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대루
천쉐 지음,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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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니 끝없이 올라가는 계단과 건물, 한 여자의 실루엣이 보인다. 『마천대루』를 다 읽고 나니 주인공 메이바오인 것도 같고 어쩌면 마천대루에 살고 있는 어떤 외로운 사람일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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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는 마천대루를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구조물을 제목으로, 여러 인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아부카페 매니저, 중메이바오. 그녀가 있다. 2부는 그 메이바오의 살해 현장으로 시작한다. 메이바오의 개인사는 복잡하다. 불우한 어린 시절, 계속 돈을 요구하는 엄마와 계부, 정신질환이 있는 동생. 풀리지 않는 인생의 미로를 걷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3부는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용의자들의 진술이 펼쳐진다. 그래서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워낙 아름답고 친절한 메이바오였고 과거와 현재의 남자를 포함해 주변에 혐의점이 가득한 인물이 많았기에 쉽게 범인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부동산의 변태 중개인 린멍위? 과거의 인연을 놓지 못하고 메이바오와 육체적 사랑을 나누는 린다썬? 또는 그의 부인일까? 그녀를 사랑했고 독차지하고 싶던 남자들 중 범인이 있을까?


P.358

"바라는 게 뭐예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내가 뭘 하라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남이 시키고 요구하는 것에만 맞춰 살았어요. 누가 날 사랑하는 게 두려워요.

사랑받는다는 건 족쇄가 하나 더 생기는 것 같아요.

사랑받을수록 점점 더 무거운 짐에 짓눌려요."


3부의 5장에서 셰바오뤄의 진술 중 메이바오의 독백이 나온다. 나는 이 부분이 참 마음 아팠다. 늘 도망치며 살아야 했던 그녀의 인생이. 억지로 끌어안고 버텨온 그녀의 인생이.


4부에는 갑자기 사건과 관계없는 마천대루 속 인물들이 나오며 그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메이바오의 지인이든 타인이든 한 사람의 죽음에 영향을 받은 모습들이다. 메이바오와 연관된 사람들은 모두 큰 변화를 가진다. 광장공포증이 있던 우밍웨는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바오뤄는 마천대루를 떠나 새 인생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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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바오를 죽인 범인은 마지막에 등장한다. 아니, 명확하게 밝혀졌다기보다는 약간의 미스터리처럼 남는다. 그러나 찝찝하다기보다 오히려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것 같다. '메이바오는 어떤 사랑을 한 것일까? 그들의 말 하는 사랑이 정말 사랑인가…?' 소설 속 '메이바오'의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마천대루'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았다. 소제목인 '완벽한 공허함'을 체험한 기분이다.


이 책은 단편으로 떼어 놓아도 좋을 만큼 인물 간의 서사나 배경이 재미있다. 많은 인물이 나와도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힘이 있다. 개인적으로 외전이 나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안젤라 베이비 주연의 드라마도 제작이 되었단다. 또 볼거리가 하나 추가되었다.


단순히 범인을 좇는 미스터리물이 아닌 다양한 인간 군상, 현실감 있는 사회 현상과 문제점을 녹여낸 작품이다. 15세 관람가 같은 약간의 자극적인 맛도 있다. 여러분도 마천대루의 주민들을 만나보시길!



P. 118

예메이리는 마천대루에서 가장 화려한 곳이 바로 이 복도 바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티끌 한 점 없는 매끄러움은 업무상 재해로 너덜너덜해진 미화원들의 육체를 대가로 얻은 것이다.



P.302

단정한 이목구비, 피부, 머릿결, 몸매가 모두 '아름다움'이란 단어를 부연 설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하지만, 세부적인 것들을 모두 합쳐 놓으면 억지로 끼워 맞춘 '가면' 같은 부조화를 일으켰어요.

오히려 자신을 거죽 안에 감춘 채 그 아름다움을 파괴하려고 애쓰거나, 겉에 두른 거죽이 터져 본모습이 드러나지 않도록 꽉 붙잡고 있는 사람 같았어요.



