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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황홀 - 성석제의 음식 이야기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인생의 순간순간에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그렇게 떠오르는 추억 하나하나가 음식이라는 건 그 맛의 정도를 떠나 그동안 배곯고 살지는 않았구나 하는 기쁨으로 다가올 것 같다. 이 책은 음식을 통해 떠오르는 추억을 하나씩 하나씩 펼치면서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 물론 작가처럼 해외를 이곳저곳 여행하면서 그 곳의 음식들을 맛보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그곳도 역시 사람사는 곳이어서 인간사 보편적 감정들을 어렵지않게 공감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다가 갑자기 혼자가 될 때가 있다. 친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각자 재미있고 정다운 무엇인가를 찾아 떠나버리고 혼자서 정처 없이 거리를 걸어갈 때, 만날 사람도 반겨주는 사람도 없는 그런 저녁이 있지 않은가"(217쪽)
나도 괜히 쓸쓸한 마음에 정처없이 거리를 걸어본 적이 있다. 이렇게 작가와 감정의 공감대를 형성한 순간이 나에게는 '황홀'이었다. 단 나는 작가처럼 그럴 때 찾아갈 단골집이 없다는게 문제지만. 이렇게 타인의 감정에 대해 공감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위로가 되고 다정하게 들리는지 이 책의 묘미는 바로 그런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부제로 붙은 '성석제의 음식이야기'가 무색하게 작가의 음식이야기가 진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독서의 순간에 배고픔 따위는 잊었던 걸까. 음식이 주는 황홀을 느끼지 못한게 안타깝다. 그러나 인간의 보편적 감정들을 확인하는 '황홀'을 맛보았으니 배가 부르기는 매한가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