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코붱(김연정) 지음 / SISO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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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코붱이라는 닉네임으로 브런치에서 '부엉이상담소'를 운영하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백수라이터'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활동하고 있는 작가.

어떻게 보면,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람들 중에서 그다지 인지도가 없는 사람,

그럴 만한 특별한 개성도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실제로 책을 읽어 봐도 한없이 평범하고 평범한, 취업을 위해 고민하던 후배,

결혼 후 잠시 일을 놓은 친구 같은 일상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작가는, 작가라는 꿈을 갖고 있었고, 노력했고, 이루었다.

이 책은 지극히 평범한 여성이 회사에 어떻게 입사했고, 왜 퇴사했으며, 다시 취업하고 퇴사하기를 반복하다가

지금은 백수, 아니 취업 준비를 '중단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며 결국 꿈을 이루어 낸 과정을 담백하게 보여 준다.

작가가 취업 준비를 중단하고 백수로 지낸다고 해서 생각만큼 괴로운 것은 아니라는 식의 글을 올렸을 때

이에 반대하고 어찌 보면 비난하는 듯한 내용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백수 라이프를 너무 예찬하지 마세요'라는 식의 댓글에

작가는 의외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듯했다. 그건 아마도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이 있고 그 선택에 자신있기 때문일 거다.

솔직히 책을 읽는 동안 굳이 이런 내용을 책으로 읽어야 하나, 계속 의문이 들었다.

플로우리딩으로 마무리할까, 고민하며 다소 의무적인인 독서를 이어갔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은 마치 그런 내 마음 상태와 비슷해 보였다.

별거 없어 보이지만 결국은 다 읽게 된 책 한 권인 것처럼,

별 일 아닌 백수생활백서인 듯하지만 그 백수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어떤 시간들을 쌓아 가며 결국은 자신의 꿈인 '작가'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 준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알아서 척척 해내는 사람이 아닌,

오늘의 힘듦과 나아질 거란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내일을 버텨내기도 버거워하는 이름 없는 한 마리 일개미에 불과했다." -21

- 누구나 저런 고민을 안고 살아가지 않을까? 자신이 너무 멋지다고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니까 나도, 특별히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누구나 스스로 느끼는 자신의 처지는 비슷하니까.

같은 말을 듣고, 같은 글을 읽고 사람마다 느끼는 점이 다르기 때문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정확히 부합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이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이렇다.

"타인의 시선, 사회적인 기준에 맞춰 살아가려고 하지 마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삶을 선택하라.

그리고 오늘, 바로 지금, 그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라."

별거 없어 보이는 책이라 생각했지만, 오래- 기억하고 싶은 문구들을 정리해 본다.

"좋아하는 일에 모든 것을 바친다 하더라도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미친 듯이 몰두했고,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한 시간의 기억은

한 사람의 일생에 걸쳐 진한 흔적을 남길 것이다.

~ 나의 오늘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도 괜찮은 거~ " -45

"꿈 대신 목표라는 말을 쓸 때 좋은 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애매함이 없어진다. '기회가 된다면', '시간이 될 때', '언젠가 좀 쉴 수 있게 되면'과 같은 기약 없는 언젠가를 바라보며

달라진 게 없는 현시의 암담함에 짓눌리는 대신 '일주일 안에', '한 달 안에', '1년 안에'라는 구체적인 기간이 설정된다." -179

"꿈이 있는 사람은 미래가 두렵지 않다. 미래의 본질을 알기 때문이다. 미래란 결국 현재가 모여 만들어진다.

지금, 이순간 내가 하는 일들이 모여 나의 미래가 된다. 그렇기에 자신이 원하는 미래가 있다면 꿈꾸는 모습 그대로 오늘을 살면 된다.

나의 경우, 작가가 되고 싶으니 작가처럼 하루를 산다. 매일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또 글을 쓴다." -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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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좋아하는 청소 정리
야노 미사에 지음, 이해란 옮김 / 국민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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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천만 시대라는 얘기가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세대가 천만 가구라는 얘기라면 거의 한 집 걸러 한 집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말일 거다.

 

 

 

반려견, 반려묘라는 단어가 언제부턴가 우리 일상에서 자주 등장한다.

