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식사 푸른사상 시선 134
김옥숙 지음 / 푸른사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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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린 마늘 같은시들의 집이다.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지 않기 위하여 생을 꽉 쥐고 있는 뜨겁고 아린 손가락들삶에 꽉 들러붙어 있”(그는 어디서든 들러붙는다)어서

  “캄캄한 지하에 눈과 귀를 박아 넣고 수만 미터 아래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를 찾아내는선인장들이 하늘에다 무수한 가시를 박아 넣고 메마른 하늘을 찔러대”(낙타)고 있어서,

  “짜고 쓰고 시고 달고 매운 맛과 무쳐지고 버무려져서”, “위장보다는 영혼을 독하게 휘젓아리디아린 마늘 같은시들(아린 마늘 같은 시)의 집.

 

      낙타의 젖은 눈썹을 본 일이 있는가

그림 속 낙타의 눈을 들여다보지 말라

낙타의 길고 아름다운 눈썹에 손을 대지 말라

천년만년 그림 속에 박제가 되어 있어야 할 낙타가

고개를 돌려 당신 앞으로 걸어나올 것이다

낙타는 당신에게 올라타라고 말을 건넨다

언젠가 낙타의 등에 올라타고

한없이 사막을 건너갔던 것처럼 낙타의 익숙한 등

불룩한 혹을 쓰다듬을 것이다 당신은

지쳐보이는 식구처럼 낙타가 안쓰러울 것이다

선인장들은 하늘에다 무수히 가시를 박아 넣고

메마른 하늘을 마구 찔러대고 있다

선인장의 눈과 귀는 뿌리에 있지 낙타가 말한다

캄캄한 지하에 눈과 귀를 박아 넣고

수만 미터 아래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를 찾아내는 거야

내 몸속의 물을 꺼내 마셔, 괜찮아

낙타의 목을 끌어 않고 우는 당신

낙타의 몸에서 물을 꺼내 마신다.

모래바람이 불어와 낙타의 몸을 이불처럼 덮는다

당신은 눈물을 훔치며 그림 속을 걸어나온다

당신의 몸속에 들어온 낙타 한 마리

문을 열면 모래바람이 거세게 불고

당신의 늑골 속으로 기억의 모래가 쌓이는 소리

당신은 몸속의 낙타 한 마리 거느리고

사막을 건넌다. 그림 속의 낙타는 눈썹이 길다

                                           -낙타, 전문-

 

  “지쳐 보이는 식구같이 안쓰러운 낙타당신에게 올라타라고 말을 건네며 내 몸속의 물을 꺼내 마셔, 괜찮아하고 되려 당신을 위로할 때, “낙타의 목을 끌어 않고 우는 당신”. “몸 속의 낙타 한 마리 거느리고” “모래바람이 거세게불어오는 사막을 건너가는 당신들,

을 그려낸 시인의 첫 시집을 읽는 동안 시인은 남을 위해 울어 주는 사람이라는 누군가의 말을 절절하게 떠올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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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낸 산길 오후시선 7
조해훈 지음, 문진우 사진 / 역락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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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같은 시집이다. 무색의 물에 서서히 우러나는 연둣빛 차를 눈으로, 코로. 입으로 마시다 보면 어느 새 마음 밑바닥에서 번져올라오는 녹차향 같은 시! 시집을 펼쳐 놓고, 시인이 낸 ‘꼬불꼬불‘ ‘산길‘을 한 장 한 장 따라 걷다 보면 이 삶이 조금은 덜 쓸쓸하게 느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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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를 반납합니다 문지 푸른 문학
김혜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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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정 작가의 소설은 언제나 나를 밀어내면서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18세를 반납합니다이 소설 또한 제목부터가 그랬다. 밀어냄과 끌어당김의 강한 길항작용으로 한여름 내내 나를 놓아주지 않았던 그것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모두가 정오에 존재할 때 나만 자정에 존재하는 것 같(p.171. 작가의 말)은 외로움의 심연 과 자신과도 세상과도 불화하여 스스로를 파먹는 것밖에 그 무엇도 할 수 없는(p.171. 작가의 말) 삶의 순간들이 낯설지 않아서였을까?, “100년은 산 거 같은데 겨우 열여덟이야”, 그러니 반납할 거야.”라고 하는 청개구리 심야식당의 한아의 아픔과 상처를 마주하는 일이 두려웠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것이 복학생 선배들을 보며 선배님, 어떻게 그 나이까지 살아내셨어요?’ 몇 번이고 속으로 묻곤 했던 스무 살 시절에도, 가정을 이룬 30대에도 그리고 40, 50대에도 모양과 빛깔이 다를 뿐 여전히 존재하는 삶의 불편한 진실 같아서였을까?

