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마 클럽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정창 옮김 / 시공사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저 책이 처음 내눈에 들어왔을때부터 항상 관심은 가지만 선뜻 손이가지는 않는, 쉽게 말해 가까이하기엔 (왠지) 너무 먼 그대였던 책이 이 책이다.

슬쩍 쳐다본 것만으로도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는데 그것도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1. 난 삼총사를 좋아한다.
2. 난 추리소설을 매우 좋아한다.
3. 난 책에 대한 책도 매우매우 좋아한다.

고로 이 책은 피해갈래야 피해갈수 없는, 참새가 방앗간 못지나가는 바로 그런 종류의 트랩인것이다.

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시점까지도 계속해서 망설였던 이유는 바로 판형과 하드커버. 일단 하드커버의 책들을 좋아하지 않는데다가-무겁고 들고다니기 힘들고 읽기도 힘들다. 하드커버라는 것은 자고로 꽂아둘때나 폼나는 제본형태다- 그리고 그 일반적인 A4 판형에서 벗어난 뭔가 이상야릇한 그 책 사이즈. 그때쯤에 그런 형태의 책들이 한참 유행했었나본데 난 적어도 책에 관해서는 보수적이랄까, 유행을 안탄달까 하는 고지식한 판형이 좋다.

해서 계속 미루고 미루다가 아예 까먹고 있었는데 어느날 뭔가 볼게 없을까 갸웃하고 있는 사이에 머리를 스친 것이 바로 '뒤마클럽'.

첫번째 장의 제목이 '앙주의 포도주'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 책의 구성은 삼총사를 쓴 뒤마의 육필본을 감정하는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루며 다른 한 축은 악마주의(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를 다루는 전설 속의 책 '아홉번째 문'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것. 그 두가지가 교차되면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 고서적상, 책수집가(책사냥꾼), 책제본가, 또 악마나 미신등에 대한 전문가들이 얽히면서 이야기는 복잡하지만 흥미롭게 흘러간다.

위에서 말한 큰 두 줄기, 뒤마와 악마를 부르는 비법을 담았다는 아홉번째 문을 맡아 사건에 휘말리면서 주인공은 명확하게 주어지지도 않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한다. 물론 그 과정에는 삼총사의 등장인물들의 재림판인 밀레이디나 로슈포르의 위협도 있었으며 리슐리외 추기경과의 만남도, 또 어느 카테고리에 집어넣어야 할지 모를 조력자 이레네와의 만남도 얽히면서 이 책을에 얽힌 살인사건과 그 뒤에 숨은 음모를 쫓아간다.

사실 솔직히 말해 이 책은 매우매우 숨가쁘게 진행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따라잡기가 매우 어려운 책이기도 하다.
책 안에는 서적상들의 뒤마 당시 문학계를 수놓았던 다양한 예술인들에 대한 토론이 뒤덮고 있고 서로의 교양을 자랑하느라 튀어나오는 작품명 및 작가명들이 일단 한 번 사람의 기를 죽인다. 당연스럽게 책의 하단부에는 거짐 매 페이지마다 빠지지 않고 꽤나 많은 양의 주석들이 붙어있는데 이를 무시하자니 재미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하고 그렇다고 모두 파악하자니 내용의 흐름을 놓치게 될까 두려운 정도의 무시무시한 교양의 테스트 장이랄까. 하지만 어느 정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래달린 무시무시한(?) 주석의 분량을 감당하더라도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는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가장 큰 재미는 주인공이 정체를 100% 밝히지 않는 조력자 이레네와 함께 수수께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이겠지만 그 안에서 등장하는 인물들과 뒤마 소설의 인물을 매치시키는 것, 또 다양한 상식의 선을 넓힌다는 측면에서의 (일정부분은 무시한다쳐도) 재미는 있는 편이다. 무엇보다도 의외로 속도감이 있어서 한번 잡으면 꽤나 두꺼운 이 책도  금방 읽어치워버리게 될 정도의 맛깔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모르는 것이 몇가지 있다.
책의 후반부에 가면 보통 추리소설의 선례를 볼때 모든 수수께기는 다 풀리지 않는가?
하지만 이책은 그렇지 않다. 적어도 주인공은 그 수수께기를 풀었을련지 몰라도 독자인 나는 안 그렇다.
내가 줄거리 쫓아오는데만으로도 너무 바빠서 미쳐 다 파악을 못한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 추리소설들은 그렇지 않았단 말이다. 100% 탐정소설을 지향하는 바가 아닌 이책이니만큼 반드시 주인공이 모든 비밀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는 규칙은 없겠지만 정말로 나는 누군가에게 묻고싶다.
"그래서 이레네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
"왜 아홉개의 문 마지막 삽화는 틀렸다는 거야?"
"뒤마클럽은 대체 뭐하자는 클럽인거야? 단순히 취미를 공유한 친목도모?"
등등등..

책의 마무리부분에 가면 얽혀있던 두 축이 사실은 서로 전혀 다른 두 이야기였다는 정리가 되는데.. 이것또한 꽤나 충격이다. 두 사건의 연계성을 계속해서 쫓아오던 주인공과 그에 맞춰 책을 읽어나가던 독자로서는 일종의 배신감마저 느끼게 된달까..
여러가지 면에서 뒤통수 치는 책이다, 이책..

마지막이 워낙 어리둥절해서 알딸딸하게 취한 느낌이지만 그런 것을 꺼리지 않는 독자라면 한번 읽어볼만한 책.
일단 나로서는 앞에 밝힌 3가지 이유땜시 마다하지 못했던 책이고 읽고난 지금으로서도 재미 면에서는 손가락 3개반 정도는 들어줄 요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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