 

청와대 서명을 유도하는 SNS에서도 많은 부분 차지하는 것이 동물 학대 및 식용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고.

 

 

 

백하건대 나는 동물보다 사람이 먼저였다. 지금도 동물에 관심이 많다거나 후원을 한다거나 그러지는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마음 한 켠에 무거움이 남는 것은 나에게 왔다가 한 달 만에 돌아간 강아지 때문인지도 모른다.

 

네 살 때, 개 때문에 크게 놀라 저 세상 구경을 할 뻔한 기억이 성인이 되어서도 지워지지 않아 내내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 공포를 없애기 위해 새끼 강아지를 데려왔었지만 결국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하고 친구에게 보내야 했다.

 

원룸 공간에서 강아지와 함께 지내면서 새끼 때부터 만지고 안아 주다 보면 공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로 시작했던 일이다.

 

그러나 점점 커 가는 강아지를 보고 한 번도 안아 볼 엄두를 내기는 커녕 집 안에서 걸어다니다가

 

내 다리에 강아지 털끝이라도 스칠 때면 화들짝 놀라서 소리를 꽥! 질러, 강아지까지 덩달아 놀라곤 했다.

 

스트레스를 받아 먹은 것을 토하고서도, 내 눈치를 보며 토사물을 핥아 먹던 아이였다.

 

그러면서도 내 눈치를 보는 건지 눈을 올려다 뜨며 바닥에 남은 토사물을 정리하는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참 마음이 아프다.

 

 

 

 

 

이 책은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고,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청소법, 정리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읽다 보니 말 못하는 동물을 사람과 다르지 않게 존중하고 사랑하며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삶의 방식에 놀라게 된다.

 

물론, 고양이 털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을 위한 청소법과 세탁법 등도 소개하고 있다.

 

그렇지만 결국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그만큼의 시간과 비용, 에너지를 들여야 하는 일.

 

나 혼자 살아가기에도 바쁘고 빠듯한 생활에 동물이라는 존재들 들여놓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쉬운 일이 아니다.

 

먹고, 자고, 싸는 것은 기본이고 그들의 비위를 잘 맞춰 주어야 하고 때가 되면 산책도 시켜 줘야 하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야 하고 때마다 약도 먹여야 한다.

 

이제는 그들을 위한 납골당까지 마련해 주는 시대.

 

 

 

함께 살며 돌본다는 것 자체에 더 이로운 쪽은 돌봄받는 쪽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은

 

아직 내가 동물에 대한 사랑이 깊지 않아서일까?

 

 

 

고양이가 편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집 인테리어를 바꾼 집사(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자녀와 고양이가 잘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다.

 

 

 

어쨌거나 반려견이든 반려묘든 돌봄을 통해 인간 역시 치유받고 위로받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주변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보더라도 마음이 참 따뜻하고 나누는 일에 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물사랑에 관련한 책을 한 권 읽어 본 이후, 동물이야말로 사람에게 힘을 주고 위로를 주는 존재,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게 돕는 존재, 과장해서 말하면 그들이야말로 인간 옆에서 살아가는 천사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내 생각에 변화가 찾아왔다.

 

 

 

이미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알고 있는 내용일 수도 있다.

 

혹은 미처 알지 못해 고민하고 있던 내용이 있을 수도 있고

 

반려묘를 키우는 지인들에게 꼭 소개해 주고 싶은 정보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오래 전 잠시 동안 내 옆에 다녀간 강아지가 계속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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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지나면 아무것도 아닐...
김유명 외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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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 아픈 사랑이 있었다.

가슴이 터질 만큼 행복한 사랑도 있었다.

어떤 사랑은 인사도 없이 가 버렸고

어떤 사랑은 시작도 없이 끝나기도 했다.

삶에 떠밀려 퇴색되어 버린 의미들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움 지나면 아무것도 아닐>을 읽으며

사랑에 유난스러웠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를 듣는 것은 조심스럽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지금도 우리는 슬픔으로 남거나 즐거움으로 기억될 이야기를 쓰는 중일 거다.

