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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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통의 문학 편지 - 얀 마텔
■ 작가정신
■ 631page

#파이이야기 로 유명한 작가 얀 마텔이 한달에 두 번,
4년에 걸쳐 총 101권의 책과 편지를 캐나다 수상에게 보낸 것을 묶은 책이다.

[2007.04.16~2011.02.28] 까지 그가 보낸 책은 소설, 시, 종교서, 아동서 등 장르와 시대를 불문하고 그가 꼭 읽어주었으면 하는 책들을 엄선한 것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책 한 권 값으로 101권의 대작 리스트를 소장하는 셈이 된다.

얀 마텔은 일방적으로 북클럽을 시작하긴 했지만 바쁜 그를 고려해 매번 200페이지 안쪽의 작품으로만 추려서 거기에 맞는 편지를 보내왔다.

좋은 책을 발견하면 그에게 줄 생각에 기뻐하고,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며 편지를 쓰고, 다른 이들의 추천을 받기도 하고, 얀 마텔이 편지를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그를 대신해 다른 작가들이 수상에게 책과 편지를 보내주기도 하면서 이 답변 없는 외로운 북클럽은 4년이나 계속된다.

이러한 얀 마텔의 끈질기다면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에게선 어떠한 답변도 받을 수 없었다.

총 7통의 답신을 받았지만 그것은 전부 그의 보좌관이 보낸 형식적인 것들이었다.

그렇게 4년여 간의 일방적인 북클럽은
얀 마텔이 차기작인 #포르투갈의높은산 의 집필과 곧 태어날 둘째 아이로 인해 바빠지면서 끝을 맺게 된다.

시작은 오로지 한 사람을 위한 것이었지만,
책으로 다시 태어난 지금 이 편지들은 전세계 수많은 이들에게 날아가 꽂힐 것이고 누군가의 인생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위에 있는 이에게는 닿지 못했을지라도
가장 멀리 있는 이들에게까지 닿기를 바라며.

별다른 노력 없이 <살면서 꼭 읽어봐야 하는 책> 리스트를 얻게 해준 얀 마텔에 감사드린다.

✒️
"세상을 이해하고 꿈꾸는 데 문학 작품만큼 좋은 것이 없다.
지도자라면 인간과 세계와 삶에 대해 당연히 알아야 한다.
따라서 나는 열렬하게 성공을 바라는 지도자에게
'국민을 효과적으로 이끌고 싶다면 책을 광범위하게 읽으십시오!'
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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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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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쿠다'는 제주도 말로 '하겠습니다'라는 뜻,
그러니까 하쿠다 사진관은
'무엇이든 멋지게 촬영하는 사진관'이란 뜻이지."

📖
서울살이에 지쳐 훌쩍 떠나온 제주.
이제 스물다섯인 '제비'는 행복했던 제주에서의 한달살기가 끝나자 다시금 미래에 대한 불안에 휩싸인다.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도,친구도 없는 서울로 다시 돌아가 직장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까.

멍 때리며 걷던 그 해변에서 제비는 한 남자와 부딪혀 휴대폰이 완전히 망가지고 만다.
남자는 오히려 '옆을 똑바로 보고 다니라.'며 욕을 하더니 가버리고,
주변 사람들까지 흘끗대자 제비는 서러움과 당혹감에 무작정 길을 빠져나온다.

그러다 발견한 빛바랜 현수막.

<놀당갑써! 대왕물꾸럭마을!🐙>

그러다 눈에 띈 벼랑 위 하얀 이층 건물을 보고 목이나 축이려 들어왔는데 와서 보니 여긴 카페가 아니라 사진관이었다.

1층은 카페로 운영중인 것 같아 조심스레 들어온 제비는 마침 손이 없어 곤란한 상황이던 사장 '석영'을 돕게 되고 그렇게 근로계약까지 맺게 된다.

사진으로는 상까지 받았지만 마케팅은 영 꽝인 훈남 사장 '석영'과
우연히 굴러들어온 만능 재주꾼 '제비'의 <하쿠다 사진관> 알리기 대작전!

석영의 SNS 사진 계정엔 팔로워 서른 명 남짓.
제비는 계정을 관리하며 며칠 사이에 팔로워를 열 배로 늘린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알려지며 온갖 사연의 손님들이 하쿠다 사진관을 방문한다.

<하쿠다 사진관에서는 당신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남겨드립니다. 촬영이 끝나면 1층에서 맛있는 음식과 술을 마시며 스크린으로 사진을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하쿠다 사진관에 어서오세요!>

✏️
표지가 참 제주스럽고 예쁘다 싶어 찾아봤더니,
#귤색헤드라이트 #이현미 님의 일러스트였다.

표지를 그린 사람은 제주 토박이, 글을 쓴 사람은 어릴 적 잠시 살았던 제주를 그리워하며 어느덧 엄마가 되었다.

