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사항 보고서 네오픽션 ON시리즈 21
최도담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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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큰 줄기를 가진 이야기는 테러범에 관한 이야기 일 것이다.

그러나 책을 쭉 읽다보면 '테러범이 누구인가?'를 찾는 일보다

실업급여과의 다양한 민원 이야기. 그리고 실업급여과 직원들의 인생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된다.

픽션과 논픽션의 사이를 넘나들고 있으나

크게 판타지 장르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너무나 현실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사연이 있다는 것."

이 슬픈 사실은 실업급여과에서는 너무도 흔한 명제였다.

슬퍼하고 분노하는 것과 실업급여라는 끈을 놓치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을 매일 마주하는 창구 뒤의 사람들.

누구도 계속 갑이 아니며 누구도 계속 을이 아닌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작가는 삶에 닥치는 상실과 재난 앞에서 어떤 인간도 우아하고 견고하게 버틸 수 없다.'고 말한다.

공무원 생활을 하며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님이 그려낸 '실업급여과'의 모습은

그래서 더 현실적이게 느껴진다.

 

소설이 가지는 힘이 크다.

나는 한 번도 '실업급여과'의 민원인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연 있는 사람들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들고

정책에 대해서도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그리고 혹시 나는 어떠한 민원인 이었는가도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 가장 좋았던 호찬의 말.

"그곳을 믿고 싶다면 그렇게 해요.

나도 그렇게 믿을게요.

그리고 한 가지만 약속해 줘요.

여기에 계속 있겠다고."

P.11
"국가는 실업자 대책이라도 내놓은 게 있어?
누군 실업자가 되고 싶어서 되냔 말이야!
실업자가 돼서 왔더니
실업급여가 안 나온다고?
인간을 쓰레기 취급이나 하고.
너희는 그 책임을 져야 할 거야.
오늘 복수 제대로 해주겠어." - P11

P.96
행복에서 불행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고작 몇 발자국,
행복의 지점에서 몇 발자국만 내디디면 불행이 버티고 있었다.
행복은 너무 쉽게 사라졌고 보존의 노력을 무위로 만들었다.
호찬은 행복해지기 위해 애쓰지 않기로 했다. - P96

P.164
코로나로 전 세계가 펜데믹에 빠졌을 때에도
실업급여과의 흐름은 계속되었다.
실업급여과를 멈추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실업이 멈추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건 지구 종말의 순간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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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아름다운 기분
우아민 지음 / 무니출판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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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아름다움.

이 산문집 목차에 있는 제목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느끼는 감정이 이것이었다.

이상하고 아름다움.

슬픔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한데

아름다움을 계속 발견한다.

너무 연약한 들꽃같은데

들여다보면 바람에 흔들리기만 할뿐

꺾이지는 않는,

단단한 뿌리를 가진 꽃같다.


어떤 이별이었는지는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작가님은 어떤 아프고 슬픈 이별을 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이별 앞에서 많이 힘들고 지쳤던 것 같다.

그 마음을 가지고 제주로 갔고

제주에서 그 슬픔을 헤아려 준 사람들과의 이야기,

슬픔을 삶의 곡선으로 매만지려는 시도 속에서 들었던 어딘가 아름다운 기분을 나에게 이야기 해준다.


가슴 벅차게 글을 쓰고 있는 작가님의 모습이 그려졌다.

온몸으로 사랑을 받아들였던 사람의 모습.

슬픔의 생각들로 넘치면서도

희망의 끝으로 아름다운 기분을 발견한 사람의 모습.

그리고 그 마음을 함께 헤아리고 안아주려 하는 모습.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어딘가 아름다운 기분 플레이리스트]가 들어있다.

QR코드를 찍으면 작가님이 고른 음악이 펼쳐진다.


이토록 친절한 책이라니!

플레이 리스트가 들어있는 책은 사실 처음 접해서

마음이 몽글해지며 약간의 감동이 찌르르 전해졌다.

플레이리스트를 꼭 들으면서 읽기를 추천한다.

함께 제주를 걷는 듯 하다.

그리고 작가님이 담담히 하는 이야기를 조용히 듣는 것 같았다.

