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한가운데 - 개정판
주얼 지음 / 이스트엔드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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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읽게 된 [여름의 한가운데]. 책 표지가 아름답다.

해가 넘어가는 시간. 약간 서늘한 바람이 불고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애들을 부르는 시간의 느낌이 난다. 구름이 있는 곳을 찾아 그늘 안에서 땀을 식히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일 것 같은 표지다.

 

여기 총 다섯 편의 길지 않은 단편소설이 있다. 이 책의 인물들은 담담하다. 어쩌면 작가님 주변에 있는 인물을 꼭 그대로 그려 넣은 것 같다. 현실적이고 살아 있는 듯, 그 살아있는 인물이 마치 일기를 쓰는 것 같이.

 

다섯 편의 소설을 MZ세대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해진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어쩐지 오래된 서랍 속 사진을 꺼내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했다. 이 갬..20대가 잘 느낄 수 있을까?

 

특히 첫 소설 여름의 한가운데를 읽은 후 곧 마흔을 바라보는 내가 느끼는 감정은 ’(대략 20년 전쯤의) 그 사람은 잘 지낼까?’ 와 비슷한 선이었는데 풋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어떤 지점이 존재했다.

사람을 떠올린다기보다 그 때의 풍경, 두근거렸던 마음, 손의 떨림과 같은 아주 소소한 것들 말이다. 나는 나이를 먹어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잘 살고 있는데, 나의 마음 속 일부분은 어쩌면 아직도 그 때의 어느 지점에 머무르고 있는 건 아닐까.

 

주얼 작가님의 글은 소설의 배경에 내가 있는 것 같이 몰입하게 한다. 그건 소설 속 인물이 가지는 감정을 잘 표현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인간이 가지는 아주 복잡미묘한 기분을 어쩜 이렇게 잘 적어내셨는지, 읽으면서 맞아. 나도 이런 기분일때가 있어.라고 몇 번을 끄덕였다.

 

여담으로 딱 한 지점에서 멈칫했는데, (아주 주관적인 것. 히히) ‘멋진 하루에서 화자인 지혜가 결혼식장을 나온 후 운동화를 사 신고 오늘 하루를 멋지게 즐겨보자는 대목에서 말이다. 나라면 .. 이렇게 꾸몄는데 안왔네. 까비까비.(아깝다)”를 외치며 그 착장 그대로 어딘가 놀러갔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내 인생의 여름의 한가운데는 언제였을까. 추억할 수 있는 과거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것이 어쩌면 작은 후회로 남았을지라도 그 모습은 결국 나의 모습이니까. 여름은 나를 지치게 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게 만들지만 한 편으로는 생기 있는 꽃들과 초록 잎들을 볼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가도 한 번씩 여름의 한가운데에 있던 그 때의 나를 기억하고 돌아보는 것이 결국 스스로 위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삶을 고민하며 사는 우리에게 작가님이 보내주는 공감의 메세지와 응원의 마음이 가득 들어있는 책이었다.

골목길 저 끝에서부터 살며시 불어온 미지근하고 습한 바람이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바람엔 은은한 향의 냄새가 실려있었다. 그것은 마치 여름의 향기처럼 느껴졌다. 그 끝은 과연 어디쯤인지, 지나고 나면 우리는 과연 무엇이 되어있을지 알 수 없는 이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어떻게든 우리가 무사히 통과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향기.
- P21

산의 나무들은 밝은 햇빛 아래에서 아직은 앙상한 가지를 드러냈지만,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나뭇가지에 물이 차오르고 싱싱한 연초록의 잎들이 돋아나 금세 푸르게 무성해질 것이다. 곧 엄마가 좋아하는 풍경이 창밖으로 펼쳐질 것이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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