P.471

온 세상이 변한 듯했지만 마천대루는 여전히

시끌시끌하게 드나드는 사람들의 수많은 비밀을 품고 있었다.


마천대루는 가장 비정한 곳이다.

가장 중요한 사람을 잃어도 여전히 흔들림 없이 우뚝 서 있다.

또 마천대루는 가장 푸근한 곳이다.

아무리 상처를 입고 괴로워하는 사람에게도 여전히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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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의 철학 - 흔들리는 삶을 위한 16가지 인생의 자세
샤를 페팽 지음, 이주영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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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면 어느 정도 한결같은 가치관과 인생의 모토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몸은 나이 먹어 가고 머릿속은 20대와 다름이 없다. 어쨌든 사회의 구성원으로 책임감 있게 살기 위해, 그리고 여전히 흔들리는 나의 삶 속에서 바른 자세를 찾기 위해 선택한 책. 바로 『태도의 철학』이다.


처음 시작할 때 '철학'이라는 단단한 벽이 느껴져 완독이 쉽지 않을 거라 예상했는데, 『태도의 철학』에서는 다양한 인물의 실제 사례를 이야기해 주어 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더불어 나도 함께 생각하게 하고 진지하게 몰입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프롤로그부터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으로 시작한다.

[삶을 일으키는 태도는 어디에서 오는가]

나이를 이쯤 먹으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질문이다. 바꾸어 생각하면 나는 어떤 태도를 중심으로 두고 살아가고 있는가,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하고 있는가. 또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우리 아이에게 어떤 삶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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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현실은 정의롭지도, 부당하지도 않다. /삶 마주하기

경험, 수정, 순응, 적응, 기개, 겸손, 변화

※2부 자아는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나 마주하기

욕망, 결핍, 개성, 결단, 연습, 질문, 이성, 기쁨,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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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의 철학』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부분은 '실패'와 '시련'을 받아들이는 태도이다. 실패를 긍정적으로 보게 하는 책은 지금까지 여러 권 읽었으나, 이번 『태도의 철학』처럼 시련과 실패가 내 삶에 만들어내는 효과와 변화의 역할에 눈을 뜨게 한 책은 없었던 것 같다.


P.77

"부정성의 힘이 없다면 기개를 확인하지도 못한다."

실패를 경험하지 않으면 기개를 갈고닦을 수 없다. 성공은 언제나 실패와 번갈아 가면서 일어나지, 절대로 성공만 연달아 일어나지 않는다.


P.79

이기고 싶다면 반드시 갖춰야 할 태도다. 자아도취에 빠지면 이러한 자각을 할 수 없다. 영국의 성직자이자 작가 찰스 캘럽 콜턴의 말처럼 "겸손은 가장 확실한 지혜의 증거다."


나는 온라인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를 좋아한다. 직접 하지는 않고, 국내외 리그를 찾아보는 편. 그 게임의 가장 주축이 되는 선수 "페이커"를 가장 좋아한다. 데뷔부터 엄청난 실력으로 롤판을 뒤집어 놨던 그 선수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게임을 하는 선수 중 가장 고령(96년생임에도)이며 우승 횟수도 가장 많다.


그러나 페이커 선수가 늘 정상의 자리에 있던 것만은 아니다. 시즌 중 실력이 떨어진다며 이제 은퇴해야 한다는 팬들의 쓴소리도 들은 적이 있고 손목 부상으로 경기 출장을 못한 적도 있다. 이렇게 굴곡진 10년을 보낸 후 그는 2024년 외교부의 한 행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실패도 작은 성공입니다."


사실 『태도의 철학』을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난 사람이 페이커 선수였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상의 자리에 몇 번이나 오른 사람이지만 늘 예의 있고 겸손한 모습이다. 실력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 한결같은 모습을 보고 존경하는 팬이 아주 많다.


