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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양육의 재발견 - 미디어를 중독이 아닌 몰입의 경험으로 만드는
에얄 도론 지음, 이은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평점 :

추석 연휴지만 싱가포르에서는 고향에 갈 일도, 가족 모임도 없었다. 조용한 주말, 대신 일을 하며 책 한 권을 꼼꼼히 읽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타지에서 외로움이 오히려 독서에 몰입하는 시간이 되었다. 『AI 시대, 양육의 재발견』은 IB 교육자인 나에게 매우 유용한 책이었으며, 특히 요즘 고민하고 있는 AI 시대의 교육 방향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준 계기가 되었다. 통제보다는 몰입, 경쟁보다는 창의라는 주제를 다루는 이 책은 양육이라는 단어를 넘어 성장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비난이 아닌 몰입, 경쟁이 아닌 창의라는 문장을 중심으로, AI 시대의 양육이 더는 과거의 훈육벅으로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책은 새로운 세상, 부모, 숙제, 텔레지전, 게임, 타이거 맘, 창의적 루틴 등 현대 양육의 다양한 장면을 다루지만, 그중에서도 5장 양육의 ‘게임’체인저가 가장 인상 깊었다. 이 장은 부모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게임은 공부의 적이다’라는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깨뜨린다.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믿어온 교육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1980~90년대만 해도 전자오락실은 일탈의 공간으로 불렸다. “오락실 다니면 인생 망한다”는 말은 부모 세대의 공통된 경고였다. 게임은 공부를 방해하는 주범이자, 청춘을 낭비하는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 이후,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새로운 학습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 해결력, 협동심, 그리고 몰입을 지속하는 능력이 필요한 게임 세게는 오히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자연스럽게 훈련시키는 공간이 되었다. 즉 기존의 각인된 인식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사고의 전환점’이 이 책이 제시하는 핵심이다.
206쪽, 여기에는 우리 모두가 새겨야 할 중요한 교훈이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일방적으로 규정해주거나, 자녀가 선택한 활동을 그저 시간 낭비로 치부하는 것은 아이의 판단력과 가능성을 신뢰하지 않는 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저자는 게임 세계의 규칙을 교육의 언어로 전이한다. 게임은 아이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실패를 거듭하며, 협력 속에서 성장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학습 구조는 IB 교육이 추구하는 ‘탐구 중심 학습’과 닮아 있다. IB는 학생이 정답을 외우기보다, 질문을 던지고, 협력하며, 자기 주도적으로 지식을 만들어 가도록 이끈다. 그리고 그렇게 습득한 지식 속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완성하도록 유도한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게임 속에서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며, 협동을 통해 공동의 목표로 함께 나아간다. 이는 IB가 추구하는 탐구하는 사람, 소통하는 사람, 성찰하는 사람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불이 무섭다고 불을 쓰지 않는 것이 게임에도 적용되지 않을까이다. 덮어놓고 금지하는 것은 어쩌면 부모의 불안을 정면으로 표출하는 것은 아닐까. 게임을 통해 아이의 몰입 구조를 이해하고, 그 에너지를 학습, 유식, 창의,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게임은 오히려 아이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IB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게임 전략을 응용해 협업과 문제 해결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AI 시대, 양육의 재발견』은 훈육에 관한 책이라기보다 미래 교육의 방향을 안내하는 책에 가깝다. 저자는 부에게 통제 대신 신뢰를, 훈육 대신 설계를, 억제 대신 몰입을 제안한다. 이 책은 자녀를 관리하는 부모보다는, 아이의 가능성을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부모에게 깊이 다가올 것이다. 인간만이 가진 몰입과 창의의 가치가 중요시되는 AI 시대에서, 교육이 어떻게 재정의되고, 아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지 알고 싶은 부모라면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