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구하겠습니다! - 1퍼센트의 희망을 찾아가는 어느 소방관의 이야기
조이상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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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 뭐 하는 직업이냐고 물으면 나는 대답한다. 


"손을 잡아주는 일이에요."


어떤 손은 너무 작았고, 


어떤 손은 주름이 많았고, 


어떤 손은 내밀 힘 조차 없었다. 


하지만 어떤 손이든 일단 잡기만 하면 되었다. 


실제로는 놓쳐버린 손이 더 많았으므로..


 책을 읽는 내내 울컥하는 마음도, 안도하는 마음도 들었다. 이런 분들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런 일을 겪는 사람들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위험에 처한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소외된 자들의 뒤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그들의 이야기가 가감없이 담긴 #에세이, #오늘도구하겠습니다 에서는 때로는 화마와 싸우고, 때로는 시민들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는 #소방관 의 이야기가 담겼다. 


귀여운 일러스트가 바쁘게 움직이는 책의 표지, 하나 하나 들여다보고 있으면 정말 다양한 일을 하는 소방관의 하루를 보여주는 듯 하다. 사람을 들쳐업고 뛰는 장면, 소화기를 들고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 뉴스에서 나오는 흉흉한 소식에도 마음이 무거워지곤 했던지라, 사실 책을 펼치는 것이 약간은 겁이 나기도 했다. 실제로 모든 상황들을 보는 소방관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현장의 모습이 두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첫 챕터를 끝내기도 전에 그 걱정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저자와 같은 지역에 살고 있어 든 친근감도 한몫을 했겠지만, 그 날 그날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되새기고 자신의 다짐을 적은 그의 일기같은 형식이 편안했다. 


아주대학교 이국종 교수가 이야기 한 것처럼, 


구급 서비스는 돈 낸 만큼이 아니라 아픈만큼 제공하여야 한다.



<오늘도 구하겠습니다!> 에는 소방관인 저자가 현장을 뛰어다니며 목격해온 수많은 사례들 뿐 아니라 사회적 메세지까지 담겨있다. 관심을 가져야 마땅하지만 뉴스에 대서특필 되지 않아서, 혹은 너무 작은 사건이라서 지나쳐 온 모든 사건들이 사실은 사회적 이슈의 작은 불씨일 것이다. 일반인으로서 그저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다 잊혀지기 일쑤인 사회적 문제들을 직접 목격해온 저자가 말하는 사례들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해결해야할, 그리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이겨나가야 할 것들을 고민할 수 있다. 


책을 읽어나가며, 어떤 챕터에서는 미소를 짓기도 하고 어떤 챕터에서는 속상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난 뒤에는 단 한가지의 생각만 아른 거렸다. 바로 이 모든 것을 해 나가는, 사회를 위해 먹던 밥도 팽개치고 전화 한통에도 달려나가는 분들을 위한 존경심을 더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다. 소방관님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언제고 나오는 이슈이지만, 과연 그것이 정책만의, 지원만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언젠가 우리나라의 소방 시설은 너무나 열악하고, 소방센터 1곳당 관할하여야 하는 범위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넓다는 것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러한 사정은 경찰서나 대학병원과 같은 시설도 마찬가지이다. 그 모든 지원과 현실적 제약들을 개선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일반인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보다 훨씬 더 간단하지만 잊기 쉬운 일일 것이다. 바로 고마운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답답하다고 느낄 법한 일상의 굴레는 코로나로 나를 더 조여드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잊는 것도 많아졌다. 가족의 소중함을 잊기도 하고, 우리 나라가 코로나를 잘 대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기도 했다. 감사함을 가지기엔 지금 내가 답답한 것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게 어쩔 수 없는, 짧은 생각을 가지게 되기도 했다. 그런 때일 수록 우리 사회를 단단하게 받쳐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이라도 더 힘을 내서 이 사회를 잘 만들어갈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다짐하게 된다. 이들이 기꺼이 구해낸 사람들이, 사회로 돌아와서도 다시 힘을 내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1퍼센트의 희망을 찾아 불길 속으로 달려들고, 1퍼센트의 위험 가능성을 위해 시민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소방관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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