  이 소설집에 수록된 여섯 편의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목소리와 빛깔을 지닌 채, 때로는 눈빛으로, 때로는 몸짓으로, 때로는 침묵으로(p.170. 작가의 말) 보여 주는 아이들의 삶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성장소설을 넘어서서 작가의 삶에 대한 탐구를 담아낸 또 하나의 역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의 제목 18세를 반납합니다에서 ‘18는 단순히 살아온 세월을 뜻하는 숫자를 넘어서서 으로, ‘반납합니다의 대상은 상처와 고통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소설의 제목에 담긴 의미를  다시 읽어 보면 삶에서 상처와 고통을 반납하고 힘들어도 의지와 희망을 담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삶을 유지하고 살아가자.'라고  읽힌다.

"네 말대로 그레고르 잠자는 자살했는데, 자살하지 않고 살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여전히 암울하게 살고 있겠지."/ "과연 자살만이 최선이었을까? 다른 방법은 정말 없었을까? 예를 들면, 다시 변신 한다든지."/ "다시 변신?"/ "힘들어도 삶을 계속 유지하려면 말이야. 계속 변신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기정은 나에게 끊임없이 뭔가를 생각하게 하고 그것을 통해 뭔가를 찾게 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내가 되고 싶었다. 변신!
- P18

‘사람마다 보는 시각, 관점이 다를 수 있다. 그러니 누가뭐라고 해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만들어야 한다.‘ 다다가 만든 영상 속 자막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 P106

"전이나 지금이나 행인1인 건 마찬가지인데 누가 시켜서 하는 행인1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행인1인 거. 남의 옷만 빌려 입다가 드디어 내 옷을 입은 느낌인 거."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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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지에서 저 그늘로 문학과지성 시인선 516
김명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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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락의 계절이다. 시인의 이번 시집 속에서 나는 유독 하강이미지들에 많이 주목하게 된다. 하강이미지는 조락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까?열망의 계절은 지나 갔닥쳐올 겨울의 예감에는 미리 젖지 않는다 하더라도 조락이란 이미 쓸쓸하고 적요하고 아뜩한 것을......

    

빈약한 초록이 아니라면 세한도풍의 전나무들도

하오의 적막과 마주하고 있음을 알겠다

숲을 읽었으나 구실이 사라진 지금

나를 밀어 여기까지 오는 것은

다짐의 형식, 그 힘마저 소진해버리면

조락의 끝자리에서 허공이나 어루만질 뿐

나는, 숲을 지키는 텃새의 나중 이웃이 되어

황혼이 잦아질 때까지

이 가지에서 저 그늘로 날아야한다

어느 순간 어둠 천 근이 날개에 매달리겠지

         -이 가지에서 저 그늘로, 부분

     

오래오래 걸어와 부은 발등에도

그늘은 얹혀 있다, 저승꽃이라 하지 않고

산책길에 덮어쓴 낙엽 같은 것이라고,

문을 여는 손잡이로 맺히는

저 꽃을 우리는 간반이라 한다

악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끝내 쥐여지지 않는 다짐이라면

붙잡은 것들 놓아 보내야 하리

닫히는 문이여, 손잡이가 눈앞에 있다

                           -간반, 부분

    

