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제인의 모험
호프 자런 지음, 허진 옮김 / 김영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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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제인의 모험

 

 

메리 제인의 모험은 작가가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나오는 등장인물인 메리 제인의 서사가 궁금해서 탄생한 책이라고 한다. 작품의 등장인물을 좋아하다 못해 작품의 개연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직접 그 서사를 그려나간다니 얼마나 짜릿할지, 그 짜릿함이 독자인 나에게까지도 잘 전달될 것 같아 읽게 되었다.

 

줄거리

메리 제인은 이모로부터 받은 편지 때문에 혼자 배를 타고 이모에게 간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이모부와 그를 간병해야 하는 이모를 도와 집안일을 돕는 메리 제인. 열병에 걸린 이모부와 이모를 간병하지만, 결국 둘을 떠나보내고 남은 사촌들과 함께 이모부의 동생인 피터 윌크스에게로 간다. 긴 여정 끝에 피터 윌크스에게 도착하지만, 기대와 달리 피터 윌크스는 열등감에 찌들고 노예들에게 함부로 하며, 미성년자인 사촌 수전에게 손대기까지 하는 비상식적인 인간이다. 그러나 열병으로 인해 피터 윌크스도 죽게 되고, 메리제인은 이모부의 남자 가족에게 미성년자인 사촌들을 의탁해야 하는 신세가 된다. 메리 제인이 안전한가족의 집에 도착할 수 있을지 두근대는 마음으로 결말은 스포하지 않을 예정이니, 직접 읽어보시길 바란다.

 

서평

간단하게 서술한 줄거리지만, 당시 미국은 남북전쟁 전이라 노예제가 폐지되기 전이다.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노예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메리 제인의 생각이 굉장히 혁신적이다. 게다가 여성은 집에 종속되는 게 당연하고 노예제가 당연하다는 생각이 만연한 세상에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사랑을 찾기 위해 모험을 감수하는 메리 제인을 보다 보면 그녀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그토록 기다리던 엄마의 편지를 읽고 자신이 버림받은 걸 깨닫지만,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의 삶을 계속 생각하는 메리 제인의 모습은 독자라면 반하게 되어 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나오는 등장인물인 메리 제인의 생애를 그린 메리 제인의 모험’. 여성 서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책이다. 작가가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나오는 메리 제인의 서사를 궁금해하다 쓴 책이라는데, 마크 트웨인이 빙의한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시대적 배경 구현이 잘 된 책이다. 그러면서도 제목처럼 메리 제인의 모험답게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라 대리 만족을 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책이다. 여성 서사물을 좋아하면서, 계속되는 고난에도 삶을 멈추지 않는 이야기를 찾는다면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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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귀신 도감 - 전설과 민담에서 찾아낸
강민구 지음 / 북오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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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귀신 도감

 

평소 오컬트물을 좋아하는데, 동남아시아의 귀신들을 모아놓은 도감이라니! 너무 기대되서 단숨에 읽어내렸다. ‘동남아시아 귀신 도감에는 200 명의(?) 귀신을 모아놓았는데 귀신별로 풀컬러 일러스트가 있어, 어떤 모습일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 좋았다. 읽다 보면 각 나라별로 특색 있는 귀신도 있지만, 도깨비같은 귀신이 있거나, 처녀 귀신이 있다던지 공통적인 부분이 눈에 띄었다. 고대에는 나라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을 건데, 이렇게 똑같은 부분이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귀신 도감이지만 귀신만 있는 건 아니다. 요정이나 괴물들을 다 모아 귀신이라 칭했는데, 악한 귀신만 있는 건 아니다.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귀신들도 있어 각 귀신별 설명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필리핀의 번지승기스라는 귀신은 힘이 세지만 지능이 높지 않아 사람들이 목장일이나 농장일을 시키며 대가로 소나 돼지 등의 가축을 먹이로 준다는 부분을 보고 한참 웃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지켜보다 써먹을 수 있겠다 싶으면 귀신이라도 일을 시켰구나 싶었다. 사람들이 일을 시킨 귀신은 번지승기스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읽다보면 알겠지만, 여러 귀신들이 사람에게 노동 착취를 당해 약간 불쌍한 마음도 들었다.

