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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빗질하는 소리 - 안데스 음악을 찾아서
저문강 지음 / 천권의책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볼리비아와 페루의 인디헤나들. 저자에게는 한없이 아름다운 사람들이지만, 남미의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내게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집 근처의 구멍가게 아가씨와 정육점 가족은 부지런하고 예의 바른 페루 사람들이었다. 이들보다 사정이 좋지 않은 많은 볼리비아 아줌마들은, 그들의 길게 땋은 머리를 늘어뜨리고, 대형마트 앞에서 고춧가루와 여러 향신료를 팔았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도 있었다. 집 근처에 짓다 만 빌라가 한 채 있었다. 옆 벽도 짓지 않고 그냥 방치되어 있었는데, 그 곳에 한명, 두 명 모여들기 시작했고, 여름에는 냄새가 심해서 그 방향으로 가야할때면 참 괴로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너무나 살기 어려워서, 그나마 경제적으로 조금 괜찮다는 아르헨티나로 온 그들이었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일까, 그들에게서 단 한 번도 안데스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물론 나도 그곳에서 생활할 때 한국 음악을 들은 적이 없으니까... 안데스 음악, 저문강 조영대님의 책에서 처음 접한다. 차랑고, 반돌린, 삼뽀냐, 마뜨라까, 빨로 데 유비아 등의 악기를 본 적은 있지만 어느 나라에서 유래되었는지, 음악에서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 지도 이 책 [영혼을 빗질하는 소리]에서 알게 되었다. 안데스 음악하면 ‘거기서 거기겠지’ 했는데, 이렇게 다양한 리듬이 있고, 또 무수한 그룹들이 활동하고 있음에 놀랐다.
안데스 음악을 듣고 무작정 그 음악의 나라로 찾아 떠난 저자. 마치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국악에 빠져서 한국으로 무작정 왔다고나 할까... 자신의 직장과 가족을 두고 무작정 떠난 저자를 보면서 처음에는 무책임하다는 느낌도 받았는데, 책을 읽어가면서, 그의 안데스 음악에 대한 열정을 발견할 수 있었고, 점차 나도 그 느낌에 동화되어갔다. ‘아르헨티나에 있을 때 왜 이런 악기를 배우지 않았을까’ 하며 잠시 후회도 해 보고...
안데스 음악 기행답게 책 곳곳에서 음악이 묻어나온다. 음악과 관련된 사람들, 장소, 박물관, 여행... 해맑은 웃음을 가진 소박한 사람들의 구수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다. 안데스 나라들에 관련된 여행 정보도 얻을 수 있고, 축제, 옷, 음식 등 각 나라의 문화에 관련된 사진들도 제법 실려 있다. 새로운 음악, 리듬, 악기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음식과 술 이름도 배울 수 있다.
아쉬운 점들도 있다. 책에 실린 지도들이 ‘영어’로 제작 되어있다. 관광객들을 위한 지도들이기 때문일까? 스페인어로 되어 있다면 더 좋았을것을... 몇 군데 악센트가 빠진 스페인어 단어들도 보이지만, 그건 내 눈에만 들어올 뿐이지, 스페인어를 처음 접하는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