요
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간절히 필요한 순간, 두뇌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지적 유희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정란 옮김 / 예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으나 우리들은 평소 사물을 바라볼 때 그것이 A라면 그냥 A이겠거니 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공간, 식당은 사람들이 돈 내고 먹을거리를 사먹는 공간, 떡볶이는 어렸을 때나 어른이 된 지금이나 여전히 맛 나는 음식 등 학교는 학교이고, 떡볶이는 떡볶이이다. 물론 떡볶이를 먹으며 나누었던 친구들과의 우정처럼 각자가 내포하는 의미가 또 있을테지만 말이다.

하나의 사물이 갖는 고유한 의미가 더 이상의 확장 없이 고정되었을 때, 그리고 그 고정성을 깨고 다른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가 귀찮아질 때 그때 내 상상력은 꽁꽁 굳어버리게 될 것이다.

인터넷에 실린 어떤 기사를 보니 사람은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할 때, 예를 들어 발라드만 듣던 사람이 헤비메탈 음악을 듣는 것처럼 낯선 일을 시도할 때 뇌(brain)가 건강해진다고 한다. 익숙해지면 지루해지고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인간의 본능은 그야말로 뇌 건강을 위한 본능에서 비롯된 걸까.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지성이자 위대한 작가’라는 평을 듣는 미셸 트루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은 두 개의 개념을 짝을 지워 제시하고, 그 개념들로부터 기존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의미를 끌어낸다.

‘물과 불’이라는 챕터에서는 “물과 불이 싸우면, 언제나 불이 지게 되어 있다”라는 스페인 속담을 제시하며 ‘불은 젊은 정신과 대담한 열정, 물은 슬프고 실망스러운 현실에의 종속’이라고 말한다. 물과 불이라는 두 개체가 서로 만나 벌어지는 결과 - 불은 물에 의해 꺼지게 되는 -를 젊은 정신과 실망스러운 현실에의 종속 간의 부딪힘으로 표현한다. 이 둘이 부딪히면 당연히 불이 꺼지게 되므로 비관론을 언급하는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개념들 중 ‘역사와 지리’로부터 표현해낸 의미들이 무척 인상 깊다. 작가는 역사와 지리를 설명하면서 시간과 공간, 미술, 문학작품, 지리소설 등으로 연결시켜 간다. 그러다가 문학작품으로 넘어가 역사와 지리처럼 대조적인 관계라며, 토마스 만과 헤르만 헤세를 비교하기 시작한다. 작가는 토마스 만이 여러 장소에서 거주했던 것은 상황에 떠밀려 선택한 것이었다고 말하고 반대로 ‘자기들에게 가장 잘 맞는 기후를 찾기 위해서 정신의 냄새를 맡는 것처럼 보이는’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의 경우를 제시한다. 니체가 이탈리아, 스위스 등지로 돌아다녔던 것은 ‘자신이 정착할 최상의 땅을 끊임없이 찾아다녔던 헤르만 헤세의 경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진행된 이야기들은 여행에 대한 아름답고 새로운 정의를 내리기에 이른다.

 

“이들에게 여행이란, 결코 방랑자의 어떤 소명에 부응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로 그들은 영원히 뿌리를 내리고 살 장소를 찾아다니는 정착민이었다. 그 장소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면, 방랑은 일생 동안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113쪽)

 

   작가가 프랑스인이어서 문화차이를 느끼게 되는 부분도 있다. ‘지하실과 다락방’의 내용이 낯설었는데 한국의 주거문화에서 지하실을 만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어렸을 때 집에 다락방이 있었는데 이 경험 때문에 확실히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확실히 문학,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감을 경험하게 되면 그 감동은 배가 된다. 소소한 문화적 차이로 인한 생경함이 종종 느껴지지만 기본적으로 낯선 것에 대한 만남, 그로 인해 뇌가 자극되는 이 여행이 주는 의미는 높게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이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