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의 아이들
변윤하 지음 / 문학수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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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의 아이들

 

동생을 지키기 위해 뭐든 하는 리아의 마법학교 고군분투기.

 

고아원에서 입양될 기회가 많았지만 몸이 아픈 동생 시아를 두고 혼자 입양될 수 없는 리아. 그런 리아를 발견한 벤 교수는 시아를 돌봐주는 대신, 마법학교에서 가치를 증명하라고 한다. 마법학교에서 테오의 도움을 받아, 선별 시험에 통과한 리아는 루카스와 실비아의 눈에 띄게 된다. 실비아에게 받은 열쇠로 식물원에 들어간 리아는 한밤중 식물원 화재 사건의 범인으로 몰린다.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해 애쓰는 리아는 흑여우가 봉인되었다는 붉은 숲과 교장의 죽은 딸 멜린다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다들 붉은 숲은 전설 속의 숲이라 치부하는데 붉은 숲은 실제로 존재할지, 멜린다는 어쩌다 죽은 것인지 등등 비밀을 파헤쳐나가는 재미가 있으니 직접 읽어보시길 바란다.

 

일단 소재가 너무 매력적인 책이다. 해리포터를 보며 자란 세대라면 마법학교 세계관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픈 동생을 챙기는 언니? 가족 이야기는 한국인이라면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다. 인물들의 외형을 설명하는 문장들도 있어, 어떻게 생겼을지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가득하여 행복하게 읽었다. 이런 소설을 읽을 때는 인물들에 찰떡인 배우가 누가 있을지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크다. 리아를 마법학교로 보낸 벤 교수가 흑막일지 계속 의심하며 읽었는데, 과연 진짜 악역일지..! 그 정체는 읽으시는 분들의 재미를 위해 말하지 않겠다.

 

마법과 유리된 삶을 살다가 마법학교에 입학한 리아에게는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줄거리라, 읽으면서 리아를 계속 응원하게 되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지만 마이너스에서 시작하는 생활과 0에서 시작하는 삶은 무척 다르기에, 고군분투하는 리아가 조금 애처롭기까지 했다. 그리고 리아가 사건을 해결하는 부분을 읽을 때는 힘찬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상황은 다르지만 해외에서 혼자 생활하는 한국인이 누군가의 도움만 받다가 드디어 혼자 힘으로 무언가를 해냈을 때의 성취감을 책으로 맛본 기분이랄까.

 

리아가 입학한 마법학교가 식물 연구를 하는 곳이라는 설정인데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사람을 공격하는 식물부터 연구를 통해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식물들까지 나온다. 기존에 보지 못했던 식물 특화 마법학교라 새로우면서도 이 세계관이 더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뭔가 단편에서 끝내기는 아쉬운 느낌이랄까. 인물의 행동이나 갈등 상황에에 개연성이 부족해, 실비아나 루카스, 보니가 갑자기 이런다고? 하는 부분들이 조금씩 있어 약간 아쉽기도 했다. 아마 분량 문제로 덜어내지 않았을까 추측해보며, 아직 풀리지 않은 떡밥이 많아 2권을 열심히 기다리고 있다. 루카스와 리아의 관계, 루카스와 테오 가문의 관계 등 좀 더 탄탄한 세계관과 개연성을 쌓은 2권은 보다 더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어서 2권이 나오길 바라며 마법과 학생들이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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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
수정빛 지음 / 부크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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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

 

여느 때와 같이 인스타와 알라딘을 통해 신간 구경을 하던 중 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사과들이 여러 개 얽혀 있는 책 표지였는데, 배경 색이 하늘색 계열인데도 무척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제목과 표지가 잘 어우러지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며칠 후 출판사에서 보내주시게 되어 읽어본 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

 

이 책에서 하는 모든 말이 다 내게 하는 것 같았다. 나를 잘 아는 소중한 친구가 내게 조곤조곤하게 다정한 말투로 말하는 것 같았다. 1부부터 4부로 나눠져 있는데, 나로 시작해서 주위 사람들, 내 내면에서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는 것으로 확장되어 있다. 타인에게 집중하기보다, 내가 나에게 먼저 집중하고 신경써야 한다는 걸 챕터에서부터 말하는 것 같아 울림이 컸다.

 

 

읽은 사람들은 전부 다 동의하겠지만, 작가님의 글을 읽다 보면 공감가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자기 연민에 빠지지 말자는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보다 다정한 사람들의 다정한 말이 치유의 힘을 가졌다는 글 등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내용에 대한 글들이 많다. 시간이 답이라는 걸 알지만, 막상 겪어 보면 너무 힘들어서 그 생각에서 빠져나오기보다 계속 생각이 매몰된다. 그럴 때 읽으면 머릿속에 전구가 켜지면서 환기될 수 있는 글이다. 당연한 말들이지만 직접 외로움과 우울을 겪은 사람들만이 해줄 수 있는 말이기에, 그 시절의 내가 듣고 싶었던 말들이기에 시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위로받고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특히 사랑에 관한 글귀가 무척 좋았다.