 

사람의 말은 자기도 모르게 남을 헤집고,
깊이 찌르거나 가르치려 드니까 내버려 뒀어요.
말을 내버려 두는 것으로 말에 저항했습니다.
"너는 잃은 것도 잃을 것도 없다."
산에서 보내주신 문자를 보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모든 위로의 말이 제게서 썩어 버린 것은 슬픔을 말할 수 있는 언어가 없기 때문일까요.
슬픔으로 가득 찬 말 속에는 저 하나밖에 없어서 저는 저를 잃었습니다.
P.46 - P46

돌담은 제 안에 구멍을 몇 개나 가지고 있을까.
그 틈까지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받아들여서
바람이 드나드는 거겠지.
희고 연한 눈송이가 고이기도 하겠지
P.106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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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다운 하루
월터 에마뉴엘 지음, 나나용 옮김, 세실 알딘 삽화 / 나나용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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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궁금했던 내 댕댕이의 하루.

우리 집 갱아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살까.

생각을 하기는 하는걸까, 저 댕청이....

이런 마음가짐으로 이 책의 서평을 신청했다.


책은 조그맣고 두껍지도 않다.

그리고 글밥도 적고, 그림도 귀엽다.


개의 하루를 타임라인으로, 개의 시각에서 보여준다.

오전 7, 개가 '내 발가락을 밟아서 비명을 지름'으로 도둑을 잡는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한 개는 오후 1015, 개집에서 잠을 자는 걸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개는 계속 입맛이 없다고 하는데

나는 계속 웃음이 났다. 왜 입맛이 없는지 이유를 알 것 같기때문.

너무 귀여운 이유이기 때문에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 적지 않겠다.

책으로 꼭 확인하시길 :)


개는 싫어하는 사람(또는 동물)과 사랑하는 사람이 정확한데,

우리 코코도 그럴까, 이 책을 읽을 수록 자꾸 우리 댕댕이의 생각이 궁금했다.


코코가 사람이었다면

자식 앉히듯, 무릎에 앉혀 같이 읽었을텐데.


개의 하루는 참 바쁘다.

그리고 이 집 개는 참 똑똑한데?ㅎㅎㅎㅎ

이 멍멍이는 다 계획이 있구나? 싶게 치밀하게 플랜대로 행동한다.


너무 귀엽고 너무 사랑스럽다♡♡♡

책은 두껍지 않고 귀여운 그림과 글이 가득하다.

처음 받았을때 행복한 마음 그래도 완독할 수 있었다.


너무 사랑스러운 책..

애견인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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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브라이언 에븐슨 지음, 이유림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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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는 제목부터 으스스하다. 단편으로 22개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2페이지의 짧은 분량도 있는데 이 글들은 거의가 무언가에 실제로 삼켜진 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의 집착, 강박이나 어떠한 미지의 존재(그것이 무엇인지 지칭하는것이 어려움)에게 말이다. 앞 뒤 서사가 없고 불친절할만큼 독자에게 이야기를 그냥 던져놓는다. 하지만 작은 하나하나의 이야기에서 내가 느끼는 섬뜩함은 장편 소설 못지 않았다.

 

유령이나 모습을 바꾸는 괴물같은, 현실에 맞닿아있는 공포라기 보다 실체가 무엇인지 모르는 미지의 공포가 다가왔다. 환상 호러소설이라는 홍보 문구가 예삿문구가 아니었음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sf같기도 한 이야기들이 흥미있었다. 독서 쪼렙인 나로서는 처음 겪는 장르의 공포소설이었다.

첫 번째의 이야기부터 매우 강렬하다. 얼굴없이 뒷통수만 가지고 태어난 아이. 이 이야기의 제목은 어디로 봐도이다. 딱 두 페이지의 짧은 내용인데도 이 책에 바로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내용이다.

 

새어 나오다에서는 인간의 몸과 정신을 빼앗아버리는 (과정이 무서움..울고싶어라) 존재처럼 미지의 존재에 대해서 상상하게 하며 정신을 쏙 빼놨다가, ‘자매들에서는 우주선에서의 이야기인가 싶게 sf장르를 보여주고, ‘룸 톤에서는 인간이 하나에 집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 담담히 그려낸다.

 

가장 신선했던 편은 트리거 경고인데 유일하게 마음 편히 재밌게(?) 느끼며 읽었던 편이었다. 이런 글은 처음이야!

 

현대 호러 소설의 종합선물세트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책을 덮고 나서는 진이 빠졌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기운이 쑥 빠졌다. 그것이 바로 호러 소설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셜리 잭슨상, 월드 판타지 어워드 수상”,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NPR 선청 최고의 호러 픽션이란다. 호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브라이언 에븐슨]의 다음 소설집도 기대가 된다.