이들이 그린 제주의 사계절과 해녀의 삶, 다양한 이유로 제주를 찾은 이들의 이야기 등이 이 한 권에 귤향 가득히 담겨있다.

몸이 바빠 전처럼 자주 제주에 가진 못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제주에 잠시 살다 나온 듯하다.

갓 잡은 신선한 해산물로 만들어 먹는 집밥이라던지 무뚝뚝해보여도 한 번 마음을 열면 가족처럼 받아주는 도민들, 석영과 마찬가지로 육지에서 건너와 텃세를 견뎌내며 그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까지.

제주향 물씬 나면서 사람 사는 얘기가 다채로웠고 책을 덮자 제주가 더욱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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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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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아. 그러니 걸어, 아가씨야."

* 대학 캠퍼스에 피어나는 풋풋한 연애 이야기와 뜬금없이 훅훅 치고 들어오는 요괴들, 아무렇지 않게 집어넣은 환상적인 판타지 요소가 이 한 권에서 손을 잡고 뛰노는 듯하다.

모리미 판타지에 어서오세요!

🏆제20회 야마모토슈고로상 수상
🥇<다빈치> 선정 '올해의 책' 1위
🥈일본 서점대상 2위

✏️
모리미 판타지 최고의 수작이라 꼽히는 이 유명한 작품을 이제서야 접하게 되었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지라 처음엔 정신없는 이 전개에 적응이 안됐다.

'분명 청춘소설이랬는데. 뭐지 이 신박한 전개는?'

작품은 총 네 파트로 나뉘어있는데 봄부터 시작해서 겨울로 끝난다.

주된 내용만 보자면 작고 마른 체구에 빛나는 검은 단발머리를 한 여대생에게 반해 그녀를 좇는 한 남자의 눈물겨운 이야기이다.

그녀는 너무나 순진무구했고 그는 너무나 용기가 없었다.

그는 '최눈알(최대한 눈 앞에 알짱거리기)' 계획을 밀고 나가지만 그렇게 마주침에도 해맑은 그녀는
"어머, 또 만났네요!" 하고 지나쳐버리기 일쑤.

하지만 그는 사계절동안 굴하지 않고 그녀의 마음을 얻어 이번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겠노라며 고군분투한다.

📖
<봄>
술자리가 끝나고 그녀가 한밤의 뒷골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그녀를 좇아가지만, 신나게 스탭을 밟던 그녀를 놓쳐버리고 괴한의 습격을 받아 골목에서 바지와 팬티를 빼앗겨버린 그.
같은 시간 순진무구의 그녀는 신비로운 사람들을 만나 교토의 밤을 즐기고 있었는데...

<여름>
이번엔 그녀가 헌책시장에 간다는 정보를 입수한 그는 또다시 우연을 가장해 알짱거리기 위해 헌책시장에 가서 그녀를 찾아헤맨다.
그러다 왠 도깨비 같은 예쁜 꼬맹이를 만나게 되고 그녀가 어릴적 잃어버린 그림책을 찾아다닌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의 책을 찾아주기 위해 그는 고약한 '이백 옹'에게 도전하고 한여름에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방 안에서 화롯불을 쬐며 세상에서 가장 맵고 뜨거운 탕을 먹는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가을>
그녀를 따라다닌지 벌써 반 년!
이번엔 대학축제에서 그녀를 찾아헤매는 남자.

각종 해괴한 일들이 넘쳐나는 이 곳에서 그는 종횡무진 활보하는 그녀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겨울>
'이백 옹'이 심한 감기에 들자 이백 옹의 기침 한 번으로 교토의 온 마을이 지독한 감기로 휩싸이고 거리는 마치 지구 멸망 직전인 것처럼 정적에 잠긴다.

인간들은 하나 둘 감기에 쓰러지고 딱 한명 걸리지 않은 사람,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사람들이 모두 몸져 눕자 심심해서 매우 슬퍼하다가, 전설의 명약인 '윤폐로'를 구해 이백 옹과 사람들을 감기로부터 구하려 한다.

그와 그녀는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게 될 것인가.

💬
옮긴이 역시 후기에서
"이 이상하기 짝이 없는 작품을 앞에 두고 이것저것 단어를 늘어놓는 것이 공허해진다. 그냥 '읽어봐' 라고 말하고 싶어진다."고 이야기한다.

매 문장이 이상하고 기묘하고 아름다워서 하나하나 적기보다는 나 또한 그냥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그런 책!
어쩐지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수집해 읽고 싶어졌다.

나도 모르게 중독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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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끝
미나토 가나에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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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도, 악의도 없는 미나토 가나에 순한 맛은 어떤 맛일까?
이야기는 <하늘 저편>이라는, 결말 짓지 않은 한 작가미상의 수기로부터 시작된다.