 

사랑이란 건 그런 건가 보다. 사소한 것에도 어떻게든 단어를 조합해 의미를 불어넣고,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고, 우리는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고 믿게 되는 것. 나를 그 사람 삶 속으로 밀어 넣는 것. 사랑은 그런 건가 보다.”

이런 글을 읽으면 사랑이 성큼 내게 다가와서, 주변에 사랑을 나눠주고픈, 포근한 기분이 든다. 예시를 사랑에 관한 글로 든 것이지만, 체력에 관한 글도 있고, 나의 마음가짐에 관한 글도 있어서 한 번에 완독하기보다 아침에 10분정도씩 읽고 하루를 시작하기에도 좋은 책이다. 나의 경우에는 아침 시간을 이용하여 10분씩 읽고 한 구절씩 필사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데, 하루를 시작하는 데 보다 긍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어 좀 더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어 좋았다. 응원받고 싶은 날 혹은 위로받고 싶은 날, 천천히 곱씹으며 필사하기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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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제인의 모험
호프 자런 지음, 허진 옮김 / 김영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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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제인의 모험

 

 

메리 제인의 모험은 작가가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나오는 등장인물인 메리 제인의 서사가 궁금해서 탄생한 책이라고 한다. 작품의 등장인물을 좋아하다 못해 작품의 개연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직접 그 서사를 그려나간다니 얼마나 짜릿할지, 그 짜릿함이 독자인 나에게까지도 잘 전달될 것 같아 읽게 되었다.

 

줄거리

메리 제인은 이모로부터 받은 편지 때문에 혼자 배를 타고 이모에게 간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이모부와 그를 간병해야 하는 이모를 도와 집안일을 돕는 메리 제인. 열병에 걸린 이모부와 이모를 간병하지만, 결국 둘을 떠나보내고 남은 사촌들과 함께 이모부의 동생인 피터 윌크스에게로 간다. 긴 여정 끝에 피터 윌크스에게 도착하지만, 기대와 달리 피터 윌크스는 열등감에 찌들고 노예들에게 함부로 하며, 미성년자인 사촌 수전에게 손대기까지 하는 비상식적인 인간이다. 그러나 열병으로 인해 피터 윌크스도 죽게 되고, 메리제인은 이모부의 남자 가족에게 미성년자인 사촌들을 의탁해야 하는 신세가 된다. 메리 제인이 안전한가족의 집에 도착할 수 있을지 두근대는 마음으로 결말은 스포하지 않을 예정이니, 직접 읽어보시길 바란다.

 

서평

간단하게 서술한 줄거리지만, 당시 미국은 남북전쟁 전이라 노예제가 폐지되기 전이다.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노예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메리 제인의 생각이 굉장히 혁신적이다. 게다가 여성은 집에 종속되는 게 당연하고 노예제가 당연하다는 생각이 만연한 세상에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사랑을 찾기 위해 모험을 감수하는 메리 제인을 보다 보면 그녀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그토록 기다리던 엄마의 편지를 읽고 자신이 버림받은 걸 깨닫지만,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의 삶을 계속 생각하는 메리 제인의 모습은 독자라면 반하게 되어 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나오는 등장인물인 메리 제인의 생애를 그린 메리 제인의 모험’. 여성 서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책이다. 작가가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나오는 메리 제인의 서사를 궁금해하다 쓴 책이라는데, 마크 트웨인이 빙의한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시대적 배경 구현이 잘 된 책이다. 그러면서도 제목처럼 메리 제인의 모험답게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라 대리 만족을 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책이다. 여성 서사물을 좋아하면서, 계속되는 고난에도 삶을 멈추지 않는 이야기를 찾는다면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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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귀신 도감 - 전설과 민담에서 찾아낸
강민구 지음 / 북오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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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귀신 도감

 

