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를 반납합니다 문지 푸른 문학
김혜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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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정 작가의 소설은 언제나 나를 밀어내면서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18세를 반납합니다이 소설 또한 제목부터가 그랬다. 밀어냄과 끌어당김의 강한 길항작용으로 한여름 내내 나를 놓아주지 않았던 그것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모두가 정오에 존재할 때 나만 자정에 존재하는 것 같(p.171. 작가의 말)은 외로움의 심연 과 자신과도 세상과도 불화하여 스스로를 파먹는 것밖에 그 무엇도 할 수 없는(p.171. 작가의 말) 삶의 순간들이 낯설지 않아서였을까?, “100년은 산 거 같은데 겨우 열여덟이야”, 그러니 반납할 거야.”라고 하는 청개구리 심야식당의 한아의 아픔과 상처를 마주하는 일이 두려웠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것이 복학생 선배들을 보며 선배님, 어떻게 그 나이까지 살아내셨어요?’ 몇 번이고 속으로 묻곤 했던 스무 살 시절에도, 가정을 이룬 30대에도 그리고 40, 50대에도 모양과 빛깔이 다를 뿐 여전히 존재하는 삶의 불편한 진실 같아서였을까?

  이 소설집에 수록된 여섯 편의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목소리와 빛깔을 지닌 채, 때로는 눈빛으로, 때로는 몸짓으로, 때로는 침묵으로(p.170. 작가의 말) 보여 주는 아이들의 삶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성장소설을 넘어서서 작가의 삶에 대한 탐구를 담아낸 또 하나의 역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의 제목 18세를 반납합니다에서 ‘18는 단순히 살아온 세월을 뜻하는 숫자를 넘어서서 으로, ‘반납합니다의 대상은 상처와 고통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소설의 제목에 담긴 의미를  다시 읽어 보면 삶에서 상처와 고통을 반납하고 힘들어도 의지와 희망을 담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삶을 유지하고 살아가자.'라고  읽힌다.

"네 말대로 그레고르 잠자는 자살했는데, 자살하지 않고 살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여전히 암울하게 살고 있겠지."/ "과연 자살만이 최선이었을까? 다른 방법은 정말 없었을까? 예를 들면, 다시 변신 한다든지."/ "다시 변신?"/ "힘들어도 삶을 계속 유지하려면 말이야. 계속 변신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기정은 나에게 끊임없이 뭔가를 생각하게 하고 그것을 통해 뭔가를 찾게 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내가 되고 싶었다. 변신!
- P18

‘사람마다 보는 시각, 관점이 다를 수 있다. 그러니 누가뭐라고 해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만들어야 한다.‘ 다다가 만든 영상 속 자막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 P106

"전이나 지금이나 행인1인 건 마찬가지인데 누가 시켜서 하는 행인1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행인1인 거. 남의 옷만 빌려 입다가 드디어 내 옷을 입은 느낌인 거."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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