『태도의 철학』에서 인용한 스티브 잡스의 연설 중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애플에서 해고된 것은 저에게 일어난 가장 멋진 일이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으로 저는 자유로워졌고, 살면서 가장 창의적인 시기를 맞이했습니다."라는 말이 있다. 페이커의 연설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이다. 무엇이든 정점을 찍은 사람의 마인드는 이런가 보다. 느끼는 점이 크고 마음속에 새기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특히 [2부 나 마주하기]는 갈무리하여 우리 아이에게도 알려주고 싶은 부분이 참 많았다.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사춘기 시기인 아이에게 꼭 필요한 지침이 아닐까 생각된다. 224페이지의 길지 않은 철학 책. 나의 도전이 실패할까 봐, 다시 일어서지 못할까 봐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추천하고 싶다.

주변에서 살랑 부는 바람에도 갈대같이 흔들리는 우리의 마음에 중심을 잡도록 도와주는 이정표가 가득한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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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
오가와 사토시 지음, 최현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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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 는

작자의 자전적인 듯한 (에세이같기도 한) 연작 소설이다.

6개의 단편이 이어지는데, 모두 '오가와'라는 작가의 시점에서 쓰여졌다.


프롤로그에서는 '오가와'가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이 나온다.

'왜 직장을 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이 구직활동을 하던 그는

여자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소설'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당신의 인생을 원 그래프로 표현하시오]라는 질문에

이렇게 철학적이고 심오한 대화를 할 수 있다니.

내가 친구라면 베프는 못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롤로그를 읽으며 책읽기에 대한 나의 생각도 한번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는 왜 책을 읽는가?'


[3월 10일]을 읽고서는 잊힌 하루에 대한 것보다 '망각'을 생각해 본다.

중요한건 '망각한 것'을 되살리기 보다 '현재' 내가 어디에 와 있는지 챙겨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었다.


이 책은 제목이 모든 내용을 관통하고 있다.

인정욕구, 거짓말, 사기, 그러나 연민과 반문.



「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 를 읽고나니 작년 뉴스 속 전청조가 생각나기도 했다.

물론 돈을 좇은 그 사기꾼과 재능을 쥐고 싶어한 기리기리선생과는 차이점이 있겠지만.

(아, 사기치는 것도 재능인가. 아찔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타인의 욕망을 밑바닥까지 보여주면서

거기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난을 하지 않는 '사람이 가진 또 다른 인간성'을 보여주고있다.

연민이든 동정이든 그 사람을 조금은 이해하며 감싸주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거기에서 비롯하여 이 소설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하는 일은 어떤 일인가'에 대해 고찰하며 쓰여진 작품같이 느껴졌다.


단편을 쭉 이어 읽다보면 드는 생각은 '작가 필력이 장난 아니다'는 점이다.

인간의 허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동조하게 하고 몰입하게 만들다니!

소설 속 그들은 허상을 찾아 헤매고, 읽는 독자는 현실감을 느끼게 하는 면에서

놀라우리만치 재밌고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당신의 인생을 원그래프로 표현하시오"라는 질문에 그때까지 순조롭게 빈칸을 채워가던 내 손이 딱 멈췄다. 이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잠시 생각에 잠겼다. - P9

나는 3월 10일에 무엇을 했는지 추적하고 있었으면서도 정작 지금 내가 3월 10일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 P91

거짓을 진실하게 마주한다니, 점쟁이의 일과 다르지 않다. 나는 내가 하는 일과 내가 가장 혐오하는 사람들의 일이 실상은 같은 종류의 기만, 같은 종류의 진실성을 필요로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편집자에게 완성된 원고를 보냈다. - P151

틀림없이 가타리기는 돈을 원했던 건 아니었을 것이다. 재능이라는 황금을 손에 쥐고 싶었다.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설령 가짜라도 좋으니 자신의 재능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 P202

"만화가에게 필요한 것은 아무 재능이 없는 겁니다. 우리는 다른 무언가가 될 수 없어서 만화를 그리는 겁니다."
바바의 음성으로 이 말이 재생된다. 바바는 대체 어떤 심정으로 그 말을 했을까?
나는 대체 어떤 기분으로 그 말을 했을까?
"전부 엿 같다."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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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작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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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마주했을 때가 생각난다.

