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 문학과지성 시인선 413
이우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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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하게 읽고 싶다. ㅁㅣ리보기로 다 읽었지만 배송료가 붙어서 뒷이야기는 잠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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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괜찮습니다 - 네거티브 퀸을 위한 대인관계 상담실 자기만의 방
호소카와 텐텐.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황국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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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괜찮습니다> 가제본 서평단을 모집한다기에 서둘러 신청했다.

나름, 직업적인 역량을 발휘해, 혹~시라도 눈에 띄는 오탈자나 비문이 있으면 귀띔해 주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받자마자 기분이 좋았다.

"비밀클럽 회원님께 드립니다'라는 카드가 동봉되어 있는데 (말해도 되려나 ㅋ) 실수로 빠진 대사 하나가 있어서 손으로 써 넣었다며, 그 부분이 어디 있는지 찾는 재미도 느껴볼 수 있길 바란다는, 재치 있는 편집부 요원들의 아이디어도 귀엽게 느껴졌다.

손글씨를 써 넣는 것도 일이었을 텐데, 실수를 이런 식으로 해결하는 아이디어도 괜찮다~ 라는 느낌.
책을 만들다 보면 정말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고가 터지는 때가 많은데, 이런 대처라면 사장님도 귀엽게 봐주실 것 같다는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드는 건, 현장에서 일할 때의 긴장감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거다.

내가 좋아하게 된 출판사. 단 두 권만 읽고도 좋아하게 된 출판사라니!
'책을 열면 어디나 자기만의 방'라는 의미 자체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매력으로 다가갈 거다.

'최고요 작가의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에 이어 <이대로 괜찮습니다>를 비롯, 이 출판사에서 나온 다른 책도 제목부터가 신선한 느낌을 주고 뭔가 친근한 인삿말 같기도 하다.
독자의 행복을 생각하는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런 걸 두고, 담백하다라고 표현하는 걸까.

우선 이 책은 "대인관계치료"의 목적을 띤, 대인관계 때문에 힘들어하고 사람들과의 소통이 힘든 사람들을 위한 '치유서적'이라고 말해 둔다.

만화가이자, '남편이 우울증에 걸렸어요'라는 작품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텐텐'과 대인관계치료 전문가인 정신과 의사 '미즈시마 히로코'의 대화가 만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텐텐은 모든 사람과 잘 지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줘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삶이 힘든, 자칭 '네거티브 퀸'이다.

'인생에 좋은 일따위는 없으니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라'고 가르쳐 온 엄마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 어느새 성인이 되었고 결혼도 했다.

나이 마흔이 되기까지, 매사에 부정적인 감정들로 가득찬 텐텐이지만, 모든 엄마가 그렇게 가르치진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소개를 통해 진료실 문을 열게 된 텐텐은 대인관계치료에 필요한 두 가지 포인트인 '감정을 소중히 여긴다' '감정은 사람이니까 당연히 느끼는 것이다'라는 것을 서서히 받아들이게 된다.

자신을 인정하는 것부터 자신의 성장 배경을 이해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우선 주인공 '텐텐'은 우리 사회에서 도태되고 소외받는 직업을 가지거나 심각하게 가난하거나 못난 사람이 아니라 썩 잘 나가는 작가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겉으로 보기에 썩 괜찮은 사람, (가정을 이루고,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런 사람이 본인의 성격 때문에 상담을 하게 된다는 설정은 어떤 면에서 (이 책이 의도한 바대로) 더 소외되고 자존감이 더 낮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이자 위로가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친절한 상담서'라고 표현해 보았다.

실제로, 이 책에 나오는 몇 가지 사례가 나와 남편 사이에 이야기, 우리 부모님 사이에 일어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침묵은 파괴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내용을 접할 때는, 서로 언짢을 때마다 침묵을 고수하는 남편에게 슬쩍 보여 주기도 했다. 또, 모호하게 표현하거나 말을 하지 않고 상대방이 알아주길 바라지 말라는 내용을 읽을 때는 평소 제대로 표현(전달)하지 않고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했던 나의 모습이 생각 나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 실생활과 연결되어 있는 실제적인 이야기라는 말.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지치고 힘들어하는 현대인들에게 미즈시마 히로코가 하는 말은 제목 그대로 '이대로 괜찮다'라는 말이다.