 

나처럼 오컬트물에 관심 있는 사람이 읽어도 좋지만, 웹소설이나 소설을 쓰려는 작가가 소재 수집용으로 읽어도 좋을 듯 하다. 생생한 풀컬러 일러스트가 200개나 수록되어 있어,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는데 꽤나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으니 밤보다는 환한 낮에 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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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
박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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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는 유대감이 존재하는 이상, 우리는 고립되지 않는다.

 

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240페이지 내외의 짧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여운은 결코 짧게 남지 않는다. 팬데믹이 계속되는 사회에서 양성판정을 여러 차례 받은 우식은 눈총을 견디지 못해 퇴사하고, 자신보다 먼저 퇴직한 마태공의 회사에 취직한다. 어느 날, 휴먼북 조기준을 발견한 우식은 그의 이야기를 열람하고, 조기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는다. 조기준은 어린 시절 자신의 몸에 있는 바이러스 때문에 고립되어 있었는데, 자신을 보호하던 안나의 죽음 이후 고립된 이유를 알게 된다. 자신을 납치한 안나 때문에 고립되었던 기준은 감독에 의해 발견된 이후, 많은 후원금을 받는다. 그러나 기준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준은 안나의 죽음 이후에도 왜 고립을 선택한 것일까? 그리고 기준은 정말로 고립된 게 맞을까?

 

책을 읽으면서 조기준이라는 인물에 대해 안쓰러움을 느꼈다가, 역겨움을 느꼈다가, 마지막 장을 읽는 순간 복합적인 감정이 터져나오며 책을 덮게 된다. 조기준이 징그럽기도 하고, 연민이 느껴지기도 하면서 책을 덮는데 이게 과연 조기준에 한정된 감정인가 싶다. 기준이 누구인지를 추리해가며 읽었는데,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기준의 정체가 누구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서, 혹은 관계의 단절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 SNS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그 어떤 시대보다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고립되어 있다. 채팅을 통해 먼 거리에 있는 친구와 소통을 하기도 하지만,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며 좌절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마지막 장까지 읽으면 찝찝하면서도 묘하게 희망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차오른다. 상황이 희망적이지는 않지만, 조기준이, 소년이 언젠가는 나오게 될 거라는. 책에서 방탈출 필승 공략법: 일단 나가고 싶어 한다.’는 문장이 나오는데, 이건 방탈출에 국한된 게 아니다. 내가 두려움을 이겨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이 방에서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면, 밖으로 한 발짝을 내딛을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뮤지컬 더 라스트 맨이 떠올랐다. ‘더 라스트 맨도 각자의 이유로 상처받고 스스로 고립되기를 택하지만, 그러면서도 누군가 자신을 찾아와주길 간절히 바란다. 고립의 이유도 사람이지만, 고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열쇠도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연결될 수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 자신이 히키코모리임을 밝히며, 악플을 많이 받고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고자 했다는 유튜버의 영상을 봤다. 악플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유튜버의 예상과 다르게 사람들은 응원하는 댓글을 달았고 결국 그 응원에 힘입어 자신의 방문 밖으로 나가 다시 부모님의 얼굴을 마주하고, 바깥 세상에서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다는 내용의 영상이었는데 보면서 인류애가 차올랐다. 어떤 시대보다 가장 연결되어 있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고립이라는 저주를 택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연결될 것이다. 사람은 사람을 포기하지 않을 거니까.

표지를 보면 작은 사람이 방문을 열려 하고, 누군가는 원통 안에서 사람을 꺼내주려 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 한 사람이라도 도와줄 수 있다면, 사람은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책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듯 해서 표지를 계속 바라보게 된다. 책의 표지까지가 이 책을 완성시키는 것 같다.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모든 우리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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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 코멘터리 북 - 이석원과 문상훈이 주고받은 여덟 편의 편지
이석원 지음 / 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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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코멘터리 북

 

솔직한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아주 다르지는 않은 존재라는 걸 인식하는 일.

 

타인의 편지를 읽는다는 건 늘 조심스럽다. 편지를 읽으면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 사람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면서도, 뭔가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편지를 엮은 책이라면 한 번 더 눈길이 가게 되는 것 같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쓴 편지를 읽는다니? 어떤 편지를 주고 받았을지 궁금하고 흥미가 생겨 읽기 시작한 보통의 존재: 코멘터리 북은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괜히 눈물날 것 같은 기분으로 마지막 장을 덮은 책이다.