평소 오컬트물을 좋아하는데, 동남아시아의 귀신들을 모아놓은 도감이라니! 너무 기대되서 단숨에 읽어내렸다. ‘동남아시아 귀신 도감에는 200 명의(?) 귀신을 모아놓았는데 귀신별로 풀컬러 일러스트가 있어, 어떤 모습일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 좋았다. 읽다 보면 각 나라별로 특색 있는 귀신도 있지만, 도깨비같은 귀신이 있거나, 처녀 귀신이 있다던지 공통적인 부분이 눈에 띄었다. 고대에는 나라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을 건데, 이렇게 똑같은 부분이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귀신 도감이지만 귀신만 있는 건 아니다. 요정이나 괴물들을 다 모아 귀신이라 칭했는데, 악한 귀신만 있는 건 아니다.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귀신들도 있어 각 귀신별 설명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필리핀의 번지승기스라는 귀신은 힘이 세지만 지능이 높지 않아 사람들이 목장일이나 농장일을 시키며 대가로 소나 돼지 등의 가축을 먹이로 준다는 부분을 보고 한참 웃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지켜보다 써먹을 수 있겠다 싶으면 귀신이라도 일을 시켰구나 싶었다. 사람들이 일을 시킨 귀신은 번지승기스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읽다보면 알겠지만, 여러 귀신들이 사람에게 노동 착취를 당해 약간 불쌍한 마음도 들었다.

 

나처럼 오컬트물에 관심 있는 사람이 읽어도 좋지만, 웹소설이나 소설을 쓰려는 작가가 소재 수집용으로 읽어도 좋을 듯 하다. 생생한 풀컬러 일러스트가 200개나 수록되어 있어,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는데 꽤나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으니 밤보다는 환한 낮에 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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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
박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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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는 유대감이 존재하는 이상, 우리는 고립되지 않는다.

 

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240페이지 내외의 짧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여운은 결코 짧게 남지 않는다. 팬데믹이 계속되는 사회에서 양성판정을 여러 차례 받은 우식은 눈총을 견디지 못해 퇴사하고, 자신보다 먼저 퇴직한 마태공의 회사에 취직한다. 어느 날, 휴먼북 조기준을 발견한 우식은 그의 이야기를 열람하고, 조기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는다. 조기준은 어린 시절 자신의 몸에 있는 바이러스 때문에 고립되어 있었는데, 자신을 보호하던 안나의 죽음 이후 고립된 이유를 알게 된다. 자신을 납치한 안나 때문에 고립되었던 기준은 감독에 의해 발견된 이후, 많은 후원금을 받는다. 그러나 기준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준은 안나의 죽음 이후에도 왜 고립을 선택한 것일까? 그리고 기준은 정말로 고립된 게 맞을까?

 

책을 읽으면서 조기준이라는 인물에 대해 안쓰러움을 느꼈다가, 역겨움을 느꼈다가, 마지막 장을 읽는 순간 복합적인 감정이 터져나오며 책을 덮게 된다. 조기준이 징그럽기도 하고, 연민이 느껴지기도 하면서 책을 덮는데 이게 과연 조기준에 한정된 감정인가 싶다. 기준이 누구인지를 추리해가며 읽었는데,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기준의 정체가 누구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서, 혹은 관계의 단절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 SNS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그 어떤 시대보다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고립되어 있다. 채팅을 통해 먼 거리에 있는 친구와 소통을 하기도 하지만,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며 좌절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마지막 장까지 읽으면 찝찝하면서도 묘하게 희망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차오른다. 상황이 희망적이지는 않지만, 조기준이, 소년이 언젠가는 나오게 될 거라는. 책에서 방탈출 필승 공략법: 일단 나가고 싶어 한다.’는 문장이 나오는데, 이건 방탈출에 국한된 게 아니다. 내가 두려움을 이겨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이 방에서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면, 밖으로 한 발짝을 내딛을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뮤지컬 더 라스트 맨이 떠올랐다. ‘더 라스트 맨도 각자의 이유로 상처받고 스스로 고립되기를 택하지만, 그러면서도 누군가 자신을 찾아와주길 간절히 바란다. 고립의 이유도 사람이지만, 고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열쇠도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연결될 수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 자신이 히키코모리임을 밝히며, 악플을 많이 받고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고자 했다는 유튜버의 영상을 봤다. 악플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유튜버의 예상과 다르게 사람들은 응원하는 댓글을 달았고 결국 그 응원에 힘입어 자신의 방문 밖으로 나가 다시 부모님의 얼굴을 마주하고, 바깥 세상에서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다는 내용의 영상이었는데 보면서 인류애가 차올랐다. 어떤 시대보다 가장 연결되어 있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고립이라는 저주를 택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연결될 것이다. 사람은 사람을 포기하지 않을 거니까.

표지를 보면 작은 사람이 방문을 열려 하고, 누군가는 원통 안에서 사람을 꺼내주려 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 한 사람이라도 도와줄 수 있다면, 사람은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책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듯 해서 표지를 계속 바라보게 된다. 책의 표지까지가 이 책을 완성시키는 것 같다.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모든 우리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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