겨우 그런 일로 힘들어하는 자신을 자책할 이유도 없고, 추위와 더위를 느끼는 것처럼 당연한 일로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간에게 완벽이란 있을 수 없다고. 남들도 완벽하지 않다고. 각자의 사정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거라는 시선을 가지면, 타인에게 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현실에서 남을 헐뜯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그 사람보다 낫다는) 식으로 자신을 높일 때가 많다. 그건 곧 우리의 자존감이 높지 않다는 것과,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누구나 단점이 있고 말 못하는 고민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의 실수나 모난 모습도 내가 신경 쓸 부분이 아니라는 것,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될 텐데.
그리고 나 역시 실수를 하거나 부족한 모습을 보이게 될 때,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 것인데.
왜 나는 남에게 완벽한 사람으로 보이려고 발버둥치고 그러지 못할 때 자책해 왔던 건지 피식 웃음이 난다.

이 책을 읽은 이상, 우리는 더 이상 경쟁할 필요도, 손가락질할 필요도, 자책하며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누구나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다른 꿈을 꾸며, 다른 방향을 향해 살아가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세상이 도대체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거지? ^^)


이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귀엽고 센스 있게 다가온 것은, 십분 에디터들의 역할이 큰 것 같다.

'비밀요원' 설정 메시지부터, 책을 닫고 난 후 읽게 된 '에디터의 편지'까지-


하루 만에 뚝딱- 읽은 책 한 권이 '봄날의 좋은 시간'을 선물한 것 같아 하루의 마감이 더 행복하다.

 

 

_


* 본 서평은 리뷰어스클럽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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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언제나 옳다 - 망설이지 말 것, 완벽을 기다리지 말 것, 행복을 미루지 말 것
전제우.박미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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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수록, 책에 담긴 내용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제목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나 역시 편집자로 일할 때, 내가 생각하는 제목은 '이것'인데, 사장님이 생각하는 제목은 '저것'이었고

대부분 영업부 직원들의 의견이 힘을 발휘할 때가 많았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도 이렇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누군가의 '막연한 시작'을 의미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책장을 다 덮고 나서 제목을 소리내어 다시 읽게 되었다.

"시작은 언제나 옳다"

 

 

 

이들에게는 남들과 구별된 '시작의 경계선'이 있었다.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남들이 다 하는 결혼식 준비를 하게 되면서 일어난 일이다.

어쩌면 누구나 똑같이 받아들이는 일, 누구나 대수롭지 않게 듣고 넘기는 말을 특별하게 듣고 특별하게 여긴 것이

이들을 특별한 삶으로  - 이 표현이 너무 거창하다면, 조금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하도록 -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인생 한 번 사는 거고, 지금 이 순간은 정말 일생 한 번뿐이잖아요. 안 그래요?"

시끌벅적한 웨딩박람회에서 수많은 예비부부들에게 던져졌을, 지극히 상업적인 멘트다.

그런데 이들 부부는 웨딩플래너가 던진 이 한 마디를 기점으로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된다.

남들에게 이끌려 남들 하는 대로 준비하고 정신없이 끝나 사진 속에만 남는 결혼식이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준비하고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이벤트로 남을 수 있게 준비하자고 결심하게 되었다.

 

"평범한 예식장보다는 특별한 장소에서 결혼을 하고 싶어 '올림픽공원의 수변무대'를 섭외하기로 했다.

관리 부서로 연락을 취했지만,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유는 선례가 없다는 게 전부였다.

다른 행사는 진행이 가능한데 결혼식이 안 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원인데 결혼식을 못한다니...

방법을 고민하던 예비신부 미미 씨(박미영)는 서울시 공공시설의 총책임자인 박원순 시장에게 트위터를 보냈다.

'시장님, 시민을 위한 공간인 올림픽공원에서 결혼식을 허가할 수 없다고 합니다.

진정 예식장 말고는 결혼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건가요?'

-시장님한테 트위터 보낸다고 되겠어? 읽지도 않으실걸

5분이나 지났을까? 시장에게서 답변이 온 것이다.

