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나는 악인이었는지 모른다 걷는사람 시인선 17
정덕재 지음 / 걷는사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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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덕재 시인이 보란듯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나간지가 오래다. 얼굴 까맣고 색다른 시를 쓰던 고교 시절의 친구 시인처럼 다른 영역에 있는 존재인 듯 보였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말하면/죽은 사람은 죽어야 하느냐/잊지 못해/잊히지 않는/떠나지 못하는 영혼'(<장례식장 육개장을 먹으며> 중)이 육개장에 빠져 있는데, 우리는 대개 이렇게 악인 역할을 맡은 사람처럼 애도란 것을 모르고 부조하고 말 때가 있다.

 시인은 기꺼이 육개장 웅덩이에 지푸라기라도 내려보내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 마땅히 그래야 함을 시는 말해주고 있다. 언제 그랬냐는듯이 편하게 시를 쓰고 있는 나에게 시인은 악인을 자처하고 나서서 술을 권한다. 자본에 살며 과체중이 되어버린 시의 식이요법을 말한다. 꽃 피고 진 자리를 금세 잊고마는 혼미한 정신에 화주를 건넨다.

고독이 외롭지 않을 때까지 몇 년을 기다려야 할까-<고독한 벌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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