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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 코멘터리 북 - 이석원과 문상훈이 주고받은 여덟 편의 편지
이석원 지음 / 달 / 2025년 10월
평점 :
보통의 존재: 코멘터리 북
솔직한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아주 다르지는 않은 존재라는 걸 인식하는 일.
타인의 편지를 읽는다는 건 늘 조심스럽다. 편지를 읽으면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 사람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면서도, 뭔가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편지를 엮은 책이라면 한 번 더 눈길이 가게 되는 것 같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쓴 편지를 읽는다니? 어떤 편지를 주고 받았을지 궁금하고 흥미가 생겨 읽기 시작한 ‘보통의 존재: 코멘터리 북’은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괜히 눈물날 것 같은 기분으로 마지막 장을 덮은 책이다.
문상훈 님과 이석원 작가님의 편지로 시작되는 ‘보통의 존재: 코멘터리 북’은 총 8편의 편지로 시작한다. 20살 차이가 나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편지는 어떤 말을 주고받을까 하며 읽었는데, 크게 다르지 않다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스무 살이나 차이가 나는 다른 세대 사람이기에 둘의 대화가 서로 통할까 싶었는데,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 사는 게 크게 다르지는 않구나 싶었다. 그들이 주고받은 편지를 읽으면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들에게 내적 친밀감을 느꼈다. 역시,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
읽으면서 안심하게 된 부분도 있다. 평소 나는 우주먼지에 불과하다 생각하던 사람인데,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이 우주먼지론에 공감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 싶었다. 특출나지도 않지만, 특별히 모나지도 않은 그런 보통의 존재인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이 세상이 크게 싫지도 않고 크게 좋지도 않다. 그러나, 이왕 태어난 거 내 삶을 사랑하려 노력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쉬울 정도로 전부 나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에서 작가는 자신이 한 두 가지 거짓말을 말하며 자신은 솔직하진 않지만 솔직하려 노력하는 사람이라 말한다. 그러나 자신의 거짓말까지 가감없이 내보냄으로써, 진실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15년 전에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으며 다는 코멘터리라니. 나는 내가 15년 전에 쓴 일기만 봐도 오글거리고 당장 없애버리고 싶은데, 그걸 직면하면서 그때와 달라진 생각들을 서술하는 코멘트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람은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스스로 깨달아야지만 달라지는 존재라는 걸 증명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추천
타인의 편지를 모아 엮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우울한 날도 기쁜 날도 어린 시절도 전부 나의 삶임을 받아들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