'시민의 공간인데 안 될 이유가 없죠. 담장자 연결해서 다시 논의할 수 있도록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올림픽 공원 수변 무대에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주변에 식사할 공간이 마땅치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우리는 실패했다. 시장님에게 트위터를 보냈든 보내지 않았든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일로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 것과 뭐라도 해보는 것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부는 그들만의 스타일로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블로그에 올려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아서 잡지나 방송 등 각종 매체에서 인터뷰를 요청해 왔고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하는 등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단지 결혼식을 남들과 다르게 했을 뿐인데 이전에 상상해 보지도 않은 일이 부부에게 잇달아 일어나고 있었다. ​

신혼여행까지 마치고 돌아온 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계속되는 야근이었다.

좀 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살기 위해 결혼식이라는 큰 일을 그들만의 스타일로 치르고 나니 전에 없던 고민이 생겼다.

틀에 박힌 출퇴근 시간,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지는 야근, 조직원간의 경쟁, 회사의 니즈에 따른 수동적인 회사생활을

얼마나 이어갈 수 있을까, 과연 정년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 전에 이 회사는 나에게 정년을 보장할까 등 이런저런 고민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안정'이라는 것은 '상황과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함'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앞으로 맞닥뜨리는 모든 일에 더욱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본인들의 삶을 개척해 가고 싶었다.​

부부는 함께 하고자 했던 버킷리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신혼집을 해외여행을 떠나 온 여행자들에게 숙소로 제공하게 된다.

그러다 숙소에 다녀가는 게스트들을 만나면서 안방에서도 수많은 외국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매력에 빠졌다.

부부는 그들에게 받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통해 더 넓은 세계를 접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게 되었고 세계일주를 하기로 한다.

그리고 여행 중에도 할 수 있는 일을 구상하고 공부하다, 그것이 '디지털 노마드'라고 불린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분야에 대해 공부하면서 알게 된 인물과 만나 그를 통해 포럼의 연사로 서게 되기도 한다.

'어설퍼도 한 걸음 내딛으면, 눈앞에 마법처럼 그 다음 표지판이 나타난다.'

그들은 무작정 퇴사를 한 게 아니라 철저히 계획하고 만약을 대비한 상황까지 준비해 두고 세계일주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계획했던 일을 꾸준히 하기도 하고, 중간에 돈이 떨어져서 계획에 없던 일을 하기도 한다.

여행을 기념하기 위해 3분짜리 동영상을 만들어 유투브에 올리고 싶었지만 어딜 가든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 포기하고,

차라리 더 많은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 기록하자는 걸로 계획을 수정하는데, 결국 그렇게 찍은 사진으로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sns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스폰까지 받아, 한국에 돌아와 멋진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인생의 기회는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른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하며 더 성장하고 더 단단해졌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와~ 멋지다. 신기하다!' 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사람에게는 경험과 인연이 재산이다'라는 나의 인생관과 들어맞는 것 같아서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혹자들에게는 '자기들 자랑이네, 별거 없는 이야기네.'라는 반응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런데 분명한 건, 각자의 삶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다가오는 일을 대하는 방법이 달라질 거라는 것이다.

어떤 감동적인 이야기를 읽더라도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로 임한다면 세상의 어떤 성공 스토리도 자신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비슷한 기회를 만나더라도 알아보지 못하거나 자신을 위한 경험으로 축적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 있다는 거다.​

그런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오는 위기를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자신의 실패를 어떻게 딛고 일어서야 하는지 대비하기는 힘들 것이다.

​문제는, 인생을 흔드는 바람은 한두 번 불고 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통째로 집어삼킬 정도의 큰 시련도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인데

그때마다 휘청거리며 흔들리다가 마침내 부러지거나 뽑히고 말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 부부처럼 '모든 시작에는 갚진 의미가 있고, 결국 멋진 끝이 있다.'라는 태도로 살아간다면

자신에게 주어지는 크고 작은 일을 쉽게 여기거나 함부로 지나쳐 버리지는 못할 것이다.

사소한 경험도 그 다음 일을 대비하는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으며, 아무리 아픈 시련도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거라는 것을 알기에

담담하게 이겨내며 내면을 더욱 견고하게 다지는 기회로 만들 것이다.