📘<하늘 저편>
산에 둘러싸인 산골마을에서 나고 자란 에미는 한 번도 마을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어 항상 산 너머에 대해 생각하며 공상하기를 즐기는 여중생이다.

그러다 친구의 제안으로 그 공상을 글로 쓰며 이야기로 만들어보기로 한다.

그리고 부모의 빵집에서 일을 돕다 만난 고교생과 책 이야기를 하며 가까워지게 되고, 둘은 에미가 스무 살이 되자 결혼을 약속하게 된다.

하지만 그 때, 에미 인생에 너무나 좋은 기회가 동시에 찾아온다.

늘 동경하던 작가 '마쓰키 류세이'의 제자로 들어와 가정일을 도우면서 글을 배워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고 에미는 약혼자와 부모에게 자신을 보내달라 청하지만 극심한 반대로 인해 그 꿈은 벽에 부딪히고 만다.

결국 에미는 아무도 모르게 집을 나와 버스를 타고 산 너머 역으로 나가기로 한다.

하지만 역 앞에는 에미의 약혼자가 서 있었다…

📖
수기는 여기서 끝난다.

처음엔 '이게 뭐야?' 했지만 뒤에 이어지는 단편들이 이야기 마지막에 하나로 합쳐지면서 수기의 결말도 자연히 알 수 있게 된다.

단편 속 화자들은 나이도,성별도,사는 곳도,모든 것이 다른 이들이 각자의 고민거리를 안고 홋카이도로 여행을 떠나온다.

직장암에 걸린 임산부에게 한 소녀가 이 수기를 전해주게 되고 이 임산부 역시 여행 중에 만난 다른 이에게 이 수기를 선물하면서 각자마다 자신의 상황을 투영시키고 자신만의 결말을 짓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달 받은 사람은 에미의 남편이 되는데…

✏️
무슨 내용인지 아예 모르고 시작한 책.
서로 계속 이어지는 듯한 단편들이 모여 나중엔 하나로 완성된다.
끝까지 매운 맛은 없었다.
다만, 어디에나 있을 법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이들의 사연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았고 각자의 여행 방법으로 페리,자전거,오토바이를 이용하는데 그마다의 여행 방식이 다른 것도 재미있었고 홋카이도 구석구석 아름다운 자연을 묘사하는 점 역시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더욱 설렜다.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이 책은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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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레이첼 카슨 외 지음, 스튜어트 케스텐바움 엮음, 민승남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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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세 : 인간의 활동이 지구 환경을 바꾸는 지질시대를 이르는 말

🌿
랠프 월도 에머슨(1803-1882)의 에세이 《자연》에서 시작된 스무 명의 작가, 스무 편의 글을 한 데 묶은 에세이집.

이 작가들은 저마다 모두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랐으며, 분야 또한 제각각이다.
생태학자부터 시인, 저널리스트, 작가, 과학기술 전문가, 곤충학 교수, 조경가, 동물복지 활동가, 약초재배자, 건축가까지!

그렇기 때문에 같은 자연 소재의 이야기도 20인 20색이다.
나무, 곤충, 새, 연못, 바다, 숲, 늪지 등…

지금의 인간은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하며 자연에 대해 그 어떠한 배려도 없다.
공짜로 무한정 주어진 자원인 양 우리 다음 세대에 대한 예의 또한 없다.

이 책은 그 점들을 심히 걱정하면서 자연에 대한 존중과 경외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 합쳐진 하나의 이야기이다.
이상기후가 계속되는 요즈음, 딱 읽기 적절한 책이었다.

🏷29p.
인간의 활동이 지닌 두드러진 특징은 대개는 항상 단기적 이득을 노린 편협한 시각에서 이루어졌으며, 지구에 미치는 결과나 우리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장기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47p.
우리들의 어머니 대지는 무시당하고 기가 꺾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고 보살핀다.

우리가 누릴 자격이 없을 때조차 대지는 우리에게 그것들을 베푼다.

대지는 근본적이고 순수한 참사랑의 모범이다.

🏷67p.
땅은 우리에게 인간의 시간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과는 다른 박자에 대한 상상력을 펼쳐보라고 외친다.

🏷86p.
《자연》을 읽고 나면, 독자들은 자신이 보다 광대하고 확장된 우주와 고독을 나누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163p.
"인간은 지상의 유일한 종이 아니다. 그런 척하고 있을 뿐이다."
이 재치 있는 말은 우리 종의 오만이 다른 동물들과 자연,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얼마나 심각한 해악을 끼쳐왔는지를 강조한다.

🏷181p.
하루 14시간씩 농장에서 살다 보면 가장 감동적이고 미묘한 자연의 모습을 포착할 기회가 생긴다. 잠자리 날개가 귓가에 스치며 위안을 줄 때 그 소리와 감각은 빠른 어루만짐, 부드러운 두드림이다.

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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