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언제나 옳다 - 망설이지 말 것, 완벽을 기다리지 말 것, 행복을 미루지 말 것
전제우.박미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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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수록, 책에 담긴 내용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제목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나 역시 편집자로 일할 때, 내가 생각하는 제목은 '이것'인데, 사장님이 생각하는 제목은 '저것'이었고

대부분 영업부 직원들의 의견이 힘을 발휘할 때가 많았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도 이렇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누군가의 '막연한 시작'을 의미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책장을 다 덮고 나서 제목을 소리내어 다시 읽게 되었다.

"시작은 언제나 옳다"

 

 

 

이들에게는 남들과 구별된 '시작의 경계선'이 있었다.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남들이 다 하는 결혼식 준비를 하게 되면서 일어난 일이다.

어쩌면 누구나 똑같이 받아들이는 일, 누구나 대수롭지 않게 듣고 넘기는 말을 특별하게 듣고 특별하게 여긴 것이

이들을 특별한 삶으로  - 이 표현이 너무 거창하다면, 조금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하도록 -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인생 한 번 사는 거고, 지금 이 순간은 정말 일생 한 번뿐이잖아요. 안 그래요?"

시끌벅적한 웨딩박람회에서 수많은 예비부부들에게 던져졌을, 지극히 상업적인 멘트다.

그런데 이들 부부는 웨딩플래너가 던진 이 한 마디를 기점으로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된다.

남들에게 이끌려 남들 하는 대로 준비하고 정신없이 끝나 사진 속에만 남는 결혼식이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준비하고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이벤트로 남을 수 있게 준비하자고 결심하게 되었다.

 

"평범한 예식장보다는 특별한 장소에서 결혼을 하고 싶어 '올림픽공원의 수변무대'를 섭외하기로 했다.

관리 부서로 연락을 취했지만,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유는 선례가 없다는 게 전부였다.

다른 행사는 진행이 가능한데 결혼식이 안 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원인데 결혼식을 못한다니...

방법을 고민하던 예비신부 미미 씨(박미영)는 서울시 공공시설의 총책임자인 박원순 시장에게 트위터를 보냈다.

'시장님, 시민을 위한 공간인 올림픽공원에서 결혼식을 허가할 수 없다고 합니다.

진정 예식장 말고는 결혼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건가요?'

-시장님한테 트위터 보낸다고 되겠어? 읽지도 않으실걸

5분이나 지났을까? 시장에게서 답변이 온 것이다.

'시민의 공간인데 안 될 이유가 없죠. 담장자 연결해서 다시 논의할 수 있도록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올림픽 공원 수변 무대에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주변에 식사할 공간이 마땅치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우리는 실패했다. 시장님에게 트위터를 보냈든 보내지 않았든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일로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 것과 뭐라도 해보는 것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부는 그들만의 스타일로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블로그에 올려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아서 잡지나 방송 등 각종 매체에서 인터뷰를 요청해 왔고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하는 등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단지 결혼식을 남들과 다르게 했을 뿐인데 이전에 상상해 보지도 않은 일이 부부에게 잇달아 일어나고 있었다. ​

신혼여행까지 마치고 돌아온 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계속되는 야근이었다.

좀 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살기 위해 결혼식이라는 큰 일을 그들만의 스타일로 치르고 나니 전에 없던 고민이 생겼다.

틀에 박힌 출퇴근 시간,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지는 야근, 조직원간의 경쟁, 회사의 니즈에 따른 수동적인 회사생활을

얼마나 이어갈 수 있을까, 과연 정년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 전에 이 회사는 나에게 정년을 보장할까 등 이런저런 고민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안정'이라는 것은 '상황과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함'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앞으로 맞닥뜨리는 모든 일에 더욱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본인들의 삶을 개척해 가고 싶었다.​

부부는 함께 하고자 했던 버킷리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신혼집을 해외여행을 떠나 온 여행자들에게 숙소로 제공하게 된다.

그러다 숙소에 다녀가는 게스트들을 만나면서 안방에서도 수많은 외국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매력에 빠졌다.

부부는 그들에게 받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통해 더 넓은 세계를 접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게 되었고 세계일주를 하기로 한다.

그리고 여행 중에도 할 수 있는 일을 구상하고 공부하다, 그것이 '디지털 노마드'라고 불린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분야에 대해 공부하면서 알게 된 인물과 만나 그를 통해 포럼의 연사로 서게 되기도 한다.

'어설퍼도 한 걸음 내딛으면, 눈앞에 마법처럼 그 다음 표지판이 나타난다.'

그들은 무작정 퇴사를 한 게 아니라 철저히 계획하고 만약을 대비한 상황까지 준비해 두고 세계일주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계획했던 일을 꾸준히 하기도 하고, 중간에 돈이 떨어져서 계획에 없던 일을 하기도 한다.

여행을 기념하기 위해 3분짜리 동영상을 만들어 유투브에 올리고 싶었지만 어딜 가든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 포기하고,

차라리 더 많은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 기록하자는 걸로 계획을 수정하는데, 결국 그렇게 찍은 사진으로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sns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스폰까지 받아, 한국에 돌아와 멋진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인생의 기회는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른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하며 더 성장하고 더 단단해졌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와~ 멋지다. 신기하다!' 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사람에게는 경험과 인연이 재산이다'라는 나의 인생관과 들어맞는 것 같아서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혹자들에게는 '자기들 자랑이네, 별거 없는 이야기네.'라는 반응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런데 분명한 건, 각자의 삶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다가오는 일을 대하는 방법이 달라질 거라는 것이다.

어떤 감동적인 이야기를 읽더라도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로 임한다면 세상의 어떤 성공 스토리도 자신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비슷한 기회를 만나더라도 알아보지 못하거나 자신을 위한 경험으로 축적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 있다는 거다.​

그런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오는 위기를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자신의 실패를 어떻게 딛고 일어서야 하는지 대비하기는 힘들 것이다.

​문제는, 인생을 흔드는 바람은 한두 번 불고 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통째로 집어삼킬 정도의 큰 시련도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인데

그때마다 휘청거리며 흔들리다가 마침내 부러지거나 뽑히고 말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 부부처럼 '모든 시작에는 갚진 의미가 있고, 결국 멋진 끝이 있다.'라는 태도로 살아간다면

자신에게 주어지는 크고 작은 일을 쉽게 여기거나 함부로 지나쳐 버리지는 못할 것이다.

사소한 경험도 그 다음 일을 대비하는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으며, 아무리 아픈 시련도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거라는 것을 알기에

담담하게 이겨내며 내면을 더욱 견고하게 다지는 기회로 만들 것이다.

실패를 통해서도 배우고자 할 것이며, 성공을 하더라도 자만하지 않고 더 성장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을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마음으로는 이 부부의 생각에 공감하지만, 정작 내 삶의 태도는 얼마나 게으르고 용기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 버렸던가.

"시작은 언제나 옳다." 제목을 다시 한 번 소리내어 읽어 본다.

그리고 오늘 나는 무엇을 '다시' 시작할까? 곰곰 생각해 보기로 한다. ​

* 본 서평은

리뷰어스클럽 서평단 활동을 통해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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