실패를 통해서도 배우고자 할 것이며, 성공을 하더라도 자만하지 않고 더 성장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을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마음으로는 이 부부의 생각에 공감하지만, 정작 내 삶의 태도는 얼마나 게으르고 용기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 버렸던가.

"시작은 언제나 옳다." 제목을 다시 한 번 소리내어 읽어 본다.

그리고 오늘 나는 무엇을 '다시' 시작할까? 곰곰 생각해 보기로 한다. ​

* 본 서평은

리뷰어스클럽 서평단 활동을 통해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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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버리기 연습 - 한국어판 100만 부 돌파 기념 특별판 생각 버리기 연습 1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유윤한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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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도화지에 점이 하나 찍히는 순간, 그 점은 존재하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그 점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거나, 옆으로 번지거나, 제 몸에 뭔가가 더해져 몸집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내가 해 왔던 수많은 '생각'은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었더라도 생성된 이후 지금까지,

그대로 있거나, 옆으로 번지거나, 거기에 뭔가가 더해졌을 거다. 

문제는, 그 생각이 ​과연 어떤 상태로 존재하고 있으며, 어떤 모습으로 번졌을까, 어떤 것이 더해졌을까. 새삼 흠칫 놀라게 되었다.

100만 부 돌파 기념으로 출간된 리커버 에디션 <생각버리기 연습>을 다시 읽게 된 후의 일이다.

핑크빛 하드커버로 제작된 리커버 에디션은, 유난히 길었던 겨울을 보내며 새 봄을 맞는 마음을 알아주는 듯했다.

그래, 봄이니까!  새 마음으로! 

읽다가 멈추었던 책을 제대로 읽고 마음을 재정비해 보자! ​라는 결심이 민망하진 않겠지.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내 마음과 내 뇌가 담고 있는 것들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중에는 그다지 쓸 만한 것이 없었다는 것을, 버릴 것 투성이였다는 생각을 피할 수 없다. 

좀 심하게 말해서 나는 쓰레기로 둘러싸인 채 쓰레기를 만들어 가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말해 뭐하겠냐만) 유난히 많은 짐을 안고 살아가는 나라고 홀가분한 생활을 원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버리고 싶어도 버려지지가 않고, 어느 정도 버려도 티도 안 날 만큼 너무 많이 갖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에게 남은 단어를 하나 꼽아 보자면 '재정비'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내가 해 왔던 생각들, 생각없이 내뱉은 말들, 무심코 했던 행동들, 무턱대고 사들였던 물건들...

그것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을 테고, 내 몸의 모든 세포를 형성해 왔겠지 싶으니 아찔하다.

​이제라도 모든 면에서 나의 모습을 돌아보고, 재정비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지.

책을 통해 마음에 남은 문장을 짧게 옮겨 본다.

"상대방에게 의미가 없는 말은 ​모두 쓸데없는 말이라고 보면 된다."

"​말을 할 때나 글을 쓸 때, 자신의 가치관이나 평가를 전달하기보다는 있는 사실만 전달하는 연습을 한다."

-그 예로

'비가 와서 계속 울적하군요.'라는 식의 문장보다는 '비가 와서 조금 축축한 방에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그곳 날씨는 어떤가요?'라든가

'지금 시곗바늘이 정각 12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보름딸이 뜬 밤에 ​메일을 드립니다.' 하는 식의 문장을 쓰라는 것이다.

이 문장을 보고 나서 왠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아! 이런 인사도 있구나. 군더더기가 없구나.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나 위주의 기분과 상황과 의견을 무의식적으로 전달했었고 어쩌면 주입하며 살아 왔을까 싶은 것이다.

"먹을 때는 '먹는 행위, 씹는 느낌, 삼키는 순간'에 집중해 보자."

​-이렇게만 하더라도 '먹는다'라는 행위를 뇌에서 더욱 크게 인지하기 때문에 소량만 먹더라도 만족감이 커서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주 솔깃한 문장이다. ^^

​"보다, 먹다, 걷다 식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하려고 노력해 보자."

-매일 걷는 길이더라도 ​'간판이 보인다, 간판을 지나가고 있다, 더 이상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순간순간에 집중하는 훈련을 하면

집중력도 커지고 ​일상에 소소한 기쁨과 만족도 생길 것이다.