 

"가끔," 남자가ㅣ 이어서 말했다. "그 남자는 누군가의 안에 들어가서 한동안 그곳에 머무르지.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그냥 삼켜 버려." - P35

"누구세요?" "나?" 엄마가 그 아이의 목에 손을 가져다 댔다. 어떤 면에서는 내게 기억을 되살리는 모습이기도 했다." "왜 그러니? 엄마야. 날 못알아보겠어?"
이렇게 우리 가족은 넷에서 다섯이 되었고, 내게는 동생이 생겼다. - P95

목소리가 응답했다. 저는 당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모릅니다. 당신의 눈앞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만 알 수 있습니다. - P174

어쨌든 둘 중 한 명은 들어오게 할 것이다. 그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 한 명이 걱정해야 할 문제는 이곳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다시 나가는 것이리라.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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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한가운데 - 개정판
주얼 지음 / 이스트엔드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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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읽게 된 [여름의 한가운데]. 책 표지가 아름답다.

해가 넘어가는 시간. 약간 서늘한 바람이 불고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애들을 부르는 시간의 느낌이 난다. 구름이 있는 곳을 찾아 그늘 안에서 땀을 식히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일 것 같은 표지다.

 

여기 총 다섯 편의 길지 않은 단편소설이 있다. 이 책의 인물들은 담담하다. 어쩌면 작가님 주변에 있는 인물을 꼭 그대로 그려 넣은 것 같다. 현실적이고 살아 있는 듯, 그 살아있는 인물이 마치 일기를 쓰는 것 같이.

 

다섯 편의 소설을 MZ세대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해진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어쩐지 오래된 서랍 속 사진을 꺼내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했다. 이 갬..20대가 잘 느낄 수 있을까?

 

특히 첫 소설 여름의 한가운데를 읽은 후 곧 마흔을 바라보는 내가 느끼는 감정은 ’(대략 20년 전쯤의) 그 사람은 잘 지낼까?’ 와 비슷한 선이었는데 풋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어떤 지점이 존재했다.

사람을 떠올린다기보다 그 때의 풍경, 두근거렸던 마음, 손의 떨림과 같은 아주 소소한 것들 말이다. 나는 나이를 먹어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잘 살고 있는데, 나의 마음 속 일부분은 어쩌면 아직도 그 때의 어느 지점에 머무르고 있는 건 아닐까.

 

주얼 작가님의 글은 소설의 배경에 내가 있는 것 같이 몰입하게 한다. 그건 소설 속 인물이 가지는 감정을 잘 표현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인간이 가지는 아주 복잡미묘한 기분을 어쩜 이렇게 잘 적어내셨는지, 읽으면서 맞아. 나도 이런 기분일때가 있어.라고 몇 번을 끄덕였다.

 

여담으로 딱 한 지점에서 멈칫했는데, (아주 주관적인 것. 히히) ‘멋진 하루에서 화자인 지혜가 결혼식장을 나온 후 운동화를 사 신고 오늘 하루를 멋지게 즐겨보자는 대목에서 말이다. 나라면 .. 이렇게 꾸몄는데 안왔네. 까비까비.(아깝다)”를 외치며 그 착장 그대로 어딘가 놀러갔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내 인생의 여름의 한가운데는 언제였을까. 추억할 수 있는 과거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것이 어쩌면 작은 후회로 남았을지라도 그 모습은 결국 나의 모습이니까. 여름은 나를 지치게 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게 만들지만 한 편으로는 생기 있는 꽃들과 초록 잎들을 볼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가도 한 번씩 여름의 한가운데에 있던 그 때의 나를 기억하고 돌아보는 것이 결국 스스로 위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삶을 고민하며 사는 우리에게 작가님이 보내주는 공감의 메세지와 응원의 마음이 가득 들어있는 책이었다.

골목길 저 끝에서부터 살며시 불어온 미지근하고 습한 바람이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바람엔 은은한 향의 냄새가 실려있었다. 그것은 마치 여름의 향기처럼 느껴졌다. 그 끝은 과연 어디쯤인지, 지나고 나면 우리는 과연 무엇이 되어있을지 알 수 없는 이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어떻게든 우리가 무사히 통과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향기.
- P21

산의 나무들은 밝은 햇빛 아래에서 아직은 앙상한 가지를 드러냈지만,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나뭇가지에 물이 차오르고 싱싱한 연초록의 잎들이 돋아나 금세 푸르게 무성해질 것이다. 곧 엄마가 좋아하는 풍경이 창밖으로 펼쳐질 것이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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