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여성 화가들이 프랑스 혁명 이후 미술사로 편입되는 과정을 여성 화가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길고 긴 미술사에서 여성 화가들이 지금처럼 활발하게 활동하게 된 것은 몇 백년이 채 되지 않는다. 남성 위주의 미술사에서 여성들이 자신들의 목소리와 자리를 찾아가는 다양한 과정들을역사의 흐름 속에서 이야기하고 있어서 미술사 뿐만 아니라 근대사까지 아우르고 있다. 대중의 시선을 봤을 때는 결과물만 보면 이것이 어떤 성별의 화가가 그렸는지가 중요하지 않은 듯 한데 그 옛날에는 그림을 그린 사람이 남자인가..여자인가가 중요했고, 그 성별에 따라 그리는 대상도 구별되었다. 예건대, 웅장한 역사화는 남성의 그림이고, 정적인 정물화는 여성의 그림이라는 인식이다. 이 책은 이런 사회통념을 뚫고 자신의 화풍을 찾아간 여성 화가들의 이야기와 작품을 싣고 있다. 책 중간중간에 페이지를 할애하여 실려 있는 110점의 여성 화가들의 작품 이미지를 통해 책 속 미술관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내용과 함께 연결해서 보면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특히, 많이 알려져 있는 작품들보다는 미술사에서 간과되거나 과소평가된 여성 화가들에게 초점을 두고 있어서 처음 보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여성에게 규정되어진 많은 윤리적 규범들은 여성화가의 작품을 여성예술이라는 범주 내에 가두지 않고 한 사람의 화가로서 인정하는 것과 장식예술 외에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는 것을 오랜시간 지연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그림을 세상에 보이기 위해 자신의 길을 걸어갔던 유명, 무명의 여성작가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고 떠올릴 수 있었다. 이 책은 내용 뿐만 아니라 책에 실려 있는 작품들만 보아도 읽는 재미가 충분했다. 가끔 도록처럼 꺼내보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