-->​계절의 변화에는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오는 무료함은 항상 쇼핑으로 풀거나 가구를 재배치하는 일로 해소하곤 했는데.

싫증을 잘 내는 스타일인 내가 꼭 적용해 볼 만한 행동 같다.

"원래 사람은 물건을 소유하게 되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것을 잃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생긴다."

-->아무것도 아닌 문장 같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사람의 소유욕은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나 많은 물건(짐)을 소유하며 사는 나도, 어쩌면 그만큼 욕심이 많은 사람일 수도. 당연히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나 자신을 더욱 날카롭게, 더욱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끄집어낼 수 있는 대목이다.

알면서 실천하지 않는 것. 혹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것 같기도 한 것.

전혀 모르겠는 것. 알려고 하지도 않은 것.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책을 읽는 동안, ​생활 전반에 걸쳐 나를 재정비하고 제대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 시간이다.

그동안 허비해 버린 시간과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만나 온 사람들, 무의식적으로 해 온 행동들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새로운 결심을 한 이 시점부터 내가 내뱉는 말, 행동, 관계, 시간에 더욱 주체적인 입장을 취해야 할 것 같다.

 

 

 

*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 '21세기북스'에서 제공받은 서적을 읽고 난 후에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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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오사카 - 2018~2019년 최신판 리얼 시리즈
황성민.정현미 지음 / 한빛라이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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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일본. 하면 떠오르는 좋지 않은 기억이 한국인에게는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만한 해외여행지로 일본은 항상 우위에 손꼽히고 있다.

왜 그럴까?

아마도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면서도 많이 비슷하기도 한 뭔가가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처음으로 해외여행으로 다녀온 곳이 일본이었다. 그중에서도 도쿄. 그리고 신혼여행도 일본. 후쿠오카.

깨끗하고 조용하고 아담하면서도

화려하고 개성 있고 애니메이셔널한 일본 감성.

나 역시 일본에 처음 갔을 때 그 깨끗함에 반했고, 조용하고 예의바름에 놀랐고, 아담하면서도 실용적인 문화에 마음을 뺏겼었다.

그래서인지 신혼여행지로는 시간이 많이 없어서 유럽으로 떠나지 못할 바에야 일순위가 일본이었다.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일본에 갔을 때 느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았다.

길거리에서 먹었던 맛깔스런 음식들, 일본어를 공부했음에도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 메뉴판 보기도 어려웠던 웃픈 사연, 그리고 유스호스텔 관리 아저씨가 따로 내 주신 다락방에서 아저씨의 고향 이야기도 듣고 친구와 즐거운 하룻밤을 보냈던 기억. 벌써 10년 전 나의 첫 해외여행기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일본이 가진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유독 강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언제라도 가볍게 떠나고 싶은 곳이고 그럴 수 있는 곳이기에 그럴 만도 하다.

오사카와 교토 역시 다음 일본 여행 시 우선 순위인 곳이다.

이 책만 보아도 친절했던 사람들과 일본의 교통편,,, 어딜 가도 깔끔하게 정돈돼 있던 일본의 거리가 생각났다. 그런 도시라면, 음식도 믿고 먹을 만하다고 생각하기에 일본 여행이 더 끌리는 게 아닐까 싶다.

교토만의 감성, 오사카만의 문화.

우리나라의 삼청동과 부산, 그런 느낌이 아닐까 상상해 보며 머지 않은 날 일본 여행을 꿈꾸며 정독해 보았다.

이 책의 특징은 표지가 두 개!

이런 앙큼한 구성 같으니!

필수 여행코스는 물론이고,

원하는 코스로 선택할 수 있는 각종 체험과 축제, 일본의 술과 커피 문화, 식당에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음식 용어, 면세제도까지 쉽게 설명이 되어 있다.

여행가방에 넣어갖고 가기엔 좀 무거운 감이 있지만, 분권이 가능하니 필요한 지역에 해당하는 쪽만 선택해서 가면 큰 부담이 없을 테고, 그마저도 무거울 거라 여겨진다면 스마트폰에 저장해서 필요할 때 꺼내보면 유용하게 사용할 정보로 가득하다는 점.

단, 책을 보고 있다 보면 일본으로 당장 떠나고 싶어지는 부작용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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