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의 모든 B에게
김영빈 지음 / 놀북 / 2019년 11월
평점 :
김영빈 시인과는 일면식도 없지만 사진 시집을 펼치는 순간 페이지마다 내가 있다는 착각을 하게 할 만큼 낯익다. 전에는 사진기를 들고 일부러 찍고 다니는 풍경이 이제는 간편하게 휴대폰으로 들어왔기에 시인이 곳곳을 쏘다니며 찾아낸 순간들이 내 것인 것만 같다. 최강의 화소를 자랑하는 눈이 있지만 굳이 사진으로 보여주고자 한 것은 독자들의 손목을 잡아 끄는 권유의 것이기도 하다. 제발 바쁜 발길 멈추어서서 바라보라고, 생각하라고 말하는, 그러나 긴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니 이렇게 짧은 갈피이니 스스로 느껴보시라, 하고 말해주는 사진 시집.
제목부터가 과감하다. 어찌 들으면 <세상의 모든 을에게>로 들릴 수 있으나 착각이 오히려 배부를 수 있으니 감안하고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다. 2등이든 B학점이든 자연이 가리키는 기호를 찾아가다 보면 세상살이에 여유가 생기리라.
"나무들의 나이테처럼 나를 휘감고 도는 시간을 햇살과 빗물과 바람의 언어로 기록해 두고 싶었다."는 시인의 말대로 언제든 작정하고 떠나면 만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B들. 계절, 꽃과 나무, 그림자, 저녁과 새벽의 말들로 풍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나무들의 나이테처럼 나를 휘감고 도는 시간을 햇살과 빗물과 바람의 언어로 기록해 두고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