 

문상훈 님과 이석원 작가님의 편지로 시작되는 보통의 존재: 코멘터리 북은 총 8편의 편지로 시작한다. 20살 차이가 나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편지는 어떤 말을 주고받을까 하며 읽었는데, 크게 다르지 않다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스무 살이나 차이가 나는 다른 세대 사람이기에 둘의 대화가 서로 통할까 싶었는데,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 사는 게 크게 다르지는 않구나 싶었다. 그들이 주고받은 편지를 읽으면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들에게 내적 친밀감을 느꼈다. 역시,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

 

읽으면서 안심하게 된 부분도 있다. 평소 나는 우주먼지에 불과하다 생각하던 사람인데,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이 우주먼지론에 공감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 싶었다. 특출나지도 않지만, 특별히 모나지도 않은 그런 보통의 존재인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이 세상이 크게 싫지도 않고 크게 좋지도 않다. 그러나, 이왕 태어난 거 내 삶을 사랑하려 노력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쉬울 정도로 전부 나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에서 작가는 자신이 한 두 가지 거짓말을 말하며 자신은 솔직하진 않지만 솔직하려 노력하는 사람이라 말한다. 그러나 자신의 거짓말까지 가감없이 내보냄으로써, 진실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15년 전에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으며 다는 코멘터리라니. 나는 내가 15년 전에 쓴 일기만 봐도 오글거리고 당장 없애버리고 싶은데, 그걸 직면하면서 그때와 달라진 생각들을 서술하는 코멘트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람은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스스로 깨달아야지만 달라지는 존재라는 걸 증명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추천

타인의 편지를 모아 엮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우울한 날도 기쁜 날도 어린 시절도 전부 나의 삶임을 받아들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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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파견 클럽 1
나카하라 카즈야 지음, 김도연 옮김 / 빈페이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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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파견 클럽

 

세상은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곳임을 알려주는 따스한 고양이 이야기.

 

역시 고양이는 세상을 구한다. ‘고양이 파견 클럽은 길고양이들인 잘린 귀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고양이들의 이야기다.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책이다. 길고양이들의 삶은 험난하기 그지없지만, 고양이들의 캣닢바에 모여서 마타타비를 마시는 장면이나 그들끼리 서로 이야기하는 걸 읽으면서 자연스레 고양이들이 서로 이야기하는 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인간을 싫어하는 고양이부터 어린 고양이는 인간의 도움을 받아 구조하는 ‘NNN’ 협회 고양이 등 다양한 고양이가 나온다. 심각한 장면도 많이 나오지만 그 모든 장면에서 고양이들이 직접 싸우고, 이야기한다고 상상하면 괜스레 웃음만 나온다. 2권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감상은 한 단어로 귀결되었다. “귀엽다!!” 정말이지, 귀여워서 읽는 내내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은 채로 행복하게 읽었다. 물론 가슴 아픈 장면도 나오지만, 씁쓸함을 떨치려 노력하는 잘린 귀의 모습을 보면 장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1권에 나온 잘린 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음을 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잘린 귀는 자신에게 밥을 주던 할머니를 항상 찾아갔지만, 할머니의 자식들은 바빠서, 시골을 내려가는 데 돈이 많이 들어서 등의 이유로 번번히 할머니를 혼자 내버려뒀다. 그런 할머니 곁을 지킨 것은 늘 잘린 귀였지만, 할머니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잘린 귀도 그것을 알고 할머니 곁을 계속 맴돌지만, 장례식을 치르러 내려온 자식들은 장례 비용 문제로 다투다가 할머니의 통장을 발견하고 웃는다. 그러면서 잘린 귀를 내쫓는 장면이 나오는데, 참 아이러니했다. 핏줄로 이어진 가족보다 다 가까이 있던 건 고양이인 잘린 귀인데, 막상 내쫓긴 것도 잘린 귀.

 

우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강아지보다 사람을 덜 좋아한다는 이유로 고양이를 조금 멀리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파양당해서, 주인을 잃어버려서, 길에서 태어나서 등의 이유로 생긴 많은 길고양이들이 있다. ‘고양이 파견 클럽은 이런 고양이들의 세상을 보다 더 넓은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책이다. ‘고양이 파견 클럽의 고양이들은 개인을 중시하는 듯 해도 도움이 필요한 다른 고양이를 발벗고 나서서 돕는, 끈끈한 모습이 보인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이 추운 날씨에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고양이 파견 클럽을 읽는다면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순간을 맞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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