누군가는 아픈 사랑으로, 터질 만큼 행복한 사랑으로

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모든 사랑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그냥 읽어서는 아무것도 아닌 글들이다.

그러나

기록되지 못하고 마음에 깊이 남은 일기들을 들추며 읽다 보면

지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을 할퀴는 단어, 문장으로 하루 종일 힘들다.

힘들지만, 반가운 감정, 시원한 눈물이다.

많이 아팠던 마음들에 대한 기록.

나 역시 많이 아파 봤기에

쉼표 하나, 획 하나에 단기 의미의 깊이가

고스란히 전해져 덩달아 울고 만다.

촘촘히 표현되어

비었던 마음을 가득 채워 준 시들로

며칠 동안이나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종종

혼자 숨어 있을 동굴이 필요한 때,

이 책을 딱 그러한 때 만났다.

결국 눈물이 터졌다.

단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얻고 싶었을 때가 있었고

딱 한 사람의 마음만 가질 수 있다면

어느 쪽을 택해야 할까 고민되는 때가 있었다.

사랑이 시작된들

모든 사랑이 행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니까.

어떤 길로 들어서야

조금 더 안전할까, 조금 더 오래 웃을까

계산이 필요한 때.

어쩌면 사랑도 선택인 걸까.

--

못다 부친 편지

그대에게 전하지 못한 이 편지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

그땐 알아줄까요

내가 정말 많이 그리워했단 걸

--

유독

마음이 아픈

누군가의 마음이었다.

곧 언젠가의 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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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반짝일까? - 2020 청소년북토큰 선정 도서 숨쉬는책공장 너른 아이 10
곽민수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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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것이, 정말 반짝이는 걸까?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는 건 아닐까?
라는 의문을 종종 품곤 한다.

이 책을 보며 이따금씩 품던 의문이 새삼스레
마음 한가운데 놓여졌다.
나 역시 환경 생각한다며 진작부터 명함 뒷면을 이용해
지구사랑캠페인을 해 왔다.

이면지 활용하기, 출력 전에 한 번 더 확인하기.
손수건, 텀블러 가지고 다니기.
도서관 이용하기, 헌책 나누기.
등등이 적혀 있다.

종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출판업으로 밥을 먹고 살아가는 내가
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나무가 너무 많이 베어진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파
많이 번졌으면, 하고 시작한 일이었다.


쩌다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을 하게 되면
그 컵을 여러 번 재사용하고, 버리기 전에 양치컵으로 한 번 더 사용하는 등
나름 할 수 있는 노력을 해 왔다.
카페에서 1회용 컵 사용이 금지되기 훨씬 전부터.

하지만 어쩌면 그건 스스로 '환경을 위해' 조금은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명분을 하나 만들어 스스로 안심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어쩔 수 없이 마주치고 받아들일 때가 있다.

양치를 할 때 컵을 이용하지 않을 때가 더 많고
공공장소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때
화장지를 변기 위에 깔고 볼일을 본다.
샤훠를 할 때도 물을 끄고 씻는 일이 귀찮아 계속 틀어둘 때가 많다.


이 책에는
나 아닌듯 나인 사람들의 욕심이,
조금 더 근사한 꿈을 실현하려는 사람들의 개념없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은은하지만, 강력하게
이러다 지구는 금방 더럽혀질 거라고!
우리 다음 세대는 황사마스크가 아닌
산소마스크를 5겹쯤 끼고 걸어야 할 거라고!
말하고 있다.

우주를 향해 로켓을 쏘아올려
점점 많아진 로켓과, 그것이 분해되면서
우주에 쓰레기더미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내용이지만,
작게는 우리 집, 내가 사는 도시, 우리의 지구.
어떻게 더럽혀지고 어떻게 오염되는지,
무엇이 그렇게 만들고 있는지 보여 준다.

그것은 우리의 욕심이다.
누군가 시작을 했고
옆에 있던 다른 누군가 시샘을 했고
전혀 상관 없던 또 다른 누군가가 덩달아 동참했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그것은 누구나 하는 일, 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일이 되어 버린 듯했다.