일생을 잔치자 하더라도 나는 이미 써버린 것을

자고나면 돌아서야할 그 문전에서

봄꿈의 과객이 되어

갚지 못할 생도 거반 삭았다

                          -파촉, 부분

 

너머로의 출발은 일생을 바치는 여정,

-<중략>-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가

우리 모두를 바닥에 쏟아버리지만

실상은 너머로 간다는 것,

불현듯 너머가 생생해져

깬 잠이 좀처럼 다시 들지 않는다

                        -너머, 부분

 

한 장 기차표밖에 손에 든 것 없어

그대가 일러준 간이역은 지나쳐간다

정시 착, 정시 발, 저만큼 불빛을 떠미는

금속성 출렁임이 쇠의 몸을 휘감는다

어둠 외에는 전망이 없으니

기차표의 약속은 누가 사는가?

                 -기차는 지나간다, 부분

 

스르르 풀려나는 물레 언제부터 잡고 있었을까

깊이를 몰라 디딜 수 없는 적요란

맛보기엔 그럴듯해도 건너기엔 너무 아뜩해서

물고기나 동무하려고 파도 소리 솟구치는 밤

 

그 밤바다로 혼자 낚시하러 가야 하는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밤낚시, 부분

 

  인용한 시 외에도 많은 시편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하강이미지는 수심에 물들여지지 않는 장님 물고기」의 '심해'나 둠벙 속 붕어」의 '먹이 사슬', 망상어의  - 상어’에서 보여주는 시인의 인간의 삶에 대한 성찰 혹은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특히- 상어’ 즉, 상어의 꿈을 품었다 해도 살아서는 한 번도 난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망상어우화는 비리고도 아리다.

 

상어 꿈을 품었다 해도

한 번도 난바다로 나가지 못했다

테트라포드 그늘에서 파래나 뜯으며

맛도 없는 육질을 키워온 - 상어

미늘을 물고 요동치는 배가 터질 듯 만삭이다

난생이 아니라면 태생도 아니어서

한 뼘 남짓 신분 없는 어미가 희뿌연

몸통을 휘저어 한 마리씩 새끼를 쏟아낸다

찢어발기는 포말 속으로 풀어놓는 산통이라니!

저것들이 헤매게 될 수심은

우렁이 살모사 가오리가 배를 끄는 바닥일까,

이빨도 없는 새끼들이

가시뿐인 어미를 물어뜯는다

어떤 물고기가 연년세세 이어진다면

그건 사력을 다하는 생식 탓,

고리를 푼 어미 망상어 한 마리

물살에 떠올라 난바다로 나아간다

                  - 망상어전문

 

  망상어의 일상이 테트라포드 그늘에서 파래나 뜯으며’ ‘생식에 사력을 다하는 일이라면 망상어의 꿈은 상어가 되어 난바다로 나가는 일. ‘망상어테트라포드 그늘생식을 포기하고 상어난바다를 좇았다면 연년세세망상어의 종족이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니, 이것이 망상어가 그저 - 상어로밖에 살 수 없는 이유이다. 일상을 살면서는 한 번도 난바다로 나가지 못했던 망상어가 삶에서 놓여날 때에야 비로소 난바다로 나갈 수 있는, 망상어의 비린 일상과 슬픈 꿈.

시인은 일생이 겨워도 한 입 적시며 종족들은 이어”(유전자전)지겠지만 안장도 바퀴도 없이 헉헉거리며 끌고 온 북내면 고달사지에서 이것을 어디다 부릴까” “우두커니 중얼거리는 나”(우두커니)처럼 쓸쓸한 인간의 이것망상어로 대신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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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에게 물었다 창비청소년시선 12
한상권 지음 / 창비교육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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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이다.

 겨울을 견뎌낸 나무에 꽃잎은 피고 지고, 내가 보지 않는 그 어디선가 꽃잎들은 또 피어나서 바람에 흔들리거나 비에 젖고 있을 봄밤이다.