다산북스에서 서평단에 선정되어 택배가 왔고

기쁜 마음으로 열었더니

너무 멋진 빈티지 원서 느낌의 책이 있었다.

남편에게

"여보! 이 책 너무 예쁘다!

기분이 좋아진다!!"고 외쳤던 기억이 난다. 하하.


책 제목이 한 사람의 마지막 하루라고 하니

조금은 슬픈 내용이지 않을까?

유서 같은 이야기일까,

책 소개 글처럼

'삶을 되돌아보는 일은 곧 사랑을 기억하는 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일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펼쳐보았다.


피오르 지역의 양옆에 자리한 도시와 섬마을을

이어주는 페리 운전수, 닐스 비크.

그는 자신의 뇌에 이상이 생겼다는 진단에

곧 삶을 정리하기 시작하고

그의 마지막 날, 자신이 평생 운전했던

페리에서 마지막 하루를 보내게 된다.


지극히 평범한 것이 행복이었음을 넌지시 알려주듯이 이 책에서는 평범한 하루를 나열한다.

우리가 그저 살고 있는 이 시간, 이 공간,

그저 우리의 이야기들 말이다.


닐스 비크는 그동안 페리를 운전하며 만났던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일지에 썼는데,

그 일지에 쓰인 (기억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미 중반쯤 이 소설이 슬픈 이야기가 아님을 깨닫는다. 잔잔하고 아름답다.

닐스 비크는 착한 사람이며,

성실하고 충실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귀여운 강아지, 루나와의 대화도

놓칠 수 없는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마르타와의 첫 만남을 보여준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다. 애틋하고 눈부신 느낌이랄까.

그와 동시에 마르타는 언제 페리에 오르게 될까,

닐스와 다시 만나는 장면이 기대되었다.


로버트의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와의 이야기가 나오자 나도 모르게 '헉' 하는 소리와 긴장감이 몰려왔다.


후반부, 딸 앨리의 집의 마룻바닥을 고친 후

집에 들어가는 장면에서는

닐스의 외로움이 터져버리는 느낌을 받았는데

고독함, 슬픔, 실망감이 나에게도 크게 느껴지며

함께 마음이 아팠다.


262페이지, 닐스 비크의 조타실에서

그의 삶에 관한 메시지가 시작된다.

잘 아는 사람도 아닌데…

'닐스 비크'라는 사람의 삶이

송두리째 나에게 전달되는 기분이 들었다.


한껏 자극적이고 매운맛의 소설이 인기가 많다.

독자들이 심심하지 않게 읽을 수 있으니.

이번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는

고요하고 서정적이며 아름답다.

그러나 책을 읽는 단 한순간도 심심하다거나

지루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페리 안에서의 짧은 마지막 하루를 통해

그의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삶 가운데의 충만함,

비극적이지 않은 그의 죽음.

그 안에는 사랑이 있었다.


피오르를 건너는 그를,

빛을 향해, 어둠 속의 빛을 향해,

산과 길과 비와 그림자와

집과 수평선 너머의 빛을 향해 가는

닐스 비크에게 포옹을 건네고 싶다.


▶다산 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새벽 5시 15분, 닐스 비크는 눈을 떴고

그의 삶에 있어 마지막 날이 시작되었다.

- P7

그들은 여기로 왔다.

그렇다, 그들은 지금 여기에 있다.

모든 탑승객들이 일지 속에서 튀어나왔고,

그의 손글씨 사이를 비집고 올라왔고,

기억으로부터 자라났다.

우리를 봐요, 우리를 데려가세요.

