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러 숲으로
장세이 지음 / 문학수첩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이 좋아 숲 해설가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는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제주에 머무르며 숲에서 주운 제철 글감으로 글을 짓고 사람들과 온기를 나누며 살고 있는 저자의 숲 혹은 나무 혹은 자연을 다룬 에세이이다.🌱

차례만 펴보고도 '아, 이 책 재밌겠다.'라고 생각했다.

계절별로 6종의 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포근한 색연필 그림과 함께 쓰여있는데,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 혹은 겪었던 일에 대해 말하면서
"그럴 땐 이 나무를 좀 보세요."라며 연결시켜 준다.

언제 어디서든 쉽게 보고 지나치는 나무.
그저 봄에는 벚나무로, 가을에는 단풍나무로 눈요기나 하며 살아온 지난 날들이 부끄럽게도 나무에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세상의 이치와 지혜가 보석처럼 숨겨져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오동나무는 왜 좁은 상자에 들어가려는 대형견처럼 크게 자라는 제 본성을 무시하고 기어코 좁은 자리를 택해 뿌리를 내리는 걸까?

주로 악기나 가구를 만들 때 오동나무를 쓰는데 그만큼 조직이 단단하려면 너른 자리에서 자란 것보다 비좁은 자리에서 느리게 자란 '석상오동'이 최고라고 한다.

자신의 취약점을 알고 자기 자신을 뛰어넘기 위해 힘든 길을 택하는 오동나무의 견고함이란.

🌳다른 식물과 어울리지 않고 스스로 고립을 택한 고고한 소나무.

이유는 햇빛을 가리면 결국 죽어버리는 '극양수'이기 때문에 다른 식물과의 햇빛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서이다.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소나무의 또 다른 방법이 있는데, 뿌리에서 특유의 화학 성분을 내뿜어 다른 식물이 가까이 살지 못하게 한다.


차례가 <겨울>부터 시작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나무를 관찰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 바로 겨울이라는 것이다.
잎도 꽃도 없는데 뭐 볼 게 있다는 걸까?

바로 '겨울눈'이었다.

줄기나 가지에 붙어 앙증맞게 자라기에 잎이나 꽃이 열릴 때는 보기가 힘들다.
이 작은 겨울눈 안에 잎과 꽃이 가득 들어차 있다니 얼마나 신기한가.

저자는 오랜 시간 잡지 기자로 일하다 책방을 열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매출이 0원인 날이 늘고 1인 가구로써의 고독감이 깊어질 때면 그저 숲으로 향한다.

성인 두 사람이 끌어안아도 모자란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이 얼마나 작고 하찮은 일들이었나 다시금 깨달음을 얻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마냥 숲과 나무를 좋아하긴 했어도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앞으론 좀 더 사랑과 존경을 담아 나무를 바라보게 될 것 같다.

🏷110p.
백목련은 이른 봄에 꽃을 피우고 비파나무는 한겨울에 꽃을 피운다.
과연 누가 앞서고 누가 뒤섰다 할 것인가.
그저 모든 생명은 제게 알맞은 때에 꽃피우며 살아갈 뿐이다.
이 귀한 진리를 잊으려 할 때마다 백목련꽃은 '모두의 제때는 저마다 다른 법!' 이라고 봄마다 환히 일깨운다.

🏷118p.
자연 발아에는 많은 우연이 존재한다.
씨앗은 바람이나 물, 새나 곤충이 자신을 실어 나를 곳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이 당도한 곳에서 최선을 다해 싹을 틔울 뿐이다.

🏷220p.
나무의 너비와 그늘만큼 내려앉은 붉은 낙엽은 '내 아래 내가 남는다'는 당연한 이치를 강렬하게 전했다.

🏷230p.
미풍에 흔들려도 서로에게 상흔을 남기지 않는 마음, 자신을 지키며 타인 또한 스스로 지키도록 도우려는 마음, 자신뿐 아니라 깃들어 살아가는 뭇 생명까지 아우르는 마음!
그렇게 나무의 거리를 보며 관계의 거리를 가늠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