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지워지다
홍해리 지음 / 놀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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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과 몸과 마음이 팔생의 화두는 아니었는데 시를 읽으며 무상해진다. 마음마저 지워져 나를 바라보는 그대를 생각하기조차 힘들다. 그러나 평생 함께한 몸이자 마음이라면 그것이 모두 지워질 때까지 이렇게 시로 화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홍해리 시인의 치매행이 무상함을 떨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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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편지
김무비 지음 / 놀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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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비 편지는 요즘 보기 힘든 손편지의 감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마주보고 마음을 전하는 것이 쑥쓰럽다면 불을 켜두고 먼 그곳에 있는 사람을 떠올리며 써도 좋다. 아무리 휴대폰과 컴퓨터이 발달해도 편지는 언제나 지속가능한 마음의 표현이다. 한풀 접어놓고 마음을 다스리며 건네는 말이어서 서로를 바라보고 헤아리는 지점부터가 다르다. 


 무비 편지는 한 인간으로서 다시 보게 된 엄마에게 보내는 글이다. 신산한 한 가족의 역사를 꾸려가느라 몸과 마음을 다 쓴 엄마라는 존재에게 바치는 글이어서 여느 산문보다 뜻깊게 다가온다. 짧고 간결하면서 모든 상황을 다 훑고 지나가는 바람과도 같이 감응할 수 있게 만든다. 그동안 얼마나 참고 살았을까. 가족이란 존재가 어느 한구석 무너지고 나면 모두가 고통스럽게 감내하고 살아야 하는 것임을 무비의 편지에서 읽을 수 있어 좋다.  


 둘러보면 무비처럼 아프지 않은 가족이 없다. 아무런 일이 없는 듯 평안해 보이는 가족도 서로의 마음을 열어보면 크고 작은 상처들과 고통의 씨앗들로 들어차 있다. 참고 살았거나 으레 가족이니 그렇다고 넘어간 일들이 만든 최면과도 같은 상태인지도 모른다. 무비의 편지가 겉으로는 엄마라는 존재에게 바치는 편지로 보이지만 행간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아버지의 부재가 낳은 고통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느라 참고 살았던 모두의 이야기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신산했던 역사를 지켜보았을 동생들과 그 모든 것을 감내하며 편지로 드러내고자 고심했을 무비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인 셈이다.


 무비처럼 자신의 젊은 날에게 무겁지만 눈물 겨운 마음으로 손을 내밀고 안아줄 수 있는 편지를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싶다. 누군가는 이렇게 편지를 보내야만 답장이 있는 것이다. 손편지가 아니더라도 문자나 메일이라도 마음을 다스려 한 줄의 문장을 쓰는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다. 무비가 불러온 편지 효과가 이 책의 출간으로 세상에 넘쳤으면 좋겠다. 

엄마의 헌신적인 사랑과 가족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청춘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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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편지
김무비 지음 / 놀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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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일 수도 있는 <무비 편지>를 읽는 내내 젊은 나이에 참 많은 걸 견디고 살았구나 하는, 그래서 자신에게 사랑한다는 말로 위로해주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야만 가족이 보이고 세상이 보이는 것이기도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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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지구의 북쪽이었다
우부순 지음 / 놀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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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은 말한다. 몸이 아프고 난 뒤 덤으로 사는 것 같다고. 아픈 몸으로 살아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말이다. 긴 겨울을 보내고 상처 속에서 일어난 봄처럼 오고야 만 뒤에 시를 통해서 담담히 말하고 있다. 모든 사물과 연관된 것들 또한 그렇다는 것을, 그것이 오롯이 사랑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새로 산 식탁이 긁혔다

깊이 패여 물이 고인다

진짜 나의 것이 되었다

 

내가 준 상처는 고유한

너의 이름이고

나의 목소리에만 응답하여 열리는

길이 된다

 

피 흘리고 눈물 흘리고

한 세월 벽처럼 세상을 등졌을

그러다 딱지를 벗고

다시 피가 통하는 맨살을 펼친 자리

 

너에게로 부단히 돌아갈 근거이고

다시 시작점이라는 기호

 

사랑은

함께 새긴 몸의 문장을

짐승의 혀로 읽어내는 것

 

우부순, <사랑> 전문

 

 '짐승의 혀로 읽어내'는 것이란 마무리에서 격하게 느껴지듯 그는 몸의 문장이자 근거이자 다시 시작하는 지점에서야 '사랑'을 어렵게 꺼내들었다. 절반의 시들이 사람과 사랑 사이에서 사유하는 몸의 문장이나 다름없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묵묵히 시의 길을 걸어 첫 시집을 낸 기쁨이 시인이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이제 내려놓고 다른 길을 갈 수 있다는 먼 다짐이어서 뜻깊다 할 것이다.

 

시를 쓰는 것은

한 마리의 오리가 되는 것

 

물을 헤치며

물길을 만드는 것

 

곧바로 사라질 길이더라도

온몸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

 

우부순, <오리에게 배우다>

 

 그 길은 섣부르게 돌에 새기거나 하는 맹세가 아니다. 물 위에 쓴 시다. 오리가 그렇듯이 온몸으로 그렇게 지나갈 뿐, 곧 지워지는 몸의 길이다. 그것으로 되었다. 두 편의 시가 첫 시집을 빛내주었고 그 다음은 다시 그보다 힘든 길이겠지만 기꺼이 감수하고 만들어낼 것을 알기에 '젊은 지구의 북쪽'을 읽는 기쁨이 있다.

 

사랑은 함께 새긴 몸의 문장을 짐승의 혀로 읽어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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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9-14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됩니다. 젊은 지구의 북쪽이었다

이종수 2020-09-14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입니다
 
젊은 지구의 북쪽이었다
우부순 지음 / 놀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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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순 시인의 첫 시집은 몸을 딛고 일어선 시여서 슬픔과 기쁨의 뿌리 그 자체이다. 스스로 시에 대한 쓴 소리 담아가며 고치고 다듬고 다시 쓴 내력이 그대로 묻어난다. 시가 그렇게 몸 안에 들어가 만든 것이다. 힘든 길을 겪어낸 시인의 자세가 갸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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