우리에 관해 이야기해 보세요. - P34

이건 너무나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는 쉽게 건널 수 있는

깊은 소금물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을 뿐이다. - P81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은

바람과 바다와 땅,

미움과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살았던 데 감사하고

작별을 고하는 것이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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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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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리드비」출판사를 좋아한다.

출판하는 책들이 하나같이 내 취향 저격이다.

이번 책 또한 540페이지에 달하는

벽돌 책임에도 불구하고

사흘 만에 완독하며 압도당해버렸다.



어느 날 아동 유괴 사건이 발생한다.

그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른 아이가 유괴되는

'동시 유괴 사건'이 발생한다.


이 이야기는 유괴 시점으로부터 3년 후

두 번째로 유괴된 아이가 집에 돌아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아이는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신을 데리고 있던 사람이 누군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며 입을 닫는다.


그로부터 30년 후

당시 그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 '몬덴'이

이 사건을 다시 취재하기 시작한다.


책을 따라가다보면

'어째서 지난 사건을 계속 파헤치는가,

무엇을 위해 이 기자는 30년전 사건에 열심인가,'

를 생각하게 된다.


보통의 범죄소설같은 흐름을 따라가지 않는 점이 흥미로웠다.

범인의 정체나 범행의 수법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책이 중반을 넘어가며,

독자인 내가 책 속의 인물들에게 동화되고 있었다.


후반부에는 얼마나 슬프던지,

미스터리 장르소설이 이렇게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해도 되나, 싶을정도.



또 한가지 놀라운 점은

사실 이런 호흡이 긴 책은 한번 흐름을 놓치면

곧 흥미가 떨어져 손에서 놓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번 '존재의 모든 것을'은

흐름을 놓칠 수가 없었다.

촘촘한 전개, 인물들간의 납득되는 서사.

먹먹하게 만드는 마무리까지.


알고보니 작가가 신문기자 출신이라고 한다.

원래 필력이 좋은데

거기에 취재경험을 바탕으로

실재를 연상케 하는 글을 보여준다.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니다.


결국 사람과의 관계,

특히 이 책에서는 '진정한 부모란 어떤 모습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중요하게 다뤄진 또 한가지는

세상에 몇 번이고 꺾여진 사실화 작가의 눈을 통해 바라본

모순투성이의 사회였다.

보는 내내 안쓰럽고 먹먹했던 그들만의 리그.

그러나 그 속에서 피어난 [가족]이라는 애틋한 이름.



매혹시키는 듯 강렬하지만

그 안에서 정말 따뜻함을 느꼈던 책.

[존재의 모든 것을]

2025년의 첫 장편 소설로 강력 추천하고 싶다.



리드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세상에서는 이미 망각의 강을 건넌 사건이라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효를 맞이하든, 피해자나 수사원이 저세상 사람이 되든 지금도 결말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있다.

"결국 자네는 왜 신문기자를 하는 건가?"

다시 나카자와의 목소리가 되살아났다. 월급쟁이 생활의 끝이 가까워지고, 과거에서 온 질문이 몬덴의 어깨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 P85

한정된 시간 속에서 몬덴이 신문기자 인생의 유종의 미로 잡아내야 할 것은 어중간한 사건을 일으킨 범인의 모습이 아니다. 이 특이한 유괴 사건이 가리키는 더 근원적인 무엇인가다. - P207

극히 소수의 인간만 아는 정보. 슬롯머신의 잭팟처럼 ‘그때, 그 장소, 그 사람‘이라는 조각을 맞춰야 비로소 얻게 된 사실은 ‘인간‘으로 직결되는 것이 많다. ‘빠진 이‘가 가진 생생함에 몬덴은 강하게 끌렸다. - P263

"언젠가 넓은 아틀리에에서 같이 그리면 좋겠구나." - P495

코트 주머니에 들어 있던 칠석의 종이를 손에 든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눈물이 귀여운 글자를 이중, 삼중으로 만들었다.

‘오래오래 같이 살고 싶어요.‘ - P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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