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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일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9월
평점 :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는 '길'이라는 한 남자가 파리의 밤거리를 헤매다 마주친 한 클래식 자동차에 타게 되면서 1920년대로 시간여행을 하는 내용이다.
그가 들어간 파티장에는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고 그는 황홀한 기분에 휩싸인다.
이 책이 그렇다.
우연히 마주친 황홀함 같다.
18세기부터 최근까지 다양하게 활동했던 33인의 예술가들의 이야기.
화가는 물론이고 조각가,가수,무용수,만화가,영화감독,배우,건축가,사진가,작곡가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이렇듯 다채롭게 차려놓은 예술 뷔페라니!
뱅크시는 알았어도 '검은 피카소' 바스키아는 몰랐다.
찰리 채플린과 최대 라이벌이었던 키튼을 몰랐다.
1982년생 김지영 이전에 나혜석이 있었다는 걸 몰랐다.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이 누구인지 궁금해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영화촬영중인 그녀의 흑백사진 한 장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뜨거움을 느꼈다.
비단 누구나 들어봤을 유명한 예술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의 옆에서 미처 빛을 보지 못한 채 사그라든 예술가, 여성이란 이유로 또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멸시와 조롱을 받았던 예술가, 죽은 뒤에야 재평가 된 무명의 예술가 등등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꽉 채워져 있다.
단 몇 페이지로 그들의 삶을 다 알수는 없지만 이 책의 매력은 따로 있다.
내가 찾아서 보고 듣게끔 한다는 것이다.
괴짜라 불리우던 '글렌 굴드'가 연주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어보지 않을 수 없었고, 이제는 슬픈 전설이 되어버린 '천경자'의 <환상 여행>을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두고두고 음미하며 즐기고픈 책이다.
제발 인기에 힘입어 시리즈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