  나는 "57편의 시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시를 떠나보냈다.”라고 말하는 시인의 시집을 읽는다. 시 한 편, 한 편이 오롯이 제 이름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들이라는 생각을 거듭하며 읽는다.

 존재하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나무들,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냥 지나쳤을 나무들. 시인이 눈길 주지 않았다면, 이 나무들 나는 오늘도 흘낏 보고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이 아이나무, 저 아이나무, 그 아이나무, 선생님나무, 엄마나무, 아빠나무, 할머니나무, ……

 

  학교의 시계는 어김없이 빠르게 돌아가서 아이들은 중간고사를 코앞에 두고 미로 같은 영어책 수학책 속에서 하루 종일 빠져나오질 못하고 장가가고 싶네” “매일 수학수학 하면서도 수확하지 못하고 밤낮 미적미적 하면서도 미적거리기만 하네수학에 대한 변명라며 발을 동동거릴지도 모른다. 이 아이들은 때로 셈법이 복잡한 건 싫어요 닥치고 돈 벌 게에요.”「『무소유를 읽는 시간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손톱이 좀 길다고”, “손톱에 고양이 장식을 좀 했다고” “이상한 눈빛으로 보고 못 말리는 애 취급하는”, “그냥 손톱이 긴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덜 좋은 아이쯤으로 보는어른들의 세상을 향하여 수능 끝나고 손톱인권 위원회를 만들어 대한민국 학생의 손톱을 보호해야겠다.”손톱인권 위원회라고 씩씩하게 선언하기도 한다.” “화장실에 살짝 들어가 카톡을 확인하다가 보고싶다^^는 말 이거, 허공에서 날린 구름문자는 아니겠지.” “느닷없이붕붕 몸이 수직 상승하는 기분을 느끼기도 하고, 화장실에 앉아, 짝사랑 하는 누나에게 말도 못하고 누나는 내 여자야, 라는 말풍선을 수없이 허공에다 띄우기도 한다.

 

국화가 노랗게 학교를 뒤덮은 날

수없이 연습하고 반복한 일이지만

나는 그만 연극제에서 동선을 놓쳤다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뒤로 물러서다가

이번엔 누나의 가슴과 부딪혔다.

짧은 순간 준비한 대사가 흐트러지고

연극이 끝난 뒤에도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나 우리 동아리 냉혹 전사는

앞으로 얼마간 누나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다.

누나를 누나라고 부르지 말라니,

누나를 왜 누나라 못 불러, 연습을

아무리 해도 떨리는 이유는 살피지 않고

내 마음은 연극도 아닌데, 왜 나를 몰라.

국화가 교정을 노랗게 뒤덮은 날

누나는 내 여자야, 라는 말풍선이

하늘을 수없이 수놓은 것도 모르고.

                -연극이 끝나고, 전문

 

  또 선생님들은 평화롭지 않은 밤공기를 쓸어 넘기며” "공기 무거운 진학실로대명동 소피스트향하거나, “야간 자율학습 조퇴를 하러 찾아온제자에게 느닷없이 꿈이 뭐냐고 물어보고, “가슴 속에 질문거리가 많다는 제자에게 그래도 질문을 많이 품고 있으면 괜찮겠다고 당장 답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도 모든 질문 때문에 너의 길이 열리겠다고위로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어느 교실에선 짓궂은(?) 국어 선생님이 화장실에 가겠다는 아이를 붙들고 삶은 무엇이든 간절함이 통과하는 게임이라는 것을 체득하게 하고 있을지도.

 

수업 시간에 갑자기 화장실을 가겠단다.

처음엔 한두 번 그냥 보내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삼행시를 짓기로 했다.

기본 운자는 화장실, 가끔은 실장화로 뒤집는다.

급하다고 딴은 후두두 달려 나오는 녀석 봐라,

오늘 운자는 너의 이름 석 자를 거는 거다.

조건은 단 하나, 주변에 작은 울림을 주면 된다.

급하냐, 그렇다면 이번엔 김소월이다.

