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울지마세요] 서평단 알림
아빠, 울지마세요
샐리 니콜스 지음, 지혜연 옮김, 김병호 그림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전에 보았던 '안녕, 형아'라는 영화 생각이 난다. 샘처럼 뒤늦게 백혈병이 발병한 형과 철없는 동생, 어려운 상황에 좌절하고 절망하며, 현실을 직시해야 했던 부모......'아빠, 울지마세요'의 내용과 여러면에서 오버랩되는 그림들이 떠오른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질문 대장 샘과 친구 펠릭스. 샘은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유명한 과학자도 되고 싶고, 세계 기록도 깨야 하고, 모든 공포 영화도 봐야 하고, 내려가는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보고도 싶고, 비행선도 타봐야 한다. 이들 중엔 간단히 실행할 수도 있지만, 샘에게는 역시나 부담스러운 일들이 있다. 병약한 몸에 부족한 시간 때문이다. "일 년 동안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샘의 말에서 시간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주인공에게는 샘의 의욕들을 부추기는 펠릭스라는 친구가 있지 않은가! 샘은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거꾸로 올라가기를 시도한다. 그때의 샘의 심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카페에서 걸어오는 내내 나는 더 초초해졌다. 심장이 터질 듯 부풀어 올라 목구멍 아래까지 차 오른 것 같았다. 나는 병에 걸리기 전처럼 몸이 튼튼했으면 싶었다. 못 해내면 어떡하지? 그러면 내가 얼마나 바보 천치처럼 보일까? 쇼핑센터 기물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고 나에게 소리를 질러 대면 어떻게 하나? 어딘가에 경비원이 숨어 있으면 어떻게 하나?" "어리석은 짓이야" "별짓도 아니다. 넌 해낼 수 있어. 못 해낼 수가 없어" 읽는 동안 어찌나 긴장이 되고 땀나던지...

두 아이는 아무도 대압해주지 않는 죽음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많다. 죽음에 대해 이것 저것 아는 척하며 쓴 말들을 내뱉지만 역시 자신들의 죽음에 대해 두려움과 긴장이 역력함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항상 긴장감이 깔려 있음에도 두 아이의 장난기와 위트가 글을 읽는 내내 숨을 쉴 수 있게 해준다. 특히나 펠릭스가 제안한 죽음에 대비한 선다형 설명서가 그렇다. 죽음 후에 가족들이 죽음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는 문항을 만들어 채워 넣도록 한 것이다. 농담인양, 장난인양 말하면서도 자신의 죽음과 죽음의 장면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계획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부분(선다형 질문지)을 읽을 때, '이거 괜찮은 방법인데'라고 웃고만 넘어갔었는데, 막상 마지막에 샘에 대한 설명 문장들이 나온 것을 보고 '움찔'하며 놀랐다. '샘이 갔구나'하고......

샘과 펠릭스의 모습을 보며 몸은 아프지만 어린이 다운 발상과 장난기를 볼 때, '역시나 아이는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코 철없는 아이는 아니라고 생각되었던 것은 자신의 현실을 묵묵히, 그러나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었다. 가족들을 배려하고, 남은 시간을 아름답게 꾸밀 줄 아는 샘..

이 책을 읽으며 샘 주위의 따뜻한 어른들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샘이 가장 좋아했던 윌리스 선생님, 항암치료 하는 어린 친구들을 배려하느라 빨간색 스카프를 머리에 묶고 다니던 의사 선생님 빌, 에스칼레이터 거꾸로 오르기를 지켜보며 "한 번 도전해 본 거니?" 라고 물었던 할머니, 누구 보다도 엄마, 아빠. 특히나 아들이 자신의 글을 쓰는 것을 알고 바인더와 팬을 사다 주신 아빠의 심정은 어땠을까?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충분히 드러났던 아빠의 사랑..가슴 찡한 장면들이 이 책을 다시금 읽고 싶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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