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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반점 ㅣ 문학의전당 시인선 314
조우연 지음 / 문학의전당 / 2019년 12월
평점 :
조우연 시인의 시는 거침이 없다. 직사광선처럼 바로 발 빝에 쏟아진다. 직관의 시여서 바로 보면 바로 쓰는 로봇 팔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폭우반점>을 보라. 중국집 발을 들추고 들어서다가 '수직으로 내리치는 수타 면발'을 떠올렸잖은가. 그것이 한 끼로 격렬하게 해결되는 허기처럼 채워지고, 다시 뒤돌아보지 않는 기차처럼 떠나는 모습을 보라.
주문한 비 한 대접이 문 밖에 도착
식기 전에 먹어야 제 맛
수직의 수타 면발
자작 고인 국물
허기진 가슴을 채우기에 이만한 요긴 다시없을 듯
빗발
끊임없이 쏟아져 뜨거움으로 고이는 이 한 끼
단언컨대,
죽지 말라고 비가 퍼붓는다
자, 대들어라주문한 비 한 대접이 문 밖에 도착
식기 전에 먹어야 제 맛
수직의 수타 면발
자작 고인 국물
허기진 가슴을 채우기에 이만한 요긴 다시없을 듯
빗발
끊임없이 쏟아져 뜨거움으로 고이는 이 한 끼
단언컨대,
죽지 말라고 비가 퍼붓는다
자, 대들어라
피골이 상접한 갈비뼈 두 가락을 빼들고!
―「폭우반점」 전문
죽지 말라고 퍼붓는 비. 죽비이자 도끼이다. 언제든 자신을 내리칠 수 있고. '피골이 상접한' 자신의 퓨즈를 뽑을 수 있다는 듯 말하는 시가 '폭우반점'에 그대로 나타났다. 혼자 감내할 일이어서 스스로 채찍을 내리쳐 돌아가는 팽이의 단단하고 중심 잡힌 돌고 도는 에너지를 갖고 있는 시인이다.
사실 참 다행이다
조우연이 비바람을 맞고 떨고 있을 때
나는 떠는 척만 해서
조우연이 세상 돌아가는 일에 게거품을 물며 선두에 설 때
나는 그럴듯한 구호를 외치며 뒷줄에 서서 언제든 돌아설 수 있으니
아재비라서 참 천만다행이다
―「조우연 아재비」 부분
그러면서도 그런 자신을 하대하듯 힘들어하는 화자를 만들면서까지 자신만의 옹벽을 쌓으려고 한다. 그 옹벽에 자신을 내걸어서 웃게 만드는 것이다. 양면의 거울처럼 그것이야말로 세상 마법의 비밀이라는 듯 보여준다. 그래서 재미있고 흥미롭다. 겉으로는 유한 듯 보이지만 내면으로는 단호하다. 아니 그 반대일 수도 있을 만큼 앞뒤가 없는 옷을 입었다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