다음은 김수영, 그다음은 김춘수, 신경림,

앞 시간 다른 아이의 감성과 다를 바 없는데?

, 그렇다면, 학교종 라일락 그리움 첫맘때!

느닷없는 운자의 변화에 당황할 때,

그렇지, 간절함이 부족하면 할 수 없지

제자리로 돌아가 승화시키는 거다.

그러면 한쪽은 환호성, 급한 쪽은 몸을 비튼다.

그러나 그 순간 정말로 이마에 송글송글

간절함이 맺힌 녀석에겐 연습장을 쥐여 준다.

너는 곧장 세상 밖 화장실로 달려 나가

지금 이 순간을 한 편의 짧은 시로 옮겨 와!

복도로 조르르 미끄러져 나가는 녀석들아

삶은 무엇이든 간절함이 있어야 통과하는 게임

오늘은 침묵이 동이다, 쏟아 내라

그러면 오늘 하루, 엉겅퀴꽃들이

엉킨 너희들 둥근 밑을 탐할지 몰라.

                    -엉겅퀴꽃, 전문

 

  “대학 갈 때까지 참으라는 말만 거듭장가가고 싶네할 수밖에 없는 우리네 부모님들은 또 어떤가. “소주 몇 잔으로 가난했지만 가난하지 않았던 시간들을 강물처럼 꺼내들기도 하고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나를 감싸 주는 아빠는능소화아침 일찍 어젯밤 먹던 황태국 혼자 먼저 데워 먹고 나가시고”  “엄마는 굶거나 식빵 하나 먹고 나가시고정시 정식주먹을 쥐는아들에게 엄마는 주먹 대신 자꾸 하늘을 보라고하고, “주먹으로 남의 빈틈을 노리기보다 주먹을 펴고 세상을 어루만지라고 한다.” 그래서 아들은 나는 대체 잘 모르겠다. 엄마는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알면서도 나를 가장 잘 모른다.”주먹라고 툴툴대면서도 주먹이 쥐어질 때마다 엄마의 말을 떠올리며 주먹을 풀게 되는 게 아닐까.

 

  또 할머니는 어떤가. “어제 알바를 하고 돌아오는데 공원길에서 우연히 본” “셀카를 찍고있는 어떤 할머니의 모습 위에 아이의 할머니가 오버랩 된다. 아이의 할머니는 낡아가는 당신의 모습이 보기 싫다고” “사진을 좀처럼 찍지도 않는다.” 그러나 할머니는 당신을 돌아볼 시간도 없이” “아직 혼자서 나를 돌보시며 어디 성한 데도 없으면서” “지난 번 알바비를 못 받고 쩔쩔맬 때 그 약한 몸으로 무사처럼 나서서 해결해 주고” “어제 아침에 할머니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고 당신 보고 환하게 웃었다고” “학교에 와서 내 자랑을 한다. “아무것도 아닌 일 창피해 죽겠어할머니와 함께 춤을라고 말하지만 진정이 있는 말은 눈으로 듣는다.”구개음화를 배우는 시간라고 했나. “그러면 오늘은 나랑 같이 공원에 나가서 꽃무늬 몸빼 입고 사진이나 같이 찍을까? 할머니와 함께라면 나는 어떤 춤도 출 수 있어.” 할머니와 함께 춤을할머니도 눈으로 듣고 있지 않았을까 아이의 진정어린 말을.

 

  꽃이 봄에만 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무의 일생 통틀어 꽃은 한 번만 피고 지는 것 또한 아닐 것이다. 제각기 꽃 피는 시절도, 빛깔도 향기도, 깊이도 넓이도 다를 것이다.

그러나 그 꽃잎들 피고 지는 자리에는 검붉은 생채기!

그 뜨겁고도 아픈 자리는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아물고 또 잎이 돋아나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한 번 돌아봐 주는 눈길 있다면

바로 이것이 사랑 아닐까.’( 그 아이에게 물었다이것도 사랑일까.”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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