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대로 괜찮습니다 - 네거티브 퀸을 위한 대인관계 상담실 ㅣ 자기만의 방
호소카와 텐텐.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황국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이대로 괜찮습니다> 가제본 서평단을 모집한다기에 서둘러 신청했다.
나름, 직업적인 역량을 발휘해, 혹~시라도 눈에 띄는 오탈자나 비문이 있으면 귀띔해 주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받자마자 기분이 좋았다.
"비밀클럽 회원님께 드립니다'라는 카드가 동봉되어 있는데 (말해도 되려나 ㅋ) 실수로 빠진 대사 하나가 있어서 손으로 써 넣었다며, 그 부분이 어디 있는지 찾는 재미도 느껴볼 수 있길 바란다는, 재치 있는 편집부 요원들의 아이디어도 귀엽게 느껴졌다.
손글씨를 써 넣는 것도 일이었을 텐데, 실수를 이런 식으로 해결하는 아이디어도 괜찮다~ 라는 느낌.
책을 만들다 보면 정말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고가 터지는 때가 많은데, 이런 대처라면 사장님도 귀엽게 봐주실 것 같다는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드는 건, 현장에서 일할 때의 긴장감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거다.
내가 좋아하게 된 출판사. 단 두 권만 읽고도 좋아하게 된 출판사라니!
'책을 열면 어디나 자기만의 방'라는 의미 자체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매력으로 다가갈 거다.
'최고요 작가의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에 이어 <이대로 괜찮습니다>를 비롯, 이 출판사에서 나온 다른 책도 제목부터가 신선한 느낌을 주고 뭔가 친근한 인삿말 같기도 하다.
독자의 행복을 생각하는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런 걸 두고, 담백하다라고 표현하는 걸까.
우선 이 책은 "대인관계치료"의 목적을 띤, 대인관계 때문에 힘들어하고 사람들과의 소통이 힘든 사람들을 위한 '치유서적'이라고 말해 둔다.
만화가이자, '남편이 우울증에 걸렸어요'라는 작품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텐텐'과 대인관계치료 전문가인 정신과 의사 '미즈시마 히로코'의 대화가 만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텐텐은 모든 사람과 잘 지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줘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삶이 힘든, 자칭 '네거티브 퀸'이다.
'인생에 좋은 일따위는 없으니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라'고 가르쳐 온 엄마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 어느새 성인이 되었고 결혼도 했다.
나이 마흔이 되기까지, 매사에 부정적인 감정들로 가득찬 텐텐이지만, 모든 엄마가 그렇게 가르치진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소개를 통해 진료실 문을 열게 된 텐텐은 대인관계치료에 필요한 두 가지 포인트인 '감정을 소중히 여긴다' '감정은 사람이니까 당연히 느끼는 것이다'라는 것을 서서히 받아들이게 된다.
자신을 인정하는 것부터 자신의 성장 배경을 이해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우선 주인공 '텐텐'은 우리 사회에서 도태되고 소외받는 직업을 가지거나 심각하게 가난하거나 못난 사람이 아니라 썩 잘 나가는 작가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겉으로 보기에 썩 괜찮은 사람, (가정을 이루고,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런 사람이 본인의 성격 때문에 상담을 하게 된다는 설정은 어떤 면에서 (이 책이 의도한 바대로) 더 소외되고 자존감이 더 낮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이자 위로가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친절한 상담서'라고 표현해 보았다.
실제로, 이 책에 나오는 몇 가지 사례가 나와 남편 사이에 이야기, 우리 부모님 사이에 일어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침묵은 파괴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내용을 접할 때는, 서로 언짢을 때마다 침묵을 고수하는 남편에게 슬쩍 보여 주기도 했다. 또, 모호하게 표현하거나 말을 하지 않고 상대방이 알아주길 바라지 말라는 내용을 읽을 때는 평소 제대로 표현(전달)하지 않고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했던 나의 모습이 생각 나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 실생활과 연결되어 있는 실제적인 이야기라는 말.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지치고 힘들어하는 현대인들에게 미즈시마 히로코가 하는 말은 제목 그대로 '이대로 괜찮다'라는 말이다.
겨우 그런 일로 힘들어하는 자신을 자책할 이유도 없고, 추위와 더위를 느끼는 것처럼 당연한 일로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간에게 완벽이란 있을 수 없다고. 남들도 완벽하지 않다고. 각자의 사정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거라는 시선을 가지면, 타인에게 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현실에서 남을 헐뜯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그 사람보다 낫다는) 식으로 자신을 높일 때가 많다. 그건 곧 우리의 자존감이 높지 않다는 것과,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누구나 단점이 있고 말 못하는 고민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의 실수나 모난 모습도 내가 신경 쓸 부분이 아니라는 것,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될 텐데.
그리고 나 역시 실수를 하거나 부족한 모습을 보이게 될 때,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 것인데.
왜 나는 남에게 완벽한 사람으로 보이려고 발버둥치고 그러지 못할 때 자책해 왔던 건지 피식 웃음이 난다.
이 책을 읽은 이상, 우리는 더 이상 경쟁할 필요도, 손가락질할 필요도, 자책하며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누구나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다른 꿈을 꾸며, 다른 방향을 향해 살아가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세상이 도대체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거지? ^^)
이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귀엽고 센스 있게 다가온 것은, 십분 에디터들의 역할이 큰 것 같다.
'비밀요원' 설정 메시지부터, 책을 닫고 난 후 읽게 된 '에디터의 편지'까지-
하루 만에 뚝딱- 읽은 책 한 권이 '봄날의 좋은 시간'을 선물한 것 같아 하루의 마감이 더 행복하다.
_
* 본 서평은 리뷰어스클럽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