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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버리기 연습 - 한국어판 100만 부 돌파 기념 특별판 ㅣ 생각 버리기 연습 1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유윤한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깨끗한 도화지에 점이 하나 찍히는 순간, 그 점은 존재하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그 점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거나, 옆으로 번지거나, 제 몸에 뭔가가 더해져 몸집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내가 해 왔던 수많은 '생각'은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었더라도 생성된 이후 지금까지,
그대로 있거나, 옆으로 번지거나, 거기에 뭔가가 더해졌을 거다.
문제는, 그 생각이 과연 어떤 상태로 존재하고 있으며, 어떤 모습으로 번졌을까, 어떤 것이 더해졌을까. 새삼 흠칫 놀라게 되었다.
100만 부 돌파 기념으로 출간된 리커버 에디션 <생각버리기 연습>을 다시 읽게 된 후의 일이다.
핑크빛 하드커버로 제작된 리커버 에디션은, 유난히 길었던 겨울을 보내며 새 봄을 맞는 마음을 알아주는 듯했다.
그래, 봄이니까! 새 마음으로!
읽다가 멈추었던 책을 제대로 읽고 마음을 재정비해 보자! 라는 결심이 민망하진 않겠지.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내 마음과 내 뇌가 담고 있는 것들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중에는 그다지 쓸 만한 것이 없었다는 것을, 버릴 것 투성이였다는 생각을 피할 수 없다.
좀 심하게 말해서 나는 쓰레기로 둘러싸인 채 쓰레기를 만들어 가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말해 뭐하겠냐만) 유난히 많은 짐을 안고 살아가는 나라고 홀가분한 생활을 원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버리고 싶어도 버려지지가 않고, 어느 정도 버려도 티도 안 날 만큼 너무 많이 갖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에게 남은 단어를 하나 꼽아 보자면 '재정비'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내가 해 왔던 생각들, 생각없이 내뱉은 말들, 무심코 했던 행동들, 무턱대고 사들였던 물건들...
그것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을 테고, 내 몸의 모든 세포를 형성해 왔겠지 싶으니 아찔하다.
이제라도 모든 면에서 나의 모습을 돌아보고, 재정비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지.
책을 통해 마음에 남은 문장을 짧게 옮겨 본다.
"상대방에게 의미가 없는 말은 모두 쓸데없는 말이라고 보면 된다."
"말을 할 때나 글을 쓸 때, 자신의 가치관이나 평가를 전달하기보다는 있는 사실만 전달하는 연습을 한다."
-그 예로
'비가 와서 계속 울적하군요.'라는 식의 문장보다는 '비가 와서 조금 축축한 방에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그곳 날씨는 어떤가요?'라든가
'지금 시곗바늘이 정각 12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보름딸이 뜬 밤에 메일을 드립니다.' 하는 식의 문장을 쓰라는 것이다.
이 문장을 보고 나서 왠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아! 이런 인사도 있구나. 군더더기가 없구나.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나 위주의 기분과 상황과 의견을 무의식적으로 전달했었고 어쩌면 주입하며 살아 왔을까 싶은 것이다.
"먹을 때는 '먹는 행위, 씹는 느낌, 삼키는 순간'에 집중해 보자."
-이렇게만 하더라도 '먹는다'라는 행위를 뇌에서 더욱 크게 인지하기 때문에 소량만 먹더라도 만족감이 커서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주 솔깃한 문장이다. ^^
"보다, 먹다, 걷다 식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하려고 노력해 보자."
-매일 걷는 길이더라도 '간판이 보인다, 간판을 지나가고 있다, 더 이상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순간순간에 집중하는 훈련을 하면
집중력도 커지고 일상에 소소한 기쁨과 만족도 생길 것이다.
-->계절의 변화에는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오는 무료함은 항상 쇼핑으로 풀거나 가구를 재배치하는 일로 해소하곤 했는데.
싫증을 잘 내는 스타일인 내가 꼭 적용해 볼 만한 행동 같다.
"원래 사람은 물건을 소유하게 되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것을 잃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생긴다."
-->아무것도 아닌 문장 같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사람의 소유욕은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나 많은 물건(짐)을 소유하며 사는 나도, 어쩌면 그만큼 욕심이 많은 사람일 수도. 당연히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나 자신을 더욱 날카롭게, 더욱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끄집어낼 수 있는 대목이다.
알면서 실천하지 않는 것. 혹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것 같기도 한 것.
전혀 모르겠는 것. 알려고 하지도 않은 것.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책을 읽는 동안, 생활 전반에 걸쳐 나를 재정비하고 제대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 시간이다.
그동안 허비해 버린 시간과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만나 온 사람들, 무의식적으로 해 온 행동들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새로운 결심을 한 이 시점부터 내가 내뱉는 말, 행동, 관계, 시간에 더욱 주체적인 입장을 취해야 할 것 같다.

*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 '21세기북스'에서 제공받은 서적을 읽고 난 후에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