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12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비세 (시즌 2) 미생 12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드라마로 먼저 접했었던 미생.

그때는..회사를 다니고 있는 내 일상을 드라마로 반복하는 기분이 들어 보지 않앗더랬다.

안그래도 괴로운 현실..나의 부족함을..환기시켜주는 기분이 들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 미생 전권. 

만화 속 현실도 녹녹하진 않지만, 윤태호 작가님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위로를 해주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았을까. 

그런 미생의 신간이 나왔다. 벌써 12권째. 시즌2로는 3번째 이야기

시즌1을 안 봤거나, 기억이 희미하다면 유투브의 줄거리 요약을 보면 된다..ㅎㅎㅎ


"비세" - 형세가 이롭지 못함. 불리한 국면

시즌2로 들어서면서 만화 속 주인공들의 삶의 무대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바뀌었다.

어찌보면..더 치열한 세상으로 들어온 것이다. 

나도 지금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만화 속 현실이..남의 일 같지만은 않은...


만화초반뷰터 인상에 깊던 장면

평범하게 사는 것도 전략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더라고...

평범한 게 왜 이리도 힘든지, 애시당초 평밤한 건 무엇인지.. 다들 힘들게 사니까 불만같은 건 하지말고, 죽어라 일해야 하는건지..

어렸을 땐 회사 다니는게 당연한 건 줄 알았는데, 다녀보니 하루하루 버티는 게 쉽지 않다.


그리고 회사에서 가장 큰 이슈는 어딜가나 사람관계. 누군가를 포기한 적이 있던가.. 이전에는 더 부족했지만 지금도 매일 부족함을 느끼지만, 타인의 부족한 점까지 포용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언젠가는 나아지겠지만, 그 언젠가가 어기 전에 내가 말라죽는 수가 있다..

12권에서 오과장은 김전무에게 장그래를 최후통첩으로서 보냈다. 김전무를 보니..낯설지 않다. 왕년에는 실력이 있었다는데, 그 능력 다 어디 갔는지..나보다 연봉은 훨씬 많이 받을텐데..종종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다가도 시간이 흘러 내가 그렇게 될까 두려워진다. 저런 사람이 내 롤모델이라며 농담반진담반으로 말하곤 하지만, 알맹이 없이 자리만 높아지는 건..왠만한 정신승리 아니곤..젊을 때의 좌절보다 몇 곱절될 것 같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다시 일어설 확률이 낮으지는 게 아닐까.. 김전무가 조금 밉상이긴 하지만..한편으로는 우리 아빠 같아서, 또 내 미래의 모습 같아서 그의 재기를 응원하게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

중소기업에서 일하다보니, 관리직에 연봉도 넢고, 복지혜택도 좋아보이고.. 이래저래 이왕 고생할 거면 대기업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기업의 규모와 파워에서 오는 이득이 있으리라.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 나라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게다가 그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허리는 숙일수록 돈으로 들어온다고

한쪽에서는 당당하게 허리펴고 살라고 하면서 또 한쪽에서는 허리를 숙여야 돈이 들어온다는...음..

회사생활에서는 아무래도 후자의 일이 많지. 허리를 숙인다고 해서 내 자존심을 숙이는 건 아니라 예의를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물론 상대방도 그에 상응하는 예의를 지켜줘야곘지만.


각 이야기 앞마다 나오는 실제 있었던 바둑경기에 대한 해설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들과 이어져 있어서 바둑을 알면 재미가 배가 될 것 같은데..

바둑이라면..오목 밖에 모르는 나에겐......도무지..알 수 없는 말들..

그래도 삶의 여러가지 모습이 바둑판 위에서도 일어나는 것이 신기하다. 결국 바둑도 삶의 한 모습.


"회돌이

: 상대의 돌을 나쁜 모양으로 뭉치게 만들면서 계속된 단수로 공격하는 기법"



처음 들어보는 바둑용어로 생소했는데, 보니까....어쩌면 요즘 내가 매일 겪고 있는 일..

선의로 포장된 수많은 말들..

왜 내가 말한대로 안하니..다 내가 해봐서 해주는 이야기야..밖에 가면 더 한 이야기 들을 수 있어...등등등..

그 선의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부장과 김전무 사이에도 불신이 싹 트는 것일까. 


 

그래도 사람을 쉽게 포기하면 데미지가 자기에 오는 걸 알고 있기에 끝까지 하는데까지 해보려는 오부장님.

그것이 두 사람 모두에게 선의이기를.


"난...옆에 있어주기 위해 가는 거야."




오부장님과 김전무님은 서로에 대한 오해를 잘 풀고..온길은 활로를 찾을 수 있을까.

무대가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옮겨지면서 시즌1보다 더 현실 속으로 들어온 느낌.

대기업에서의 이야기를 그렸던 시즌1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장그래의 모습은 내 예전 모습같고, 김대리는 지금, 오부장님은 내 몇 년 뒤 모습..김전무님은..조금 더 미래..정말..남일 같지 않군..ㅎㅎ..만화를 읽는 동안  나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게 된다. 선과 악이 갈라져 있지 않고, 인물들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고, 현실은 각박하다.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것은 각자의 목표가 있고, 함께 고생하는 팀들 덕분이 아닐까. 물론..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윤태호 작가님의 말처럼 책을 읽으면서 나의 모습을 계속 돌아보게 된다. 


이번달은 거의 야근과 주말까지 다 출근했는데도, 오늘도 야근이다. 그런데 내 주머니는 항상 가볍고, 쫓기는 시간에 항상 불안하고, 당장 내일도 걱정되지만, 몇 년 뒤는 더 깜깜하고..점심시간에 팀들이랑 커피 한 잔 마시면서 푸념들을 늘어놓는 걸로 위로하지만, 여전히 깜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일을 해야 하는 이유. 솔직히 지금은 월급이 가장 큰 이유다. 꼭 큰 꿈이 있어야 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일로서 내 삶의 목표 실현을 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일해서 번 돈으로 나 하고 싶은 걸 하면 되지 않는가. 일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내가 일을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자문한다. 그래서 요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지고, 온길 엔터 식구들의 앞으로도 궁금해진다. 녹녹치 안은 상황에서 각자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그들의 일상이 곧 나의 일상이기 떄문에 다음권도 기대된다.  이왕이면 이번권에선 고군부투했던 온길엔터가 꽃길을 걷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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