로켓을 쏘아올려, 우주의 일부를 차지하고 싶다는
(어쩌면 영역표시?)
어느 순간, 누구 한 사람의 생각이었을 뿐인데.
이제는 누구나 갖게 된 보편적인 생각이고
줄줄이 이어진 어리석은 행동의 결과는
우주가 쓰레기 더미로 점점 채워지고 있다는 거였다.

이 책이 동화책으로 나왔다는 것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어야 할 책이기 때문일 거다.
아이만 읽어서도 안 되고 어른만 읽어서도 안 되기 때문에.

아이는 어른에게, 어른은 아이에게
말없는 가르침을
주고, 받으며
서로 성장시키는 존재가 되어야 하기에.

비록 아이가 없지만,
아이가 읽는 책의 형태로 나왔지만,
나에게 와서 읽혀 준 이 책이 하는 말을
자주, 오래 떠올리며 살겠다고 다시 다짐한다.

알지 못한 채,
나는 오늘 하루 지구를 더럽히는 일에
대체 얼마나 힘을 더하고 있는 건지!



(그리고, 그림이 정말 감동이다!)


* 본 도서는 '리뷰어스클럽'으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이고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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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채비 - 어머니, 다가갈수록 아픈 사랑
전승미 외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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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단어를 입술 밖으로 낼 때, 내 마음은 아직 무사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엄마' 중 '엄'자를 내뱉기도 전에

온통 슬픔에 잠겨 허우적거릴 날이 올 거란 걸 안다.

고개를 들지 못할 만큼 미안해진 후에야 딱딱해진 가슴을 때리며 울 거라는 걸.

알지만 솔직히 아직은 보이지 않는 날의 이야기라 여겨진다.

남은 시간 잘하면 된다고, 그럴 거라고.

온통 그런 마음들이 모여 책 한 권으로 내 손에 쥐어졌다.

엄마를 향한 시가 여럿 있다.

내 마음이기도, 엄마의 마음이기도 하다.

엄마의 엄마도 아직 엄마 곁에 계신 것이 다행이지만

나보다 먼저 엄마를 잃을 엄마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가슴이 먹먹하다.

엄마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이 드는 그 커다란 슬픔의 홍수.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침 엄마를 만났다.

최선을 다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전의 만남보다 조금 더 따뜻해지려고 노력했다.

내뱉은 말을 한 번 더 돌아보았다.

잠든 엄마의 얼굴을 한 번 더 들여다보았다.

소용 없었다.

여전히, 내게 부족한 것을 채워주기 위해

엄마의 모든 숨과 모든 말과 모든 행동이 존재하는 것을

또 한 번 확인했다.

이제는 조금 더 엄마를 위해 시간을 보내시라고 말했지만

정작 나는 엄마의 삶에 보탤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아직도.

감히 엄마의 마음에 견줄 크기가 아니었고

하필 내 인생이 잠시 주춤하고 있는 때였다.

입금되는 숫자에 스스로 잘난 척하며 돈을 쓸 때도

엄마, 아빠에게 감사하기보다는 나에게 보상을 주었다.

지금의 나이에 이르기 전까지 그 모든 공을 나에게 돌렸음을 인정한다.

'얼마를 벌었었지, 얼마를 썼었지, 무엇을 가졌었지.'

그게 엄마, 아빠의 헌신이 뒷받침되었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해냈다, 내가 이끌어왔다고 생각했었다.

<헤어질 채비>를 읽으며

지나온 시간 내 속을 가득 채웠던 자만심과 허영,

아직도 꿈틀대는 나를 위한 욕심과 계획을

조금은 내려놓게 되었다.

'내리사랑'이 꼭 당연한 것만은 아님을.

나의 부모님은 오직 목숨밖에는,

이 세상에 던져진 것밖에는,

그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 하나도 없었음을

조금 더 자주, 조금 더 오래

기억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잘 도착했다고,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에도 역시 내가 먼저 걸지 못했다.

타이밍 탓이 아니다.

마음의 순서, 마음의 크기였지!

늘 그랬듯이.

*

가장 위대한 책을 / 서평단으로 당첨되어 읽을 수 있었음에 / 엄마를 조금 더 생각할 수 있었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제공-

인스타그램 계정: @kang_ryu / 네이버 포스트: http://naver.me/FdjfDM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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